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학교

맨발학교 74일째(171214)

마음산(심뫼) 2017. 12. 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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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공 74일째 :

  하늘과 땅과 사람! 이를 줄이면 천지인이다. 여기에 '사이'라는 개념을 넣어서 생각하면 천은 시간, 지는 공간, 인은 인간이다. 이를 흔히 쓰는 말로 바꾸면 때와 곳(장소)과 사람이다. 이를 다시 문학적인 개념으로 바꾸면 천은 시간적 배경, 지는 공간적 배경, 사람은 그런 배경(사이)에서 살아가는 개성(성격, 캐릭터)을 지닌 인물이 된다. 육하원칙에서 '언제, 어디서, 누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바로 사람이 천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 '누가(사람)'에 해당하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하는가를 궁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천부경>에서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을 말하고 있다. 이는 마음을 밝힌 사람에게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천지라는 대자연(우주) 속에서 하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소우주인 셈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하늘과 땅의 영향,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인간 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있는 나라는 그 나름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영하의 날씨인 겨울에 맨발로 맨땅을 걷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행위인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맨발로 걷는 우리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이기가 일쑤니까. 하지만 아는 이는 알리라. 이 맨발이 그 얼마나 거룩한 행위인지를. <삼일신고>에서 말하는 '분란한열진습'을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조식(調息)'이라는 수련일진데, 찬 기운 더운 기운을 조절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도 수련이라면 수련이리라.

  오늘의 마음공부는 <노자> 제7장의 "자신을 내려놓아야 자신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새겨보기도 하고, 아침에 읽고 간 <참전계경>의 '원전(圓轉)'을 화두로 삼았다. '원전'이란 '둥글 원'자에 '구를 전'자인데, 둥근 물건이 평평한 땅에서 저절로 구르는 것과 같이 정성을 쉬거나 정지함이 없도록 하라는 가르침이다. 그치려 하여도 안 되고, 느리게 구르려고 하여도 안 되며, 빠르게 나아가려 해도 안 되며, 몸체를 따라 '불식(不息)'하라는 것이다. 나의 상황에 딱 맞는 가르침이라 여겨졌다.

  오늘도 무풍한송로 왕복 후에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나홀로 용피바위 뒷산을 타고 노천정(처음으로 내려 옴)으로 내려와 다시 무풍한송로 3분의 1구간을 맨발로 걸었다. 요즈음 다시 신발을 신는 곳은 산문 앞 땅바우공원 사이에 있는 벤치이다.

  오늘은 영하 7도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무풍한송로에서는 덜 했는데 산에서 바위 위에 돌로 숫자를 새길 땐 마치 얼음 위에 맨발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바위가 좋고 흙이 좋으니 내 발도 불만이 없으리라 여겨진다. 자기 주인의 마음이 만족하니 발은 충실히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요즈음은 손으로 발을 씻는 대신 발로써 발을 씻는 습관이 생겼다. 그간 떨어져 있었던 발이 서로를 씻어주고 어루만져 주면서  동류애를 느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추위 속에 고생한 발에게 감사하며, 행복한 추억을 여기에 기록한다.


<참전계경> 제32조 원전(圓轉) : 원전이란 정성을 쉬거난 정지함이 없는 것을 뜻한다. 정성이 쉬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둥근 물건이 평평한 땅에서 저절로 구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치려 하여도 안 되고, 느리게 구르려고 하여도 안 되며, 빠르게 나아가려 해도 안 된다. 다만 몸체를 따라 쉼없이 굴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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