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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도(尋牛圖)
참선을 중심으로 삼는 사찰의 법당 바깥벽에는 심우도(尋牛圖)를 많이 그립니다. 이 심우도는 참선수행자가 화두를 말뚝으로 삼아 여러 고비를 넘는
과정을 소 찾는 것에 비유하여 묘사한 그림입니다.
심우도는
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으로, 그 단계를 열 폭으로 묘사하고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합니다.
중국
송나라 때 정립된 보명(普明)선사의 심우도와 곽암(廓庵)선사의 심우도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가지가 함께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곽암의 것을 주로 그리고 있으므로 ‘곽암 심우도’를 중심으로 삼아 설명 하겠습니다.
곽암선사의
심우도에는 ①심우(尋牛) ②견적(見跡) ③견우(見牛) ④득우(得牛) ⑤목우(牧牛) ⑥기우귀가(騎牛歸家) ⑦망우존인(忘牛存人)
⑧인우구망(人牛俱忘) ⑨반본환원(返本還源) ⑩입전수수(入廛垂手)의 열가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심우도는
본래의 근본 마음자리 찾는 것을 소 찾는 데 비유한 것으로, 그림 속의 산천은 대우주요 소는 마음이요 화두입니다.
①심우(尋牛)는
소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동자가 고삐를 손에 들고 산 속을 헤매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처음 발심한 수행자가 아직은 선이 무엇이고 본성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찾겠다는 열의로써 공부에 임하는 것을 상징화 한 것입니다.
②견적(見跡)은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순수한 열의로써 화두를 들고 차근차근 유심히 답을 찾아다니다보면 어렴풋한 소의 발자국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의 발자국은 땅 위로 보기 좋게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나운 그 소는 우거진 수풀이나 바위, 나무사이, 개울 속으로도
지나가기 때문에 어디로 갔는지를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면 소를 찾는 사람은 힘을 얻습니다. 적어도 소가 있다는
확신은 분명히 서기 때문입니다.
③견우(見牛)는
소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소의 자취를 보고 확신을 얻은 그는 더욱 열심히 발자국을 추적하여 소를 찾아다니게 되고, 마침내는 저쪽 편에서 엉덩이와
꼬리만 보인 채 숨어있는 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완전히 확신이 섭니다. 가만가만 다가가면 소의 전체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요,
소도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④득우(得牛)는 동자가 소를 잡아 막 고삐를 낀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발견한 소 곁으로 다가가서 보면, 검은 색의 그 소는 거칠기가 짝이 없습니다. 잡으려고 시도도 하기 전에 슬금슬금 도망을 치고, 때로는 사납게 대들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계속 소를 따라다녀서 서로 낯을 익히고 나면, 그 사납던 소가 풀을 뜯어주면 먹기도 하고 몸을 문질러 주면 좋아라고 가만히 있게 됩니다. 바로 이때가 기회입니다. 준비한 고삐를 소의 코에 꿰어 영영 달아나지 못하도록 말뚝에 묶는 것입니다.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초견성(初見性)이라고 하는데, 마치 땅 속에서 아직 제련되지 않은 금돌을 막 찾아낸 상태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실제로 이때의
소는 검은 색을 띤 사나운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아직 삼독(三毒)에 물들어 있는 거친 마음자리라는 뜻에서 검은 색을 소의 빛깔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⑤목우(牧牛)는
붙잡은 거친 소를 자연스럽게 놓아두더라도 저절로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게끔 길들이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화두에 집중하여 삼독의 검은 때를
지우는 단계로서, 선에서는 이 목우의 단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유순하게 길들여지기 전에 달아나버리면 그 소를 다시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의 소는 길들이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앞부분은 희고 뒷부분은 검게 표현합니다.
⑥기우귀가(騎牛歸家)는
동자가 소를 타고 구멍없는 피리를 불면서 본래의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묘사가 됩니다. 이때의 소는 완전한 흰색으로서 특별히 지시를 하지
않아도 동자와 일체가 되어 본래의 고향집으로 나아가게 되며, 구멍 없는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가히 귀로 들을 수 없는 본성자리의 소리를
상징화하고 있습니다.
⑦망우존인(忘牛存人)은
집에 돌아와 보니 타고 온 소가 온데간데없고 자기만 남아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결국 소는 마지막 종착지인 근본 마음자리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므로, 이제 고향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그 방편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뗏목을 타고 피안에 도달했으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교종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은
소 다음에는 ‘나도없음[無我]’을 묘사한 것으로, 텅 빈 일원상(一圓相)만을 그려 놓습니다. 객관이던 소가 사라졌는데 주관이었던 동자가 어찌
남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주(主)와 객(客), 나와 남이 모두 사라진 진정한 공(空), 곧 진공(眞空)의 경지에 이르게 됨을
나타낸 것입니다.
⑨반본환원(返本還源)은
텅 빈 원상 속에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진공이 되고 나면 곧바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비치는 해인삼매(海印三昧)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활용하는 묘유(妙有)가 저절로 생겨나게 됨을 상징화하고 있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山是山 水是水]’인 이 경지에 이를 때 선종에서는 ‘대오(大悟)했다’고 합니다.
⑩입전수수(入廛垂手)는 지팡이에 큰 포대를 매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때의 큰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줄 복덕과 지혜를 담은 포대로서, 불교의 궁극적인 뜻이 중생제도에 있음을 상징화시킨 것입니다. 대오한 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중생교화뿐! 맨발로 가슴헤치고 저자거리로 들어가, 중생들과 함께 어울려 불이(不二)의 깨달음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출처: 월간 법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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