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글

세계화 속에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심뫼

마음산(심뫼) 2007. 7. 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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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어느 날에 쓴 글>

세계화 속에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

                                                       심뫼  엄영섭

1. 들머리

 2. 우리 말글살이(언어 생활)의 실태들

  가. 통신 언어 문제

  나. 표준어와 맞춤법, 표준 발음 문제

  다. 들어온 말(외래어, 외국어)에 대한 문제

  라. 영어 열풍 문제

  마. 한자 혼용 문제

  바. 거리의 간판 문제

3. 현행 문법 교육의 문제들

  가. 교육 과정 들여다보기

  나. 문법 교과서 들여다보기

  다. 정책상 문제

   라. 북한의 말과 글

 4.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

   가. 말글 교육의 원리

   나. 말글 다듬기

     (1) 통신 언어 문제에 대한 대책

     (2) 국어 순화 실천 방안

   다. 바람직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펴기

     (1) 소홀한 표준 발음 관리

     (2) 체계적이고 균형 있는 제도 필요

     (3) 통일을 대비한 북한의 말글에 대한 교육

   라. 기계화하기

  5. 마무리

 

1. 들머리

  지금 우리는 유구한 우리 역사는 뒤로 한 채, 서양의 서기를 따라 21세기라 하면서 세계화, 국제화 시대를 살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사회 속에 인터넷, 정보 기기, 교통 수단 등의 발달로 지구촌 그 어디의 소식이라도 바로 접하면서 그와 관련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문화 혼동이나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마저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오늘날 과연 우리가 한국적이기를 바라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성해 볼 시점인 것 같다.

  여기서는 우리 말글살이 쪽으로 범위를 좁혀 그 문제점이 무엇이며,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에게는 세계 그 어디에 내어놓아도 자랑스런 우리의 말과 글이 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러준 가장 값지고 고귀한 것으로 우리 겨레가 세계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고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교육의 위기 상황과 함께 우리의 국어, 특히 말글(문법) 교육에서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영어 공용어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남북 분단상황 속에서 언어의 이질화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으며, 아직껏 한자혼용 문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오늘날 청소년들의 말속에는 서구 외래어를 선호하여 언어의 서구화, 광고에 영향을 받은 말투, 높임법에 대한 표현 부족, 약어, 은어, 유행어 및 비속어 등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헝클어진 국어 발음, 맞춤법을 무시한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신조어에 의한 비표준어 사용 등도 두드러지게 나타나 우리말글에 대한 정체성의 위기를 더 해 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 말글살이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바로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교육이 의도적인 계획과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이는 반성의 소지가 되며, 그 해결책 또한 바른 교육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우리말글살이의 실태를 통신 언어 문제, 표준어와 맞춤법, 표준 발음 문제, 들어온 말(외국어, 외래어)에 대한 문제, 영어 열풍 문제, 한자 혼용 문제, 거리의 간판 문제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게 된 요인을 현행 문법 교육의 문제점으로 간주하여 교육 과정과 문법 교과서, 정책상 문제, 북한의 말과 글로 나누어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말글교육의 원리, 말글 다듬기, 바람직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펴기, 기계화하기 등으로 나누어 강구해 볼까 한다.

 

2. 우리 말글살이(언어 생활)의 실태들

 가. 통신 언어 문제

   컴퓨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인터넷 혹은 PC 통신에서의 대화방, 게시판 등의 공간은 이제 젊은 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통신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음으로써 통신언어는 방송언어나 신문지상에 사용되는 언어 못지 않게 사회 구성원의 언어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통신언어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제약 및 특성에 의해 일상의 언어와는 다른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 용어가 외래어 중심으로 표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컴퓨터 통신에서는 외래어, 특히 영어가 상당부분 대화의 일상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대화방에서는 될 수 있으면 빠르게 자신의 의사를 문자로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축약어가 많이 쓰이며, 동시에 소리 나는 대로 표현을 하기 때문에 언어의 변형이 쉽게 일어나고 있다.

  그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인가니(인간이), 마자마자(맞아맞아), 조아(좋아), 방가(반가워), 칭구(친구), 추카추카(축하축하), 넘넘 궁금해여. 갈쳐주스(너무너무 궁금해요, 가르쳐 주세요), 고룸 20000 안냐게세여(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등”

   이러한 문제는 우리 말글살이에 혼란을 초래하며, 기성 세대와의 상당 부분 의사 소통의 장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언어의 오용 못지 않게 사이버 언어 폭력도 심각하다.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E-mail 및 대화방이나 채팅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일부 학생들의 게시 내용 및 대화 내용 중에서 상스러운 욕설과 인격모독 혹은 비방하는 글들을 올리는 것도 우리말글을 해침과 동시에 사회의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 표준어와 맞춤법, 표준 발음 문제

  언어는 하나의 약속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지켜야 하듯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서로간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규범에 맞는 바른 말과 글은 교양인으로서 지켜야 할 필수적인 것이며, 사회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다음은 지난 4월 27일 국어능력인증시험(KET)을 주관하는 재단법인 언어문화연구원의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소개된 한 고교생의 글이다.

