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공 71일째 :
오늘 아침 휴대폰에서 날씨 정보를 보니, 양산시의 기온이 0도라며 "찬 바람 불며 종일 추우니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뜨고 있다. 이곳 통도사는 산간지역이라 무풍한송로 옆 통도천이 얼어 있었고,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가 0도보다는 더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맨발공부는 추위 따위는 겁내지 않을 용맹정진이라면 용맹정진이고, 산책이라라면 가벼운 산책이라 여겨지기에, 오늘도 정성스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맨공길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12년 동기동창생이고 고향 친구였던,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그 친구의 부인이 어제 운명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 오후에 문상가서 위로를 할 생각이지만, 생장소병몰(나고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이라는 고통에 빠지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러기에 큰 덕과 큰 지혜와 큰 힘(능력)을 갖추기 위해 몸, 기, 마음 공부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발걷기는 이러한 공부를 가능케 하는 가장 손쉬운(어쩌면 '발쉬운'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공부라는 생각이기에 오늘도 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맨발로 맨땅을 밟고 땅의 기운을 느끼며, 머리(백회)로는 하늘의 기운을 받으면서 하늘과 땅이 하나로 통한 천지인이 되어 잘사는 게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 하는 나의 생각이다. 이럴 때 성통 공완을 하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리리라고 보아진다.
오늘도 무풍한송로의 흙길만 구간 반복하며 맨땅걷기 40분, 포장길 걷기 30분, 총 1시간 10분 동안 공부를 즐기다 왔다. 그러면서 하게 된 마음 공부는 <참전계경>의 '신취(神聚)'에 관한 것이었다. '신'은 정신이고, '취'는 취합한다는 것이다. 사람 몸의 경락은 부위와 신경이 맡은 일이 각기 다르지마는 정성을 다함에 있어서는 모든 신경이 한데 모여 합쳐져야 이루어진다는 가르침이다. 우리가 학교 공부를 하든, 스포츠를 하든, 일상 생활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정신을 집중하여 마음(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말 삶 그 자체가 명상이 되고 기도가 될 때 정성을 다하는 삶이 될 것이요, 거룩한 삶이 될 것이기에 정성스런 마음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오늘은 맨공 길에 <노자> 4장도 읽어보고, <삼일신고> 4장도 외워 보았다. 삼일신고는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줄줄 다 외우고 다녔는데, 어쩌다 보니 잊어버리고 다 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외우고 있는 중인데, 내일이면 전체를 자신감 있게 욀 수 있을 것 같다.
공부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맨공 시간! 비록 추위 속에 발은 시려도 행복이 넘치는 보람찬 시간이었다.
<참전계경> 제 29조 신취(神聚) : 신취란 정신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몸의 각 부분에는 신경이 있어서 제각기 지키고 있는 까닭에 간이 맡은 일에 허파가 끼어들지 못하며, 위가 맡은 일은 콩팥이 간섭하지 못한다. 다만 정성을 다함에 있어서는 모든 신경을 한데 모아야 하나니 어느 하나만 빠져도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맨발(걷기)학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학교 73일째(171213) (0) | 2017.12.13 |
---|---|
맨발학교 72일째(171212) (0) | 2017.12.12 |
맨발학교 70일째(171210) (0) | 2017.12.10 |
맨발학교 69일째(171209) (0) | 2017.12.09 |
맨발학교 68일째(171208) (0) | 2017.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