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글

토암의 죽음을 곡함/심뫼

마음산(심뫼) 2006. 7.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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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간 친구를 위하여 쓴 제문> 

토암의 죽음을 곡함

어이 어이 어이.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이제 갓 불혹의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우리들을 두고 어찌 이다지도 빨리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만산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여물어 가는데, 이 가을을 다 느끼기도 전에 홀연 떠나가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다시 일어나 앉아, “친구, 왔는가.”하면서 손이라도 덥썩 잡아 줄 것만 같은데 왜 말이 없이 관속에 누웠는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그대 혼의 불꽃을 지퍼 빚어낸 토암도예는 천년을 살게 해 놓고, 그대는 그렇게도 짧은 생을 살다 간단 말인가. 흙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영원한 생명을 빚어내고선 그대는 진작 지수화풍으로 흩어지려 하는가.

그대의 죽음 앞에 영축산이 숙연해지고, 천성산에서 흘러내리던 내원천은 온통 슬픈 소리로다. 모두들 마지막 그대 가는 길을 지켜보며, 슬픈 마음 가눌 길 없어 읍하고 섰다네.

토암, 그대를 만날 때면 그대는 남과 달리 언제나 두 손으로 우리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그렇게도 정이 넘치게 대하더니, 이제와 생각하니 그토록 빨리 가려고 그랬단 말인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 각별한 정을 잊을 수 없건만, 이제 다시 만나 두 손 마주 잡고 정담을 나눌 수 없다니 혈육을 잃은 듯 가슴 저려 오는구나.

토암, 그대는 남들보다 더 뜨거운 정을 지녔기에, 어떤 친구라도 그대를 잊지 못하며,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네.

남은 식솔이 마음에 걸려 차마 편히 눈을 감기 어려웠겠지만 너무 걱정 말게나. 그대가 이 세상에 심어 두고 간 사랑의 씨앗이 있고, 넉넉히 베푼 정이 있어 그 거둠만으로도 남아 있는 유족들은 든든할 것이라네.

토암, 헤어짐은 만남을 의미하는 것. 우리가 언제 어디서 구름과 바람 되어 또 만나고, 나무가 되고 새가 되어 또 만나 의미를 나누게 될지 알겠는가.

하지만 잠깐의 헤어짐이 안타깝고 서러움은 미쳐 떨쳐 버릴 수 없다만 애써 잘 참으려네.

부디 편히 청산으로 가시오. 극락왕생 하시오.

어이 어이 어이.

기묘년 구월 구일

친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