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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 올라
심뫼 엄영섭
우리 삶에 녹아 있는
그 고유한 산을 찾아
바위에 글 새기듯
하늘길을 딛고 올라
옛 황제
봉선(封禪) 행하듯
옥황전에 향 사른다.
그 먼저 곡부에서
공자 향기 맡아보고
천가(天街) 끝자락의
벽하신군 만나 뵙고
거대한
대관봉 절벽
석각 글씨 마주한다.
족히 한두 달은
사서 찾아 읽어야 할
당현종의 당마애 등
온갖 글귀 현란하다
차라리
표현을 아낀
무자비(無字碑)가 제격인 듯.
공자께서 여기 올라
천하를 작다시고
두보도 이곳 향해
포부를 다졌는데
나는 또
무엇을 바라
이 산에 올랐는가.
십 년이 젊어지고
또 한 소원 이룬다는
해와 달과 가까이 한
오악독존 천하 명산
내 이제
짓는 원림에
태호석이 되고 있다.
수척함과 뚫림에다
투명함과 주름짐
미불이 이 넷으로
태호석을 평했는데
학처럼
구름을 뚫고
물결같이 살고 싶다.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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