지금은 세상이 참 조아진걸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삼 느끼게 돼었다.”

  이러한 잘못은 위에서 언급한 통신 언어상의 잘못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학생들의 글을 대하다 보면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요즘 학생들은 글을 적을 때 맞춤법을 무시하고 소리나는 대로, 자기 편한 대로 적고 있다. 이러한 입말 투의 표현이 늘어나는 등 학생들의 말글살이가 표준어와 맞춤법에서 벗어난 형태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에서의 언어오용사례는 너무나 많이 나타난다. 표준 발음 규정에 어긋난 발음과 잘못된 어휘, 비속어?은어?유행어 등의 남발은 큰 문제가 된다.

  이미 정보화의 거센 물결이나 각종 매스컴들이 청소년들의 사고 방식을 강하게 지배해 버렸다고 할까? 그들의 언어에는 비어, 속어, 은어, 욕설 등이 함부로 쓰이고 있으며, 다음에 언급할 외래어, 외국어가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다. 또한 높임표현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한 두 시간의 문법 교육(문법이 고등학교에서는 선택 교과라 선택되는 학교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 국어교과서에 실린 것만이 가르쳐지고 있는 실정임)으로는 학생들에게 우리말글에 대한 바른 길을 제시하기에 역부족이며, 그들 역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말글에 대한 규범을 지킨다는 것이 그들의 관심밖에 있다.

  

 다. 들어온 말(외래어, 외국어)에 대한 문제

  우리에게 없는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에 대한 말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올 때는 그 음성 형식까지 빌리기도 한다. 이는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문화 사대주의를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다음 한 사례를 들어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한 올드 미스가 있다. 패션 스토아에서 바겐 세일 기간에 산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 목에는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그 여자는 보이 프렌드를 늘 레스토랑 ‘카사블랑카’에서 만난다. 거기서는 대개 치즈를 듬뿍 넣은 피자와 밀크 셰이크를 주문한다. 그리고 디제이에게는 ‘예스터 데이’를 청해 듣는다.

  이를 보면 문제되는 말에 상응하는 우리말을 찾기 어려운 것과,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말로 능히 바꾸어 쓸 수 있는 것들까지도 들여온 말로 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말에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언어 사대주의에 의해 국어를 아끼는 태도가 없었고, 국어 발전을 위한 과학적 연구나 정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순수 국어의 발달을 꾀하지 못하고 생활 속에 외국어 및 외래어가 범람하는 결과를 불러들이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우리 겨레의 창조적 정신 활동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여, 결국 얼빠진 민족으로 타락하고 말 것이며 강대국의 속국이 되어 구차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라. 영어 열풍 문제

  지금 우리 나라는 세계화라는 말과 함께 조기 영어 교육의 열기, 나아가 영어 공용화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영어에 대한 열기와 열풍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되며, 이에 대한 올바른 방향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질곡에서 영원히 헤어나기가 힘들다.

  영어는 이제 우리에게 단순히 한 외국어에 그치지 않고 국제 공통어가 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그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때 서양에서 라틴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었던 것과 같이 영어가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세계 공통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의 중요성에 다른 생각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어의 중요성이 정부로부터 강조되어 영어를 잘 하면 그 나라는 선진국인양 인식되고 있으며, 영어를 모르면 국제 사회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국민 모두가 영어를 공용어로 해서 많이 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에 우리 국민 절대다수는 ‘영어 실력이 곧 국력’이라는 생각에 쉽게 공감하며, 잘 되지도 않는 영어 공부를 하느라 막대한 돈과 힘을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어 열풍에 대한 냉정한 반성과 함께 영어 교육에 대한 바른 가닥을 잡아나가야 하는 것은 정책적인 문제이다. 영어 공용화에 국민의 반수 이상이 찬성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인된 것 같다. 인터넷만 해도 한글 야후 같은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영어 실력과 별 상관없이 정보를 검색,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공용화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다. 문제는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 방식에 있다. 초등학교까지 확대 교육하는 것보다는 영어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 하나의 대책으로 정부 관서나 기업체에서는 과거 조선조의 역관 제도와 같은 외국어 전문직 제도를 도입해 보는 것이다. 외국어 관련 업무는 그들이 맡아서 전담하고 나머지는 각자 고유의 업무에 전담하게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 본다. 일반 국민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함양(해독 능력)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배우고, 전문가들은 그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사소통 능력)로 배우게 하는 방안이다.


