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글

무등산 산행길에 / 심뫼

마음산(심뫼) 2013. 12. 2. 14:59
728x90

        무등산 산행길에

                                 심뫼 엄영섭

 

산이 좋아 한 삼십 년 그리 많은 산을 타도

빛고을[光州] 무등산은 그 연(緣)이 안 닿다가

오늘은 이 산에 들어 그 원(願)을 풀고 있다.

 

증심사에 남은 단풍 가을인가 하다가도

장불재의 눈과 바람 겨울임이 분명하다

입석(立石)은 동안거 든 양 구름몰이 한창이고.

 

서석대에 올라서니 나한 같은 바위들이

제각각 도 닦느라 상서러운 빛이 돌고

천지인(天地人) 세 왕봉으로 무상정각(無上正覺) 이룬 듯.

 

이만한 산이 없어 무등(無等)이라 이름하여

그만한 경지(境地) 없는 깨우침을 설하건만

초겨울 눈 녹는 길을 봄날인 듯 걷고 있다.

 

이리저리 갈림길에 중봉으로 길을 잡아

늦재로 내려서서 원효사를 둘러보며

감로수 한 잔 머금고 반야산장 찾아간다.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