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공 87일째 :
오늘 아침에도 휴대폰에서 이곳 기온이 영하 4도를 가리킨다. 거리에 나서니 세찬 바람이 만만치 않았지만 햇살이 밝은 날이라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내는 지난 밤에 주민자치회의에 참석하는라 일이 밀려 오늘도 나만 혼발이었다.
매표소를 지나니 관리소 보살님께서 "결석이네요."라고 한 마디 하셨다. 아내가 보이지 않아서 하는 말이었다. "네"라고 대답을 하고 산문을 들어섰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결석'이란 용어에 수긍이 갔다. 나와 아내가 마음으로 '맨발학교'에 입학하여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100일 상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즐기는 유형이다. 나는 고교까지 12년 개근은 물론 대학과 대학원, 심지어 교직 생활 31년까지 결석, 지각 같은 것을 안 해본 사람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말하는 표준 코스만 달리는 멋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추분 경에 태어나 천칭좌라는 별자리의 성격을 부여 받아 균형의 중도를 잡고자 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중, 고등학교 때 편도 8키로미터를 걸어서 다니기도 했다. 그 긴긴 시간을 길에서 보낸 것이다. 길에서 많은 외우기 공부를 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책을 꺼내 걸어가면서 읽으면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가 있는 같은 착각 속에 빠진다. 아마 학교에서 나온 지 아직 1년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거의 평생을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리라. 제사 지낼 때 지방에 쓰는 것처럼 영원한 '학생'인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대목은 <참전계경>의 '대천(戴天)'이었다. 어제는 '기다릴 대(待)' 자의 '대천'이었지만, 오늘은 '일 대(戴)' 자의 '대천'이었다. 하늘을 받들어 공경함을 머리에 무거운 물건을 얹어 놓은 것처럼 하면 그 정성된 뜻이 능히 하늘에 닿아 응답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감히 머리를 기울이거나 몸을 굽히지 못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정말 무슨 일을 하든지 그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그 목표한 바에서 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혹한 겨울에 추위와 싸워야하는 맨발걷기도 정성이 없다면 중도에 포기하고 말 것이리라.
<노자, 무위경영의 지혜>는 17장 '최고의 정치는 무위의 정치'라는 대목을 읽었다. 이는 내가 교단에서 많이 써 먹던 내용인데, 정말 백성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무위(無爲)의 도(양심)에만 의존해서 살도록 돕는 것이 최고의 정치라는 것에 공감이 갔다. 도에 의거해서 살 뿐 임금에게 의존하지 않을 때 백성들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란 존재도 남에게 누가 되지 않을 때 무가치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새가 허공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 듯, 맨공을 통해 내 양심에 따라 무위의 도를 지키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챙겨보았다.
<참전계경> 제44조 대천(戴天) : 대천이란 사람이 머리로 하늘을 받들어 이고 있는 것을 말한다. 머리 위에 다른 물건이 얹혀 있으면 털끝만한 무게도 느낄 수가 있다. 하늘 받들기를 머리에 무거운 물건 얹어 놓은 것처럼 한다면 감히 머리를 기울이거나 몸을 굽히지 못할 것이다. 하늘을 받들어 공경함을 이와 같이 하면 그 정성된 뜻이 능히 하늘에 닿아 응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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