 마. 한자 혼용 문제

  아직 우리의 말글살이에 큰 문제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 한자 혼용 문제이다. 아직 한자가 우리 조상이 만든 우리 글인지 중국의 글인지 분명하게 규명이 안 된 것 같고, 훈민정음이 나오기 전에도 3세 단군 가륵 임금 시대에 우리 글자인 ‘가림토’ 문자가 있었다는 설이 ‘한단고기’(아직 야사로 취급하고 있어 문제이지만)에 전하지만 정설로 된 것은 아니다.

  한자가 어디서부터 기원되어 사용되었던 간에 우리에게는 우리의 자랑스런 말글이 있다. 고려속요 같은 뛰어난 문학도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우리 글로 기록되지 않았던들 지금 우리는 그 맛을 살려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이나 학문용어에도 우리말글만 가지고 쓴다 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과도기적인 상황이라 상용한자 1천 8백자를 만들어 쓰지 않을 수 없으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문화와의 단절성을 얘기하며, 또 어떤 이는 한글이 가진 소리글자에 뜻을 지닌 한자를 섞어서 쓰면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정부에서는 한자 병기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 동안 한자 혼용론이 끊임없이 불거져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우리말의 세계화는커녕 이미 이 땅에 가득 찬 영어 밀물에 대한 대비나 이에 맞설 논리개발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이제 영어 공용문제까지 대두된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1945년 광복 뒤 한글전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국어 정책의 큰 줄기가 옳았음이 그 동안 쌓은 여러 성과 즉, 우리의 언어 생활, 정보의 한글화, 글쓰기의 기계화, 경제 발전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알 수 있다. 조선 500년의 한자 서적을 합친 것보다  광복 뒤 50년 동안의 한글서적 출판과 정보량은 이를 입증할 것이다. 또한 우리 신문을 예로 들어보면 최초로 <한겨레신문>이 한글 전용을 잘 할 때, <조선일보>에서는 한자 쓰기를 강조하고 한자가 없이는 글자살이가 당장 잘못될 듯이 떠들어 오다가, 컴퓨터 보급과 함께 한글 쓰기 추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슬그머니 한글로 가로 쓰기를 하며 컴퓨터 편집체제 속으로 들어간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한자 교육이나 한문에 대한 교육은 한글전용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져야겠다. 이를 통해 전통 문화의 연속성을 현실 상황에 맞게 이어 받으며, 우리의 얼도 계속적으로 계승되게 해야겠다. 그런 한편 일상생활에서는 한자로 인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한글전용만의 생활이 이루어져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말글을 좀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으며, 국민 전체적으로 우리말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나아가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교육과 계도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한자를 떨칠 수 없다고 자꾸 한자로 표현하다 보면 그만큼 순우리말의 위축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가령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 제목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줄 때에도 바로 ‘님 그리움(생각)의 노래’로 제목이 되어 있다면, ‘님’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 외는 별로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다.


 바. 거리의 간판 문제

  요즈음 거리를 나서 보면 어법에 맞지도 않고, 어디서 온 단어인지도 알 수 없는 각종 상점의 간판, 광고, 표지들이 너무나 많다. 이는 우리 말글살이의 현 주소를 말해 주는 것이다.

  이상한 상호로 정체나 국적 불명의 간판들을 버젓이 달아 놓고 장사하는 우리의 의식이 문제인 것이다.

  얼마 전 같은 조건 아래에서 순우리말로 된 음식점의 수입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반가운 기사를 대한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거리에는 온통 이상한 말 일색이다.

  그 예로 다음을 들 수 있다.

   * 어원을 무시한 상호: 있다리아, 맛도리아, 만나리아, 사랑스, 부럼스, 볼카노 등

   * 맞춤법이 무시된 상호: 유니나(윤이 나), 이버바(입어 봐), 모드니에(모든 이에),

       나드리(나들이), 누네띠네(눈에 띄네), 머그면(먹으면), 나와꾸나(나왔구나) 등

   * 외래어와 섞어서 쓰는 말: 00가든, 00센타 등

   * 식당 차림표 등에 잘못 씌어진 어휘: 찌게(찌개), 육계장(육개장), 안주 일절(일체) 등

   * 기타: 어서 오십시요(어서 오십시오) 등

  이러한 문제는 언어 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우리말글을 위축시키며, 비뚤어진 외국 어 선호 의식을 낳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 사대주의를 낳게 되며, 주체성 없는 국민이 되어 경제 발전 등 모든 면에도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 노력 없이는 우리의 장래가 어둡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신문, 방송, 잡지 등의 언론 매체는 이의 시정을 위한 노력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바른 길로 계도해 나가야 하겠다.


