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행복 창조
심뫼 엄영섭
장미 한 송이의 빛깔과 향기가 내 마음과 통할 수 있어서 즐거운 날, 잠시 영축산을 마주하며 상념에 잠겨 본다. 아침 햇살에 찬란히 빛나던 산정의 바위나, 때론 카메라에 담고 싶은 충동을 부르는 고운 빛깔로 물들다 사라지던 서녘 하늘, 때론 많은 구름이 생겨났다 사라지고, 때론 온통 순백의 옷으로 장식하고, 때론 잠시 연두색 빛을 보이다가 짙은 푸른빛으로 정기를 내뿜으며 늘 함께하자던 영축산! 지금도 하늘 한 편에서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쳐들고 동쪽으로 빛을 찾아 나는 형국이다. 그 아래 터전을 잡은 보광이라는 울타리에서 우리 학생들은 비록 짧은 3년간이지만 저마다의 기를 잘 축적하여 꿈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재를 조벽 교수님은 ‘천지인의 인재'라고 한 바가 있다. 이는 하늘같이 활짝 열린 사고력의 창의성, 땅같이 단단한 전문적 기반의 전문성,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능력인 인성을 잘 갖춘 인재를 말한다. 이러한 인재를 배양하는 게 우리 모두의 교육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 새해 벽두에 나는 나의 교육 목표를 ‘소통으로 행복 창조하기’로 정하였다. 여기에서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함, 생각하는 바가 서로 통함이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 다음과 같은 뜻으로 확대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날숨과 들숨을 통해 자신과 우주의 기(에너지)와 소통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의 몸, 기, 마음과의 소통, 다른 사람과의 소통, 그리고 자아와 세계(우주)와의 소통 등으로 말이다. 이를 행복과 결부해 본 것은 막힘의 답답함보다는 통함의 시원함을 누구나가 다 좋아할 것이며,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는 일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실천 기호는 ‘?(물음표)’와 ‘!(느낌표)’이다. '?'는 늘 왜냐고 묻고 생각하자는 의미로, 그리고 '!'는 느끼고 깨닫자는 뜻이다. 이 두 기호를 합치면 ‽가 된다. 이 ‽는 물음느낌표(interrobang, 인테러뱅)라 하며, 감탄과 의문을 동시에 나타내는 비표준 문장부호이다. 이 부호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1962년, 미국의 한 광고대행사 사장인 마틴 스팩터(Martin K. Specter)라고 한다. 이 기호가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이어령 선생이 쓴 <젊음의 탄생>에서,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삼매경>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 물음느낌표와 함께 소통을 행복 창조의 수단으로 삼은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통하여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오늘 날 우리 교육은 모자람을 채워주기보다는 학생들이 나름대로 지닌 빛깔과 향기를 잘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통은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자 하나의 방안이라고 하겠다. 이 소통을 위해 교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웃음을 잃지 않기,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긍정적으로 대하기,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기, 칭찬하기, 먼저 다가가기, 고민을 경청하기, 꿈과 희망을 말하게 하기 등이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잘 가꾸어 가야 할 것이다. 나부터 매달 3권 이상의 책을 구매하여 읽고, 전문가나 명사들의 특강을 많이 듣고, 대화와 토론을 즐기며, 폭넓은 경험과 사유를 위해 활동하며, 글쓰기나 메모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김춘수의 <꽃>에 나오는 구절처럼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어 서로에게 잊히지 않을 눈짓(의미)이 되는 의미부여 행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서로 조화를 잘 이루도록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 교사가 학생들과 보다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매달 학생 개개인과 1회 이상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주고받기를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학생들이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그들과 더 많이 가까워질 수 있고, 그들의 고민을 보다 쉽게 들어줄 수 있는 통로가 되리라고 본다.
세상에는 삼라만상이 있는 것처럼 소통의 길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우리 민족의 경전인 삼일신고(三一神誥) 제5장 진리훈에는 성통공완(性通功完)이란 말이 있는데, 이것이 바람직한 공부의 목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말은 먼저 성품을 트고 공적을 완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교화하는 것이 보살의 공부이듯이 우리 사람들의 공부도 저마다 성품을 통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그 성품을 통하였으면, 비록 다 통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남에게 베풂의 삶을 사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행복을 창조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작은 소통으로 큰 소통이 이어지고, 그리하여 지구촌이 평화로워 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란 것이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공부거리라고 보아진다. 공부는 평생해도 모자라고,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욱 많은 것 같고, 그 끝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통해서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게 되고, 깨달음을 얻게 되고, 진리를 찾아 올곧은 삶을 살게 되는 이로움이 있으리라. 삶을 보다 윤택하고 지혜롭게 하여 잘 살 수 있는 것도 공부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즐겁고, 그러면서 행복을 누린다면 공부란 것이 큰 가치가 있고 큰 축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공부가 세상과 통할 수 있는 소통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 여겨진다.
보광의 뜰에 느티나무가 잘 자라고 있음을 본다. 하늘을 우러러 꿋꿋한 자태를 통해 그 뿌리도 튼실할 것이라 여겨진다. 한동안 짙은 그늘로 매미와 새를 벗하기도 하며, 때로는 단풍으로, 때로는 나목으로 세월의 흐름과 함께하고 있다. 나무는 하늘과 땅을 소통하는 대표적인 물상이다. 그래서 사람을 흔히 나무로 비유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학생들이 저 나무처럼 잘 자라 그들 나름의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세상과의 진정한 소통으로 행복한 삶을 창조해 나가기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접는다.(2011.10.4.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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