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기․마음을 조화롭게
심뫼 엄영섭
요즘 사람들은 기(氣)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다. 실제 수련은 해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단전호흡(丹田呼吸)이나 기공(氣功) 수련이 건강이나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84년도에 김정빈의 소설 <단(丹)>이 세상에 나오고부터 단(丹)의 선풍이 불기 시작하여 이제는 단학(丹學)이니 선도(仙道)니 하는 것이 일반인에게 호기심의 정도가 아닌 건강의 차원과 수행의 차원에서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선도 수련을 하고 있는 바 여러 가지 느끼고 얻은 바가 많아 인연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수련의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선도(仙道)는 우리 겨레 고유의 전통적 심신 수련법으로서 몸 공부, 기 공부, 마음 공부를 통하여 개인의 자아완성(自我完成)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현실에 맞게 간단히 말하면 몸 건강해지고 마음 편안해지는 것이다. 단학(丹學)이라고도 일컫는 이 선도(仙道)는 우리 겨레의 3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詮戒經)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천부경은 조화경(造化經), 삼일신고는 교화경(敎化經), 참전계경은 치화경(治化經)이라 하는데 특히 삼일신고의 진리훈 속에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감이 마음 공부, 조식이 기 공부, 금촉이 몸 공부라고 쉽게 말 할 수 있다.
이 3가지 공부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3태극 모양으로 물려 돌아가는데, 쉽게 비유하자면, 몸은 자동차 차체, 기는 차의 부속품이 잘 돌아가게 하는 각종 기름, 마음은 운전사라 하겠다. 차체와 각 부속품이 좋아야 하고, 기름이 좋아야 하고, 그리고 운전사가 좋아야 사고 없이 차를 잘 운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몸․기․마음이 조화로와야 좋은 사람, 즉 이상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심신(心身)을 수련한다고 할 때, 중간 요소인 기(氣)가 빠져 있는데, 이 기에 대해서 알아야 선도에 접근 할 수 있다. 마음 공부는 평소 종교 단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몸공부는 각종 운동이나 체육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에 대한 공부는 단전호흡이나 기공(氣功)수련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현재 우리 나라에는 선도 계통의 각종 기(氣) 수련 단체가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직․간접으로 기 수련을 한 사람은 200만명을 넘고, 기 수련하는 장소만도 1천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선도와 가장 관계 깊은 등산(登山)을 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늘어난 것으로 보아 실로 우리 나라는 선도(仙道)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언가들의 말대로 현대 문명이 가져다 준 위기 상황에서 겨레의 얼로 그 옛날 한․단시대의 대운이 다시 꽃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이 기(氣)라고 하는 것은 우주의 생명 에너지, 힘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기운이 충만할 때 밝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며 기운이 없을 때 귀찮고 짜증이 나고 자신감이 없게 된다. 우리들의 일상 생활 속에는 기와 관계되는 말들이 많이 있다. ‘공기, 전기, 자기, 기운, 기막히다, 기절하다, 기가 차다, 상기되다, 분위기, 기지개 켜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기는 천지(天地)에, 우주 만물 곳곳에 두루 편재해 있다. 그러나 이 기는 물질 차원 그 이전의 존재라 색도 없고,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하며, 각종 현상과 작용으로 나타난다. 이제 서양 의학에서도 기를 인정하게 되었으며, 수련해 보면 푸르스럼한 아지랑이․안개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끈끈하게 만져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는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사용한 수련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 기에는 원기(元氣), 정기(精氣), 진기(眞氣)가 있는데, 원기는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기운이고, 정기는 특별히 단전호흡을 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으로서 음식물을 먹고 호흡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기운이다. 이 정기의 정(精)자라는 글자는 쌀 미(米)와 푸를 청(靑)으로 나뉘는데, 이 미(米)자가 지기(地氣)이며 청(靑)자가 천기(天氣)이다. 즉 천지기운이다. 이 천지기운인 정기가 원기를 도와주지 않으면 생명의 불이 꺼지는 것이다. 진기는 수련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기운으로 마음을 쓰는 데에서 나오는 기운이다. 마음의 수준에 따라 진기의 수준이 달라지는데 이 진기를 터득해야만 힘차고 밝고 맑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선도(仙道)에서는 단전호흡을 통하여 이 생명의 근원에 해당하는 기의 실체를 느낄 수 있으며, 이 기를 축적한 후에 운용(運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단전호흡이란 말 그대로 가슴이 아닌 단전으로 숨쉬는 것을 말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단전에 기를 모으는 호흡을 의미한다. 단(丹)은 기(氣), 곧 생체 에너지를 말하며 또한 정기신(精氣神)을 한마디로 줄여 단(丹)이라고도 한다. 전(田)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밭이라는 뜻이다. 단전은 배꼽 밑 약 5센티에서 배 속으로 약 5센티 들어간 곳으로 우리 몸의 중심 자리이며, 몸안의 에너지를 모아두는 창고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호흡(呼吸)이란 태어날 때 숨을 내 쉬어(呼) 죽을 때 숨을 들이마시기(吸)까지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생명의 기본 활동으로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터득하고 축기(蓄氣)가 되면 아랫배가 충만해지고 전신에 힘이 생기는데 그때 배꼽을 중심으로 허리띠를 돌리는 부분의 경락이 열리면서 기운이 흐르게 된다. 이를 대맥 유통이라고 하는데 선도에서는 대맥을 돌릴 때까지를 단전호흡이라고 한다. 선도수련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바뀌는 과정에 따라 여러 가지 호흡의 단계를 맞이하는데 단전호흡, 체식(피부호흡), 족심식(발바닥호흡)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단계마다 축기과정, 운기과정, 소주천, 대주천의 과정이 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단전호흡법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하겠다.