3. 현행 문법 교육의 문제들

 가. 교육 과정 들여다보기(고등학교를 중심으로)

 

  (1) 제6차와 제7차 국어과 교육 과정에 개설한 국어 교과 과목의 성격과 단위 수

과목

제 6 차

제 7 차

성격

단위 수

성격

단위 수

국어

공통 필수 과목

10

국민 기본 공통 과목

8

국어 생활

 

 

일반 선택 과목

4

화법

과정별 필수 과목

4

심화 선택 과목

4

독서

4

8

작문

6

8

문법

4

4

문학

8

8

  

  (2)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과정 ‘국어’과 중  ‘국어 지식’ 교육 내용 체계

영역

내  용

국어 지식

*국어의 본질

 -언어의 특성

 -국어의 특질

 -국어의 변천

*국어의 이해와 탐구

 -음 운   -낱 말

 -어 휘   -문 장

 -의 미   -담 화

*국어에 대한 태도

 -동 기   -흥 미

 -습 관   -가 치

 

* 규범과 적용

 -표준어와 표준 발음   -맞춤법     -문법

  

  (3) 문법 과목의 신.구 교육 과정의 비교

구 분

제 6차 교육 과정

제 7차 교육 과정

비 고

교육과정의 구성 관점

*‘국어’과목의 국어 지식 영역 내용의 심화로 구성

*‘과정별 필수 과목’의 성격에 적합하게 구성

*‘국어’과목의 국어 지식 영역 내용의 심화로 구성

 

*‘심화 선택’과목의 성격에 적합하게 구성

-과목 선택형 수준별 교육 과정의 ‘심화 선택’과목의 성격에 적합하게 구성

-국어의 구조와 체계에 관한 지식의 활용 강조

성 격

?국어에 관한 지식 학습과 국어의 정확한 사용 능력과 국어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태도의 함양 교과

?국어에 관한 지식 학습과 국어의 정확한 사용 능력과 국어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태도의 함양 교과

?

목 표

?현대 국어의 이해, 효과적인 국어 생활 영위, 국어의 순화와 절전에 관한 목표 설정 제시

?문법 과목의 ‘전문’과 ‘하위 목표(국어의 가치, 효과적인 국어 생활 영위, 국어 사랑과 발전에 관한 태도)’로 구조화

-과목 목표 체계의 개선

-국어의 문화적 가치 관련 목표 신설

내용

체계

?교육 내용을 ‘언어의 본질과 국어의 특질’, ‘국어의 이해’, ‘국어 사용의 실제’의 세 범주로 구분, 체계화

?교육 내용을 ‘언어와 국어’, ‘국어 알기’, ‘국어 가꾸기’의 세 범주로 구분, 체계화

 

-앎을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국어 생활 영위에 필요한 내용을 강조한 내용 체계 구성

 

영역별

내용

?내용 체계의 하위 내용  간의 상호 관련성 부족

 

?‘이해’중심의 ‘내용’제시

?내용 체계의 ‘이론’과 ‘실제’ 범주의 교육 내용을 유기적으로 관련지어 제시

?‘내용’과 ‘행동’을 결합하여 목표 형식으로 제시

-내용 체계의 교육 내용 범주의 관련성 강조

 

 

 

방 법

?교수?학습 계획 수립에 필요한 포괄적인 지침 제시

?교수?학습 계획 수립에 필요한 지침의 구체화 제시

-교수?학습 방법의 원리로서 탐구 활동 강조

평 가

?평가 계획 수립에 관한 포괄적 지침 제시

?평가 계획 수립에 관한 일반 지침과 탐구 능력과 태도형성에 관한 평가의 강조점  제시

-학교 문법에 관한 단순 지식 평가 지양 강조

 

 (4) 보완점

  위에서 제 6, 7차 교육 과정의 내용 체계를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제 6차 교육과정에 설정된 ‘국어의 특질과 변천’이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어와 국어 문화’로 대체되고, 제 7차 교육과정에 새롭게 ‘국어의 어휘’ 내용이 설정된 정도이다.

  아직 고등학교에는 7차 교육 과정의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 몇 가지 내용이 보완되어야 하리라 본다.

 ? 언어와 국어 영역에서는 국어의 문화사적 위상을 훈민 정음의 과학성과 독창성을 통해 자각시켜야 할 것이다.

 ? 국어 알기 영역에서는 ‘문장의 구성 요소와 짜임새’에 대한 내용이 보완되고 ‘국어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도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국어 가꾸기 영역에서는 ‘정확한 국어 생활’을 위해서라도 ‘표준어와 맞춤법’ 교육 이외에도 ‘외래어 표기법’과 ‘국어 로마자 표기법’(2000년 7월에 새로운 로마자 표기법이 개정 고시되었지만)에 대한 내용도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바르고 정확한 문장 사용을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서 ‘작문’을 통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 문법 교과서(고등학교 6차 교육과정) 들여다보기

  1996년 제 6차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용 문법 교과서가 나와 현재 교육 중에 있다. 기존의 문법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단원과 ‘바른 언어 생활’, ‘표준어와 맞춤법’ 단원이 새롭게 설정되었다.

