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공 72일째 :
오늘 아침 기온이 양산은 영하 5도, 울산은 영하 6도라고 나온다. 이곳은 양산과 울산의 경계지점이고, 높은 산 아래라 기온이 더 낮을 것이다. 하지만 맨공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이까짓 추위쯤이야 하고 한번 싸워보자는 심산으로 아내와 함께 맨발걷기에 나섰다. 환한 햇살이 비추고 있어서 차갑게 와닿는 기온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늘은 출발 전에 <참전계경>의 '불식(不息)'에 대해 읽고 화두로 삼았다. '불식'은 지극한 정성을 가지고 쉬지 않고 계속하라는 가르침이다. <주역>을 통해 익히 아는 말에 '자강불식(自强不息)'이 나오는데, 이는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 강해지라는 뜻이다. 해와 달의 굳건한 운행을 본받아 스스로 힘씀에 쉼이 없이 하라는 말인데, '불식'이 이와 통하는 의미로 여겨졌다. 정성으로 쉬지 않고 계속하는 '불식(不息)'으로 도력이 힘껏 모아지는 것과 사람의 욕심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무식(無息)'의 차이는 처음에는 티끌만하다가 나중에는 하늘과 땅의 차이로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맨발걷기 공부! 이도 '불식'의 가르침처럼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계속 되어야 할 수행이고, 사람을 살리는 삶이 되어야 할 공부라고 여겨졌다. 매일 밥을 먹듯이 맨공도 일상생활이 되어야 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를 매일 실천하고 있는 나는 복을 짓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크게 하늘 기운을 펼칠 수 있고, 성품을 바로 트고 공적을 완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맨공은 무풍한송로 왕복 후에 아내는 일이 바빠 먼저 돌아가고, 나는 맨발로 용피바위 뒷산을 더 타고 내려왔다. 평산 마을 아래로 하산하여 포장길(응달이라 너무나 발이 시렸음)에서부터 신발을 신고 환타지아 주차장 쪽으로 길을 잡아, 자연과 명상을 즐기면서, 가끔은 손에 든 <천지인> 책을 읽고 음미도 해보면서 행복감에 젖어 내려왔다.
집에 오자마자 식사 대신에 서예 공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을 흘려보내 버렸다. 붓글을 쓰고 있는 중에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하도 심하게 나서 할 수 없이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서 이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이러한 삶이 만족스럽다는 느낌이다.
이 '만족(滿足)'이란 단어에도 '발 족'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한자나 한글을 만들 때 이미 우주의 법칙을 꿰뚫어 보고 지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자람이 없이 마음에 흡족함! 이것이 '만족'이란 단어의 풀이인데, 이는 발을 통해 마음이 흡족하게 되는 이치를 단어 속에 품어서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맨발걷기는 만족으로 잘살게 되는 길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참전계경> 제30조 불식(不息) : 불식이란 지극한 정성을 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극한 정성을 가지고 계속하는 것과 쉼이 없이 그저 계속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그것은 도력이 힘껏 모아지는 것과 사람의 욕심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의 차이이니 비록 처음에는 티끌만한 차이지만 그것은 나중에는 하늘과 땅의 차이로 벌어진다.
▲산에 오르니 열흘 전에 돌로 새긴 62라는 숫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기면서 얼른 72로 바꾸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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