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려야 비로소 '진리'에
다가가…
조계종 총 2천200여명 90일간
'하안거'
깨달음 얻고자 철야정진·묵언·고독
수행
-불법(佛法)이 어디에 있습니까? "네 눈앞에 있느니라." -눈앞에 있다면 저에게는 어찌 보이지 않습니까?
"너에게는 너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느니라." -스님께서는 보셨습니까? "너만 있어도 안보이는데 나까지 있다면 더욱 보지 못하느니라."
-나도 없고,스님도 없다면 볼 수 있겠습니까? "나도 없고 너도 없는데 보려고 하는 자가 누구냐?"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원담 스님의 하안거
결제법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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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무금선원의 하안거 수행
모습. 사진제공=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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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전국의 각 선원에서 수행자들이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갔다. 조계종에서는 총 2천200여
명. 일정한 장소에 머물며 3개월간 수행에 전념하는 안거(安居)는 여름철인 음력 4월 보름~7월 보름에 하는 하안거와,겨울철인 음력 10월
보름~1월 보름에 하는 동안거가 있다. 90일간 수행자들은 오로지 마당 쓸고 공양하고 방선(放禪)할 때 내는 소리뿐,철저하게 묵언(默言) 정진을
한다.
특이하게 수행하는 곳도 있다. 경북 문경 봉암사 태고(太古)선원에서는 올 여름 100여 명의 수행자들이 "참으로 한 번
깨쳐보자"는 발심으로,90일 정진이 아니라 '300일 정진 결사'에 들어가 있다. 백담사 무금(無今)선원에서는 40여 명의 수행자들이 하안거에
들어가 있는데 이중 11명은 각기 개별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한 끼만 조그마한 공양구를 통해 들어오는 무문관(無門關)에 들었다.
범어사 비로전과 미륵전 뒤편의 금어선원(金魚禪院). 경허 용성 만해 동산 탄허 성철 스님 등 대단한 선지식들이 용맹정진했던
도량이다. '이곳은 수도정진하는 선원이니 출입을 금합니다'는 안내판이 있다. 범어사의 선원은,동산스님이 1927년 하안거를 마치고 선원 동쪽의
대숲을 거닐다가 바람에 부딪히는 댓잎소리에 깨달았다고 하여 흔히 청풍당(淸風堂)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지금 23명의 수행자들이 하안거에 들어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취침할 때까지 하루 10시간씩 참선을 한다. 7~8명은 잠을 자지 않고 철야정진을 거듭하고 있다.
깨달음은 몸을 통해서 오는 것일까. 예불 참선 공양 참선 공양 참선 공양 예불 참선. 일체의 개인 행동은 없고 오로지 묵언뿐이다. 또 범어사
대성암의 각해(覺海)선원에서는 비구니 61명이 하안거에 들어 있다.
통도사 보광(普光)선원에는 현재 29명의 수행자들이 하안거
수행 중이다. 선원을 들어서는 문은 능견난사문(能見難思門). 능히 보기는 해도 그 이치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 이치에 몸으로 닿기 위해 들어가는
문이다. 또 통도사 서운암 무위(無爲)선원에서는 20명의 수좌가,극락암 호국(護國)선원에서는 21명의 수좌가 하안거 참선 수행 중이다.
호국선원은,금강경의 진리는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계셨다'라는 첫 구절에 모두 다 들어있다,라고
설파했던 경봉 선사가 주석했던 곳.
영축총림에는 세 곳 선원에서 70명이 하안거 수행 중인데 물론 토굴 속에서 혼자서 수행하는
이들도 더 있다.
지리산 벽송사 벽송선원에서 정진 중인 월암 스님이 최근 낸 '간화정로'(현대북스 펴냄)의 한 구절. '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이 바로 화두이기 때문에 화두를 참구한다는 것은 일념이전(一念以前)을 참구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일념으로 사량하고 분별할 수 없는
그 자리를 오로지 일념으로 참구하는 데 화두참선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최학림기자 theos@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6. 05.20. 1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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