  (1) 이 문법 교과서의 특징을 김광해(1997)님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문법 지식을 주입식으로 나열, 제시하기보다는 국어 사용의 실제 영역에 지면을 할당하여 실질적인 보완을 꾀하였다.

  ? 최근 국어학의 일각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담화, 화용론의 내용을 수용하여 ‘이야기’ 단원을 독립적으로 설정한 것은 언어학의 발전적 추이를 반영한 매우 적절한 것이다.

  ?문법 교과서는 각 단원이 새로 시작할 때마다 학습 목표와 준비 학습을 두었고 각 장의 본문 내용이 끝나고 나면 학습 활동, 학습 활동 도움말을 두었으며, 각 단원의 끝에는 단원의 마무리, 단원의 마무리 도움말, 심화 학습을 두어 탐구 학습을 위한 효과적인 편재로 이루어졌다.

  (2) 이 문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 언어의 본질과 국어의 특징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국어 교과서에 언급되었다 하더라도 문법 교과서에서도 강조되어야 하겠다.

  ? 문법 용어가 통일되지 않아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입술소리, 혀끝소리, 구개음, 연구개음, 목청소리”라고 쓰는가 하면, “사동문, 피동문, 이어진 문장, 안은 문장, 안긴 문장”등으로 고유어와 한자어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 ‘옛말의 문법’이 부록으로 실려, 자칫 현대 문법만 가르치면 되는 것으로 취급될 소지가 있다.

  ? 국정 문법 교과서가 ‘규범 문법’의 성격을 띠다 보니까 국어 현상에 근거한 다양한 시각에서의 합리적인 해석이 처음부터 봉쇄되어 학생들이 문법 과목을 암기 과목처럼 생각하는 부작용이 있다.

 

 다. 정책상 문제

  언어는 언중들의 약속이기 때문에 한 개인에 의해 마음대로 바뀔 수 없다는 것이 언어의 사회성이며, 언어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언어의 역사성도 언어의 본질적 특성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사실이 이러하므로 말글살이에 문제가 발생하며, 특히 기성세대와 청소년들 간에 언어의 이질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그러나 요사이 청소년들의 언어 실태가 그 정도를 지나쳐 위험한 지경에 처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 세대들의 언어 문화가 이러한 지경에 놓여 있음에도 우리는 그 동안 너무나 무심하게 문제를 대해 왔던 게 사실이다. 목소리를 높여 우리의 언어예절을 가르치는 어른은 찾아보기 어렵고, 표준어와 맞춤법 등 언어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으로 방관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사회에서는 학교로 책임을 넘기고, 학교에서는 방송 등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언어가 사고와 인식의 틀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우리의 이러한 미온적인 대책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새로운 언어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려는 의식이 형성돼야 함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언어정책이 마련돼야 하겠다. 바른 언어 정책을 제시하고, 상당 부문 시간을 할애하여 바로 잡아 나가야 하겠다.

  ‘국어 사랑, 나라 사랑’이라는 말이 헛된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되도록 해야겠다. 우리의 나라 사랑은 국어를 지키고 가꾸는 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도록 해야겠다.

 

 라. 북한의 말과 글

  최근 우리는 남북 통일에 대한 강한 기대로 살고 있다. 정부 고위층이 남북을 오가며, 금강산 여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의 관계도 많이 호전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6차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북한의 말과 글이라는 단원이 있는데, 북한 언어에 대한 실상을 알고 통일을 대비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 측면에서 아주 유익한 단원이다.

  국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 중에 하나이며, 각 지역의 문화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어, 국어 내에서도 공통적인 특징과 더불어 개별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남과 북의 언어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그 동안 남북 언어의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을 강조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달라진 것보다는 같은 것이 훨씬 많음을 전제해야 하겠다. 통일 문제를 눈앞에 둔 우리는 이질성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겠지만 동질성을 확인하여 그것을 넓혀나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은 한겨레이며, 우리의 언어 또한 같은 뿌리이다. 언어는 우리의 얼을 하나로 묶어주는 원동력이다. 진정한 민족 통일은 국토의 통일이 아니라 정신적인 통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

가. 우리말글 교육의 원리

  그 동안 문법 교육 방법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어느 정도 나오고, 원리도 세워 졌다. 그 동안 연구 성과에 비추어 보면, 교사는 학생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문법에 대한 지식을 ‘가르쳤기’ 때문에 문법 교육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스스로 깨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결국 문법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말의 구조나 신비를 깨우쳐 주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언어 직관이 강조된다. 이 언어 직관은 주어진 문장이 문법적이냐, 아니냐, 애매하냐, 의역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언어 틀이다. 예컨대 학생들에게 “너 지금 자고 싶어라.”를 보이면 즉시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실제 우리말글 교육에서 해야 할 몇 가지 원리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까닭 깨우치기

