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공 76일째 :
오늘은 기온이 많이 풀려 영상 1도를 가리켰다. 맨공은 무풍한송로와 용피바위 뒷산을 즐기고 왔다. 맨공하는 내내 발도 시리지 않고 몸상태도 좋아 마치 한 마리 학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내를 보내고 홀로 산을 탄 뒤 노천정에서부터 무풍교까지 토끼처럼 뛰어 보았다. 발바닥이 아프지 않았다. 맨발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학처럼 되기는 아직 초보의 단계라 여겨졌다. 그래도 기운이 생겨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일이리라.
오늘도 무풍한송로를 걷는 도중에 염려나 격려의 말을 한 마디씩 건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말은 각자 품은 마음의 표현이다.
어제 내가 친구들과 맨발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아내가 오늘 아침에 한마디 충고의 말을 던졌다. 친구들에게 맨발걷기에 대해 너무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맨발걷기의 좋은 점에 대해서 얘기하고 권유했지 그렇게 떠벌리고 강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내의 주장은 내가 말이 많았고 억지로 권유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을 펴다 한바탕 언쟁이 벌어졌다. 나의 주장은 발이 아프다는 핑계로 중도에 그만 둔 친구는 아직 의욕(필요성이나 당위성)이나 정성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했는데, 아내의 주장은 사람마다 다르고, 아파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고, 맨발걷기를 즐기는 우리 같은 사람은 극소수인데, 왜 의욕과 정성의 문제를 거론하는가에 대한 반론이었다. 나의 생각은 '일체유심조'라고,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고 여기고, 아픈 것도 마음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에, 중도에 하차하는 친구나 아직 시작도 안 해보는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의욕과 정성을 말하였던 것이다. 이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생각의 차이라고 여기고 다툼을 접고 맨공에 전념하기로 했다.
오늘의 마음공부는 <참전계경>의 '실시(失始)'와 <노자> 제9장에 관한 것이었다. 노자 9장은 '공덕에 머무르지 마라'는 것으로, "쇠를 불려서 날카롭게 한 것은 오래도록 보존할 수가 없다."는 비유가 마음에 와닿았다. '실시'는 처음을 잊는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바라는 바가 있어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어도 더욱 깊은 경지에 들어가면 바라는 바는 사라지고 오직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일만이 남는다는 가르침이다.
나의 맨공도 처음 시작할 때는 뭔가 좋아지는 것이 있겠지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처럼"하라는 말이 있고, "시작이 반이다."는 가르침이 있다. 이를 일상 생활에 많은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처음을 잊는다'는 가르침은 조금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새겨볼수록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다. 처음의 바람은 잊고 오로지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일만이 남을 때, 나의 맨공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맨공(맨발공부)은 바로 정성이다."라고.
맨공으로 이런 마음공부마저 할 수 있어서 즐거운 날에.
<참전계경> 제34조 실시(失始) : 실시란 처음을 잊는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바라는 바가 있어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어도 정성이 지극하여 점점 깊은 경지에 들어가면 처음에 바라던 바는 점점 작아지고 정성만 더욱 커진다. 그러다 더욱 깊은 경지에 들어가면 바라는 바는 사라지고 오직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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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 시위원님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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