기공부의 하나인 단전호흡을 하기전에 몸과 마음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초보자는 기혈순환이 잘 되도록 도인체조라는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지극한 정성으로 의식을 단전에 모아 그야말로 정성수련을 해야 한다. 초보자는 누워서 하는 와공부터 많이 시작하지만 일반적으로 앉아서도 많이 한다. 우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허리를 곧게 쭈욱 펴고 어깨에 힘을 빼고 천천히 숨을 내 쉬었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 쉰다. 그 숨을 가슴에 머무르게 하지 말고 단전까지 주욱 내려 보낸다. 들숨이 단전에 들어가 아랫배가 불룩 나왔으면 그 다음 단계는 아랫배가 서서히 꺼져들게 숨을 천천히 내쉰다. 이렇게 호흡을 생활화하다 보면 심신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몸의 떨림 현상인 진동이라든가 기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게 되는 단무(丹舞), 그 밖에 특이 공능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고질적인 질병이 치유가 되기도 하고 집중력이 배가 되어 공부를 잘 하게도 된다. 그러나 수련을 잘 못 했을 때 야기되는 부작용도 더러 있어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단계별로 확실한 방법을 알고 했으면 한다.
얼마 전 ‘파랑새는 있다’라는 드라마에서 눈으로 촛불을 끄고 공중부양을 한다고 쓸데없는 기를 낭비하는 것이 비춰졌는데 선도(仙道)는 그런 것을 공부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초능력을 부리는 초인이나 영웅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기․마음을 조화롭게 하여 깨달음<성통(性通)>을 얻고 하늘로부터 받은 사명을 이 세상에서 다하는 데<공완(功完)>에 있다. 우리 한겨레는 ‘한 (숨)결 사이에’ 존재하는 민족으로 나와 남이 따로 따로 존재하는 민족이 아니라 하나인 ‘우리’로서 존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나를 ‘암’하고 닫아두면 바로 남이 되어 버리는데, 그런 나뿐인 ‘나쁜 사람’이 되지 말고, 우리로서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룬 ‘좋은 사람’이 되도록 우리 겨레 모두가 선도(仙道) 수련을 생활화해야겠다. 오늘날 세계화다 국제화다 하는 마당에 너무 우리 것만 강조하면 국수주의자라 오해도 살 수 있겠지만, 우리는 참으로 얼마나 소중한 정신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한인, 한웅, 단군 시대는 다음으로 미루고라도 고구려 때의 조의선인(早衣仙人) 제도, 신라 때의 화랑도, 고려 때의 도선 사상 등의 그 도맥을 오늘날 일고 있는 선도(仙道)로써 되살려 지구 대환란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겠다. 지금 당장 나부터라도, 작은 것부터라도 늘리 인간 사회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구현에 앞장 서 나갈 때 우리의 장래는 밝을 것이다.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요, 천지 기운이 내 기운이요 내 기운이 천지 기운이며, 천지 마음이 내 마음이요 내 마음이 천지 마음임을 알고, 언제 어디서나 자세를 바로 하고 호흡을 깊고 편안히 하며 마음을 편안히 하여 의식을 단전에 집중시킬 때, 몸에서 신기(神氣)가 발동하며, 진리가 한얼이 되어 우리 머리 속에 내려와 있을 것이다.
1995. 9. 6. 심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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