  말글 교육에서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첫째, 학생들에게 교육 내용에 대한 까닭을 분명하게 깨우쳐 주는 것이다. 학생에게 교육 내용을 깨우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어떤 교육 내용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예견하는 작업이다. 어떤 단원에 대한 학습 까닭(단원 설정에 대한 이유)을 깨치는 일이야말로 그 학습 내용에 대한 테두리를 정해주고, 교사와 학생이 모두 그들이 행하고 있는 학습의 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과연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깨우쳐 줌으로써 학생에게 바른 의식을 더욱 넓게 효과적으로 깨우쳐 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제까지 이 학습 내용에 대한 ‘까닭 깨치기’에 소홀히 해 왔기 때문에 교사나 학생이 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지엽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지나치게 힘과 시간을 낭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까닭 깨치기가 교육의 중요한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2) 예문, 자료 만들기

  지금까지 우리말글 교육은 언어 지식이나 문법 지식을 먼저 설명하고 거기에 맞는 보기를 찾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이를 반성하면서, 우리말글 교육이 ‘학생 스스로 깨치는 언어 교육’이어야 한다고 할 때, 언어 교육의 방법 또한 거기에 맞게 고안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학생이 스스로 깨친다’라는 것은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해 주는 예문이나 자료가 설명에 앞서 제시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그 제시된 예문이나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학생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말이 가진 신비로움이나 어떤 규칙성을 깨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예문이나 자료들은 규범에 맞고, 쉽고 일상적이어야 하며, 체계적이며, 다양해야 할 것이다.

 (3) 물음 만들기

   이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예문이나 자료를 통해 학생들이 깨친 신비나 질서를 정리하여 그것을 학생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물음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의도적이고 계획된 물음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야 하며 그로 인해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는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사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 또는 학생 스스로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활동이 이루어 져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현상 그대로 인식하지 않고 ‘만약~하다면’, ‘만약~이라면’ 하는 가설에서 물음이 시작되어야 하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한 쪽으로 얽어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어떤 물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공통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정리하고 묶어 줄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문법임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따라서 ‘물음 만들기’에서 챙겨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 항상 학습 목표를 머리에 두고 그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계획된 물음이 되어야 한다.

  ? 제시된 예문이나 자료를 충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음이 되어야 한다.

  ? 학생들의 흥미를 이용한 물음이 되어야 한다.

  ? 학습 대상의 수준에 맞는 물음을 만들어야 한다.

  ? 학생 스스로 언어 질서나 규칙을 정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물음이 되어야 한다.

  ? 물음의 풀이말(서술어)을, “-알아보자. -생각(상상)해 보자. -정리해 보자. -조사해 보자. -찾아보자. -비교 해 보자. -발표해 보자. -도표로 만들어 보자. -설명해 보자” 등과 같이 하여 수업을 교사나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장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4) 규칙 깨우치기

   이제는 앞에서 설명한 물음을 통해 학생 스스로 언어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질서나 규칙을 깨치고 그것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어에 대한 모든 신비를 생각 그 자체로 끝내지 않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규칙 깨우치기는 학습 활동을 즐겁게 할뿐만 아니라 말글살이에 대한 바른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와 함께 규범을 챙겨 길들이는 일 또한 가능하게 될 것이다.

 (5) 규범 길들이기

   여기에서 뜻하는 ‘규범’은 일반적으로 ‘문법’으로 알고 있는 언어 사실에 대한 보편적 규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의도적으로 길들여야 하는 말본, 그리고 실제 잘못 쓰이고 있는 말, 어떤 사회, 계층에 따라 달리 써야 하는 계획된 말, 바르고 고운 말을 실제 언어 생활에서 효과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규범이 익혀져야 좋은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나. 말글 다듬기

(1) 통신 언어 문제에 대한 대책

   (가) 기술?제도적 대응

통신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변형 및 폭력에 따른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대응으로는 현재 사용 중인 욕설 차단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채팅 서버에 욕과 비속어, 성(性)과 관련된 용어 등을 차단하는 필터를 내장해 네티즌들이 채팅을 할 때 이 용어들을 사용하면 ‘바른말을 사용합시다’와 같은 경고문을 내보내고 전송을 차단하는 것이다.

통신상의 언어 변형에 따른 역기능 방지를 위한 법적인 대응은 성격상 용이하지 않다. 다만 제도적인 대응으로 끊임없는 계도가 이루어져야겠다. 각종 매스컴에서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개선 교육에 힘써야겠다.

   (나) 지도 대책

   ? 학교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에 표준어법의 언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 통신 언어와 표준 어법을 비교하는 학습지도를 실시한다.

