심뫼(엄영섭)글

불교학생회 수련대회 동참기/심뫼(9807)

마음산(심뫼) 2006. 7. 2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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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생회 수련대회 동참기

                                                                                                                             보광고 교사 엄영섭

  보광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통도불교학생회가 조직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고, 내가 학생회를 맡은 지도 어언 4년이나 되었다.

  우리 학생회는 불보사찰인 통도사라는 좋은 여건 아래 훌륭한 스님들의 열성어린 지도 덕분에 그 명맥을 잘 유지해 가고 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의 신심이 예전 같지 못한 듯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마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바로 대가람 아래에 살면서도 그 빛의 밝음을 바로 느끼지 못하고 미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것을 바로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수련대회인 셈이다.

  이번에도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회에서는 7월 22일부터 7월 25일까지 3박 4일간 고운사, 김용사, 직지사에서 수련대회를 가졌다.

  먼저 의성 고운사 대웅전에서 결제식을 가진 후, 절 아래에서 야영 준비를 했다. 스스로 밥을 지어 공양을 하고, 텐트에서 잠을 자는 것도 일종의 수련이라면 수련이었으나. 학생들은 야영생활이 마냥 즐거운 듯한 표정이었다.

  이번 수련대회는 절하기와 참선을 주로 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새벽예불에 참여하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힘든 일과 중의 하나였다.

  23일 오전에는 고운사 근일큰스님께 법문을 청해 들었다. 스님께서는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시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믿음과 윤리 도덕과 철학을 갖고, 온 우주의 근본인 나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과, 공부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하셨고, 보살도에 대해서도 설법하셨다.

  나도 실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내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곳곳에서 참선 중이신 스님들의 바른 깨치심을 빌며, 고운사를 떠나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댐에 잠시 들려, 스님의 법문 중 ‘물’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물은 받아들이는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소가 받아들이면 우유가 되고, 뱀이 받아들이면 독이 되고, 지옥 중생이 받아들이면 불이 되고, 부처님이 받아들이면 감로수가 되듯, 같은 하나의 사물을 놓고 받아들이는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묘법. 깨닫고 보면 둘이 아닌 이치가 저렇듯 분명한 차이로 나타나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안동서 버스를 전세 내어 점촌 김용사로 향했다. 계약대로 차비를 다 지불했건만, 비포장도로라고 투덜대는 기사아저씨의 성화가 어찌나 심하던지, 차비까지 주시던 고운사 스님과 비교해 볼 때, 언제쯤 둘이 아닌 마음이 되어 복된 사회를 이룰까 하는 생각과 함께 중생들에 대한 교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은 오후 늦어서야 김용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김용사는 통도사와 관계 깊은 절이고, 지도 법사님이 출가한 곳이기도 하여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저녁 예불 후에 주지스님으로부터 이 절의 유래와 대웅전에 모셔진 탱화에 대해서 얘기 들었다. 우리가 여기를 찾게 된 것도 인연으로 인한 일. 이곳에는 때마침 전생에 이 절의 스님이셨다는 독일 승려 한 분이 와 계신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우리도 우리의 업력을 어떻게 지어나가야 하는가가 문제가 될 것 같았다.

  배움에 충실치 못한 데 대한 참회의 절 수련과 참선 수행을 하다가 10시부터는 야영장에서 불꽃축제를 가졌다. 이글대며 타오르는 불꽃 아래 학생들의 젊음도 타올랐다.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불꽃.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거룩한 도를 실천하는 양 불꽃은 그렇게 거룩하게 타올랐다. 무명이 소멸되어 가듯 우리네의 마음 깊이에도 지혜광명의 불이 밝혀졌다.

  24일에는 감천 직지사로 내려 왔다. 직지사에서는 수련 여건이 맞지 않아 비로전에서 예불만 드리고, 냇가에 둘러 앉아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끝내었다.

  25일, 경주를 경유하여 통도사로 내려와 회향식을 가진 후 몇몇 학생들의 소감 발표와 함께 수련대회의 막을 내렸다.

  이번 수련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제각기 삶에 대한 바른 원을 세우게 되었으며, 더욱 불심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나의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 젊은 학생 불자들이 바른 불법을 만난 인연 공덕으로 각자 마음의 눈을 뜨고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불기 2533년, 단기 4322년, 서기 1989년 7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