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공 64일째 : 오늘은 날씨가 포근한 편이었다. 그래도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서 아내와 함께 합발 맨공길에 나섰다. 어제는 따로 맨공을 즐겼는데 오늘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길에서 책을 보면서 맨발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발바닥이 많이 적응한 상태다. 그래서 책을 꺼내 오늘의 화두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아내에게 들려주기도 하면서 걸었다. 오늘의 마음 공부 주제는 <참전계경>의 '묵안(默安)'에 관한 것이었다.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깊게 가라앉아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맑고 고요하여 마음이 번잡해지는 것을 경계하면, 마치 흙탕물이 점점 맑아져 심한 흐림이 이내 가라앉는 것과 같게 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는 불교 '오분향례'의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이라는 의미와 같다는 생각이었다. 오분향례는 마치 흙탕물 같은 마음을 경계[戒]하여 바로 잡기 위해 물그릇을 고정시켜 '입정(入定)' 상태로 들어가면, 찌꺼기가 가라앉고 물이 맑아져 '지혜'가 열리는데,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찌꺼기를 버리듯 해탈하면 늘 지혜로운 상태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좋은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공부할 수 있음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1992년도에 단학 공부를 한창 할 때 이러한 책을 많이도 구매해 놓고, 제대로 보지 못하다가 맨발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다시 이런 공부를 하게 되니, 정말 맨발의 위신력(?)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천지신명께 감사하는 마음이고, 스스로에게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또 통도사 일주문 옆에 주련 형태로 돌기둥에 새겨진 글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왼쪽 것만 찍어왔다. '이성동거필수화목(異姓同居必須和睦)'이라고. "성이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려면 반드시 화목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화목을 위해서는 역지사지로 배려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전계경> 제22조 묵안(默安) : 묵안이란 맑은 물처럼 오래도록 고요하고 맑은 것을 말한다. 깊이 가라앉아 있으면 마음이 어지러운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맑은 가운데 쉬면 마음이 번거로운 것을 피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흙탕물이 점점 맑아져서 다시는 흐려지지 않는 것과 같다. 깊이 가라앉아 편히 쉬는 것은 마음을 맑게 하는 근원이요, 맑은 마음은 바른 마음을 갖는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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