   ? 교사도 통신 언어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학생들의 통신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게시판        이나 채팅 등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 학생들에게 변형된 언어의 사용은 올바른 한글 사용에 저해가 됨을 주지시킨다.

   ? 외래문화의 급속한 유입 속에서 올바른 한글 사용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킨다는 맥락에서 지도한다.

   ? 올바른 한글 사용은 학생들을 포함하여 국민 모두의 동참으로 가능함을 주지시킨다.

   ? 언어 폭력과 허위 비방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강조하여 지도한다.

 

 (2) 국어 순화 실천 방안

  (가) 우리말글 가꾸기(국어 순화)의 필요성

   ? 우리말글은 민족정신의 반영이며 민족 결속의 원동력이므로 국어 순화가 필요하다.

   ? 민족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국어 순화는 필요하다.

   ? 사상과 감정을 원만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해 국어를 순화해야 한다.

   ? 바람직한 언어로 말글살이를 더욱 원만히 하기 위해 국어 순화가 필요하다.

 

  (나) 실천 방안

  국어 순화의 방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겠으나 원리적인 면에서 몇 가지 거론해 보고자 한다. 현행 국어 교과서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교육을 해 보지만 역부족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는 우리 국민의 공통 과제로서 다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첫째, 국어에 대한 의식 개혁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의식이 제일 문제인 것이다. 스스로 업신여길 때 남이 그것을 인정해 줄 리 만무하다. 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국어는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의 모어(母語)로서 다른 외국어와 바꿀 수 없는 것이며, 훌륭한 체계를 지닌 언어이다. 따라서, 국어를 비하(卑下)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저속한 언어 활동이 저열한 인격의 반영이며, 외래어의 남용이 주체성 없는 지식인으로 규탄되는 의식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국어에 대한 자긍심(自矜心)을 가지고 바람직하지 않은 언어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의식 혁명이 일어날 때 국어 순화의 터전은 마련될 것이다.

  둘째, 국어 순화는 언어 정책으로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1970년대 후반 나라에서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하듯 국어 순화 운동은 국가적인 언어 정책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부 기관, 일부 인사에 의해 추진되어서는 실효성이 없다. 한글날 기념 행사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큰 행사도 필요하리라 본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고 사회에서는 아무렇게나 해도 관계없다면 현재처럼 많은 문제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셋째, 국어의 통일을 꾀하고 이를 교육에서 적극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국어는 아직 통일되지 못했다. 일상 언어 생활은 방언이 난무하는가 하면 표준어는 제대로 사정되지도 못했다. 따라서, 하루 속히 국가적으로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어 교육은 국어 교육 본래의 궤도에 접어들어 바른 언어 생활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학습자를 교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통일된 말에 의한 교과서가 잘 꾸며져야 한다.

  넷째, 신문 방송 등 대중 매체가 국어 순화에 앞장서고 솔선 수범해야 한다. 언어는 불역성(不易性)과 함께 가역성(可逆性)을 지니고도 있다. 오늘날 우리의 말글살이가 이렇게 된 것은 상당 부분 대중 매체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대중 매체가 솔선 수범함은 말할 것도 없고, 계도 구실을 하여 국어 순화를 꾀하도록 할 일이다. 매스컴이 부당한 외래어를 도입하는 것 같은 경거망동을 삼가고, 국어 순화에 앞장서서 언중을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중 언어(二重言語) 사용의 지식인은 외래어의 도입원이 되므로, 이들은 외국어로 말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외국어 내지 외래어를 국어에 함부로 섞어 쓰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 이들 지식인의 언행(言行)은 곧 일반대중에 파급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사회의 안정 정화(安定淨化)를 꾀하도록 한다. 우리 속담에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인심을 베풀게 된다는 말이다. 목에 풀칠하기 어려운 사람, 삶에 시달려 악만 남은 국민, 불신 사조 속에 허덕이는 언중은 흔히 거칠고 속된 말이나, 욕설 같은 것을 입에 담게 마련이다. 이에 반해, 언어 사회가 안정되고 정화되면 자연 곱고 순한 말을 쓰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요소를 정화함으로 곱고 부드러운 언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의 안정 정화를 위해서는 또한 언어의 감화적 용법 및 사회적 용법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생략하고 국민 각자의 의식 문제를 누누이 강조하고 싶다. 이상한 말을 쓰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쓰고도 어떻게 부끄럼 없이 태연하게 살아가는지? 왜 요즈음 학생들의 입에서 욕설이 그토록 난무하는지 국어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바르고 고운말 사용은 교양인으로서의 기본 자질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활력소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세계화 시대 우리말글에 대한 사랑은 세계시민으로서의 가장 기초적인 자질일 것이다. 사회가 불안해서 이런 현상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강한데 거꾸로 언어의 안정을 찾아서라도 사회의 안정을 꾀해야 할 것이다.

