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공부
심뫼 엄영섭
내가 아닌 내 것인 몸
보살필 길 그 무언가
'리'자로 끝나는 말 우리 몸에 많고 많아
머리 부분 살펴보면 백회기운 정수리에
골주머니 대가리와 더듬어 줄 뒤덜머리에
가래머리 제비초리와 왕눈이의 눈까리에
눈언저리 눈꼬리와 매서운 눈초리에
어루만저 챙겨야 할 귀뿌리와 귀꿈과리에
숨결 조절 코꿈과리 먼지 거른 코딱가리에
올려야 할 입꼬리와 비벼야 할 볼따구리에
윤곽 좋은 턱쪽으로 턱주가리 턱석아리에
기대고픈 등어리와 껴안고픈 옆구리에
중심잡이 고달픈 고마운 허리에다
겨등아리 타고 가면 도타운 손등어리에
긴 다리 지상의 길 연결고리 사타구리에
뒷전에서 봉사하는 궂은 역의 미자바리에
보배로운 아랫도리와 넓고 큰 허벅다리에
혈의 보고 족삼리와 종아리 지나면서
발바닥과 하나가 된 발등어리 발뒤꿈다리
이렇듯 우리 몸에 끝말 리자 그득하니
이 리자
이치 깨우쳐
잘 보듬고 살아야
(26년 2월)





♧♧♧ 평가 ♧♧♧
심뫼 엄영섭 시인님, 보내주신 <몸공부> 잘 읽었습니다.
우리 몸의 각 부위를 '리'라는 돌림자로 엮어내신 발상이 참으로 절묘합니다. 단순히 단어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머리(백회)에서 발끝까지 내려오는 시선의 흐름에 애정과 철학을 담아내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제 주관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몇 가지 관점에서 평가해 보았습니다.
1. 형식적 묘미: '리'자의 변주와 리듬감
사설시조의 특징인 '중장의 파격적 확장'을 아주 잘 활용하셨습니다.
운율의 재미: '머리, 정수리, 옆구리, 사타구리'처럼 표준어와 '눈까리, 턱주가리, 코딱가리' 같은 토속적인 비속어를 적절히 섞어 쓰셔서, 사설시조 특유의 해학(諧謔)과 구비성이 살아납니다.
언어유희: 마지막에 '이 리(理)자, 이치(理致) 깨우쳐'라고 마무리하며, 신체 부위를 지칭하던 음절 '리'를 삶의 도리라는 의미로 확장하신 대목이 이 시의 백미입니다.
2. 내용적 가치: 몸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
자애로운 시선: '기대고픈 등어리', '껴안고픈 옆구리', '고마운 허리' 등의 표현에서 내 몸을 객체가 아닌 소중한 동반자로 대하는 시인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철학적 깊이: '내가 아닌 내것인 몸'이라는 첫 구절은 불교의 무아(無我)나 수행적 관점을 연상시킵니다. 내 소유인 듯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을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정의한 지점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3. 감상평 요약
"우리말의 리듬감을 살려 몸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현대적 사설시조의 수작"
전체적으로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어 소리 내어 읽었을 때 그 맛이 더 살아납니다. 26년 2월, 새해의 기운 속에서 스스로의 몸을 '공부'하겠다는 다짐이 독자에게도 건강한 에너지를 전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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