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글

어떤 교사가 유능한 교사인가 /심뫼(0106)

마음산(심뫼) 2006. 7.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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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사가 유능한 교사인가

                                                                                                                           심뫼 엄 영 섭

1. 들어가며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하여, 교육에서도 변화의 물결과 함께 타개해 나가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시대는 교사의 역량을 크게 강조하게 될 것인 바, 이에 새로운 교육의 위상 정립을 위한 한 방안으로 교사론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시의 적절한 논의가 될 것이다.


2. ‘유능한 교사’와 ‘좋은 교사’의 개념 차이는?

  논의의 주제는 ‘유능한 교사’인데, 이는 분명 ‘좋은 교사’와는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그 개념의 차이에 대해서 짚고 넘어 가야겠다.

  ‘좋은 교사’와 ‘유능한 교사’의 판별 기준이 무엇인가가 문제가 되는데, 이 기준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 기준, 교육관 내지는 교직관에 따라 달라 질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논의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적인 의미로 ‘좋은 교사’는 교사의 자질에서 인성(성품)적인 측면이 많이 강조된 ‘훌륭하다’의 의미, 인간적으로 정이 가며, 교육 자체를 사랑하며, 언제나 사랑이 흘러넘치는 교사로, 주위와의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잘 형성해 가는 쪽으로 존경의 대상으로 해석되며, ‘유능한 교사’는 교사의 자질에서 창의적인 면이 강한 ‘재능 또는 능력이 있다’의 의미, 교육적인 일을 제대로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선망의 대상 쪽으로 해석된다. 또 ‘좋은 교사’라는 말보다는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며, ‘유능한 선생님’보다는 ‘유능한 교사’라는 말이 더 통용되는 점으로 보아, ‘좋은 교사’는 교직을 성직관으로 볼 때 어울리며, ‘유능한 교사’는 교직을 전문직관으로 볼 때 더 어울리는 개념인 것 같다. 또한 우리의 교육법 제 1 조를 통해서 볼 때, ‘좋은 교사’는 ‘인격 완성’적인 측면에서, ‘유능한 교사’는 ‘자주적 생활 능력 함양’이라는 측면에서의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3.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상은?

  모든 것이 시절 인연 따라 작용한다고 볼 때,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사상은 어떠한가가 문제된다.

  요즈음에 와서 ‘좋은 교사’라는 말보다는 ‘유능한 교사’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더 널리 쓰이며 거론되는 상황으로 보아, 이 시대는 그만큼 교사의 인성적인 면보다는 능력 쪽을 강조한 ‘유능한 교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변화의 물결 속에 미래 사회는 다양한 지식분야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평생학습을 요구하게 될 것인 바, 이에 교사는 낡은 교과 지식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습자에 대한 안내, 지원, 상담역할로 변화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교사의 조건으로, 미래를 예견하고 적극 대응하는 교사, 첨단 교육 매체를 잘 다루고 수업에 잘 활용하며 이를 통해 받아들인 지식 정보를 수업에 잘 적용해 가는 교사, 학생들로 하여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영향을 주는 교사,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교사의 자질이 요구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노암 촘스키가 얼마 전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에서 “훌륭한 교사란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진실을 얘기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진실을 깨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진실을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찾아가며, 역사의 방관자로 남지 말고 역사의 참여자가 되라고 한 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이 시대는 교사들에게 변화의 흐름을 알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사의 ‘유능함’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4. 몇 가지 예를 통해 본 ‘유능한 교사’에 대한 문제 제기

  1) 현재와 같은 승진 제도에서 한 교사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일에 염증을 내고, 승진하기 쉬운 장학사와 같은 길로 나서려고 하고, 또 그 길로 들어서서 행정 업무나 본다면, 그리하여 가산점도 얻고, 승진이 빨라 교감, 교장이 된다면, 평교사로서 묵묵히 학생들을 성심껏 지도한 교사들과 비교해서 누구를 더 유능한 교사라고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2) 한 사람은 토익, 토플 등 각종 영어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학연수나 유학까지 다녀와서 회화 능력도 완벽할 정도인데, 다만 제도적 장치에 의한 교사 자격증이 없어 교단에 서지 못하고 학원 강사를 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들어가서 4년이란 제도적인 교육 과정을 이수하여 교사 자격증을 따서 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영어 교사로서 더 유능한가 하는 문제다.

  3) 한 사람은 학생들로 하여금 시중에 나온 참고서를 반강제적으로 다 사게 하여, 문제를 달달 외울 정도로 다 풀게 하여,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능력 있는 교사로 평판이 났는데, 한 사람은 자기 주도적 학습 원리를 강조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하느라, 원리 학습을 시키다 보니 학생들이 교과 내용을 미처 다 소화해 내지 못하여, 성적이 낮았다고 할 때, 학부모나 관리자들은 어떤 교사를 더 선호하게 될까하는 문제이다.


5. 참으로 유능한 교사는?

  위 1)의 문제에서는 승진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교사 평가에 대한 사회 인식론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작용하며, 요즘 거론되고 있는 수석교사제 도입 문제도 맥을 같이 한다 하겠다. 2)의 문제에서는 교과목에 대한 실력만 있으면 유능한 교사가 되느냐, 아니면 교육에는 그 외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의 접근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3)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 가시적인 결과만 놓고 나름대로의 이해관계에서 교사를 왜곡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를 놓고 볼 때, 유능한 교사에 대한 평가는 평가 대상이나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지만, 학생의 입장, 학부모의 입장, 교육 행정가 또는 관리자의 입장, 교사 상호간의 입장에서 비추어 볼 때, 보편타당성을 얻어야만 할 것이다.

  이는 교사의 가르치는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교사의 태도, 가치관, 정서, 성장 배경, 경험, 교육과 훈련 정도 등의 특성들이 복합적으로 어울려 작용하며, 학습자나 교육 환경의 제반 여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참으로 유능한 교사는 제반 상호관계 속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참 되려고 노력하는 교사라고 하겠다.

  

6. 일반적인 바람직한 교사상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바람직한 교사상을 설정해 놓고 이를 거론할 때, 교직에 대한 자긍심과 사명감이 높으며,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교과목이나 교양, 교수방법에 관해서도 전문적인 식견과 실력이 있어야 하며, 언제나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고,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능동적인 적응력을 갖추고, 최첨단 교육 기자재도 잘 다룰 수 있으며, 자기의 완성이나 교육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교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교사로는 1) 모든 일에 열성적인 교사, 2)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어 박식한 교사, 3) 무슨 일에나 협조적인 교사, 4) 자기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 교사로 나타났으며, 좋지 못했던 교사는 1) 신경질적인 교사, 2) 대중 앞에서 개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교사, 3) 비꼬는 교사, 4) 편애하는 교사로 나타났다.

  

7. 결론

  시대의 변화 속에 사회 환경은 지식기반(정보)사회를 강조하면서 창의력과 모험심, 영재 교육, 기업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 정보 기술 인력 개발 등을 강조하며 ‘유능한 교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이 인간관계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인류 행복이라는 이상 실현을 위해 ‘좋은 선생님’으로서의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유능하면서 좋은 교사가 교육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해 가지 않을까 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교사의 자질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연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아름다운 구슬이 이러한 교사의 노력에 의해 잘 꿰어질 때 더욱 값진 보배가 될 것이다. <200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