 

다. 바람직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펴기

(1) 소홀한 표준발음 관리

  표준어와 맞춤법 관리 보급도 중요하지만 표준 발음법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방향 설정도 확실히 이루어져야겠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매체를 통한 끊임없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겠다. 이를 관장하는 기관을 설치하여, 연구 보급은 물론 감시, 지도를 특별히 해 나가야 하겠다. 교통 순경이 교통지도를 하듯 방송 진행자들의 표준발음에 어긋난 발음과 잘못된 어휘, 비속어?은어?유행어 남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지도해 나갔으면 한다. 학교에서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의한 지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겠다. 필자도 국어교사이지만 표준발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이에는 상당부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를 개선코자 노력 중이다. 학교에서 교육의 한 방편으로 한국방송공사에서 나온 ‘표준발음과 낭독’ 오디오테이프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그 영향력에 대해 늘 역부족임을 느낀다. 그래서 한국어도 영어 토익이나 토플 형태의 시험처럼 발음이나 악센트?억양 등이 중시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국가적인 시험형태나 입시에 반영되어서라도 강조되었으면 한다.

(2) 체계적이고 균형 있는 제도 필요

  세계화?정보화시대에서의 국어능력이란 체계적인 사고과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줄 아는 총체적인 언어능력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도 ‘도구로서의 언어’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언어’에 대한 이해와 표현 능력의 측정도 중요하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과 내용을 지도하다 보면, 제일 관건이 대입에 대한 반영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제다. 현행 대입 수학능력 시험의 언어영역에서 듣기 10%, 쓰기가 10% 나오는데 비해 읽기가 80%나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균형 있는 형태의 시험 출제가 필요하리라 본다. 가령 바른 말 사용에 대한 문항 수를 늘리게 되면, 자연적으로 교사나 학생들의 관심이 더하게 되어 이에 대한 대비 내지는 교과 반영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3) 통일을 대비한 북한의 말글에 대한 교육

  통일을 대비한 시대에 북한의 말과 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앞에서도 거론해 보았지만 사실 통일은 우리의 숙원 사업이다. 그러한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말글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에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남북 언어의 이질성과 동질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념이나 제도에 관련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동질적 요소가 많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질성의 문제를 극복하는 문제를 생각하여야 한다. 이질성의 극복을 위해서는 이질화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극복의 문제도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적응의 과정이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최종적으로 선택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적응의 과정은 북쪽의 문헌이나 신문을 본다든지 텔레비전, 라디오를 시청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극복의 원초적인 단계이다. 급한 일은 일상용어와 전문용어를 포함하는 남북한의 ‘대조 사전’이나 ‘공동 사전’ 편찬작업이다.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에 반영하여 계속적으로 남북한 언어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육을 진행함으로서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대비가 되도록 해야겠다.

 

 라. 기계화하기

  한글 학회에서의 주장이 “글자 생활을 기계로 하자.”이다. 타자기 시대부터 거론된 기계화의 여지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더욱 넓어졌다. 우리 한글은 기계화에 아주 적합하며, 앞으로 자동 기계 번역이나, 말까지 디지털화가 되면 진짜 한글의 기계화에 성공했다 할 것이며, 또한 우리 한글은 충분히 그런 가능성이 있는 글이다. 이러한 문제가 잘 해결되면 그 동안 우리가 애써 노력해 왔던 외국어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요즈음 휴대 전화기에서도 문자메시지 보낼 때, 우리말글은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데, 이러한 우수성을 더욱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5. 마무리

  이상으로 세계화 속에 우리말글이 나아갈 길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우리말글에 대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은 그 동안 우리의 문법 교육이 본질과는 다른 길로 걸어 왔으며, 언어 정책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말글 교육의 본질적 의의는 언어사용의 기능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말글(언어 또는 국어)에 대한 의식을 더욱 깊고 넓게 깨우치게 하는데 있다. 나아가 인간 질서와 우주 질서를 깨치는 일임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깨우침이 전제되어야 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의식적인 각성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지켜야 더 편하게 운전을 하고 길을 가듯, 언어의 규칙들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잘못된 제도라든가 문제가 있는 것들은 고쳐져야 한다. 혼자만 산다면 말글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서 남을 위한 배려는 필요하며, 이는 곧 자기 자신을 위하는 길이 된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것만 강조하는 국수주의, 남의 것을 배척하는 배타주의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우리 것을 아끼고 소중히 하는 의식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말글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하여, 국어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말이 진부한 말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세계화 속에 우리가 살길은 우리말글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우리말글에 대한 사랑은 곧 나의 사랑이자 나라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을 하면서 이 글을 끝내고 싶다.<2001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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