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글

어부사시사의 주역(周易)적 해석-서론(序論)/심뫼

마음산(심뫼) 2007. 7. 4. 17:50
728x90
LONG %EF%BF%BD%EA%B8%80%EC%9D%98%20%EB%82%98%EB%A8%B8%EC%A7%80%20%EB%B6%80%EB%B6%84%EC%9D%84%20%EC%93%B0%EC%8B%9C%EB%A9%B4%20%EB%90%A9%EB%8B%88%EB%8B%A4. ARTICLE  <敎育學碩士 學位論文>-서론(序論)

 

 

「어부사시사」의 주역(周易)적 해석

 

 

 

 

 

 

 

 

2003 / 蔚山大學校 敎育大學院 國語敎育專攻 / 嚴榮燮

<국문 요약>

  본고는 문학과 철학의 관련 양상에 주목하면서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를 주역(周易)적으로 해석해 본 것이다. 

  고산의 문학 전반에는 주역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이 많이 내재되어 나타나며 특히 「어부사시사」에는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 원리, 음양(陰陽)의 대대(待對) 원리,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사상(四象) 원리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본고는 주역의 기본 원리를 간략히 소개한 후, 「어부사시사」에 구현된 주역 원리의 양상을 위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피고, 이를 「어부사시사」에 적용하여 새롭게 해석해 본 것이다.

  본 연구에서 얻어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천지인의 삼재 원리는 「어부사시사」의 기본 구조로 나타난다. 천(天)은 시간적 순환구조, 지(地)는 공간적 순환 구조로 나타나고, 시적 화자인 인(人)은 천지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자아의 태도나 주제 파악을 보다 쉽게 한다.

  둘째, 음양의 원리는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 의존하는’ 대대의 원리로서 「어부사시사」의 기저로 나타난다. 이는 시간, 공간, 천지 배경 의미에서 표현상의 선명한 효과를 제공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음계와 양계의 측면에서 인식하게 하여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를 제공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사상(四象)의 원리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사덕(四德)으로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순환의 원리로 나타난다. 이는 자아가 처한 상황이나 화자의 태도, 주제 파악을 보다 쉽게 하며, 작품에 영원성을 불어넣어 우리에게 진리를 깨닫게 하고 문학에 대한 가치를 제공하며, 천인합일에서 오는 삶의 떳떳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어부사시사」는 천지인의 삼재 원리, 음양의 대대 원리, 원형이정의 사상(四象) 원리 등이 그 기저에 깔려 기본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천지 자연과의 합일 추구, 생동감과 영원성의 표현, 음계에서 양계를 향한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 이미지의 선명함, 군자다운 떳떳함 등의 형상화로 우리 시조 문학사에서 또 다른 우수성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목  차

<국문 요약>

1. 서론(序論) 1

 1.1. 연구 목적과 연구사 1

 1.2. 연구 방법 4

2. 「어부사시사」와 주역(周易) 원리와의 상관성 8

 2.1. 주역의 기본 원리 8

 2.2. 「어부사시사」의 주역(周易) 원리 구현 양상 16

  2.2.1. 삼재 원리의 구현 양상 19

  2.2.2. 음양(陰陽) 원리의 구현 양상 21

  2.2.3. 사상(四象) 원리의 구현 양상 23

3. 「어부사시사」의 주역(周易)적 해석 25

 3.1. 삼재(三才) 원리와 합일 추구 26

  3.1.1. 춘사(春詞) 해석 26

  3.1.2. 하사(夏詞) 해석 28

  3.1.3. 추사(秋詞) 해석 30

  3.1.4. 동사(冬詞) 해석 33

 3.2. 음양(陰陽) 원리와 표현 효과 36

  3.2.1. 시간적 의미 표현 36

  3.2.2. 공간적 의미 표현 38

  3.2.3. 천지 배경의 의미 표현 44

 3.3. 사상(四象)의 원리와 삶의 태도 48

  3.3.1. 순환성(循環性)의 원리와 삶의 태도 48

  3.3.2. 사덕(四德)의 원리와 삶의 태도 51

4. 결론(結論) 56

<참고 문헌> 58

<부 록> 「어부사시사」 전문 62

<영문 요약> 67

 

1. 서론(序論)

1.1. 연구 목적과 연구사

  우리가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문학 작품이 작가의 경험이나 사상에서 배어 나오는 현실적 삶의 구체적 양상이 구현되어 있는 것이라면, 철학은 삶의 추상화된 원리가 녹아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문학과 철학의 관련 양상1)에 주목하면서, 고산(孤山) 문학에 대한 많은 선행 연구2)가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가지 특질에서 기존의 연구와는 궤(軌)를 달리하여 논의를 펼쳐 보고자 한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3)는 16세기말에 나서 17세기의 격동기를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유학자요, 조선시대를 대표할 만한 문인으로, 작품은 [고산유고(孤山遺稿)]에 국문으로 된 시조(時調) 작품이 75수4), 한시(漢詩)가 257편 372수5), 그밖에 편지라든가 상소문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우리 시조 문학사상 걸작품6)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어부사시사」는 지금껏 그 자체에 대한 연구 논문만 해도 30여 편이 넘는데, 이를 주제별로 나누어 보면, 사적(史的) 고찰, 대비(對比) 연구, 율격 연구, 배경 연구, 강호가도와 자연관에 대한 연구, 어부의 세계에 대한 연구, 장르에 대한 문제7) 등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 왔다.8) 그러나 아직 주역(周易)적 원리로 해석한 연구는 없는 상태이다.

  고산 문학에 대한 평가9)는 시조보다 한시가 훨씬 많다는 이유로 시조나 한시 및 한문 작품에까지 종합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10)에도 불구하고, 본고는 작품 자체에 대한 분석 작업11)을 염두에 두고서, 고산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어부사시사」를 주역(周易)적 원리를 적용하여 해석해 보고자 한다.

  이는 문학과 철학의 관련성을 중시하면서 우리 동양적인 것은 동양적인 척도로 평가해 보려는 의도와 함께, 문학 해석에 또 다른 방법의 적용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와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문학을 주역(周易)적으로 연구한 것으로는 조동일 교수의 이기(理氣) 철학을 근거로 한 소설 이론의 모색12) 이후, 양명학 교수의 주역(周易) 전반의 입장에서 우리 문학을 해석하는 하나의 잣대를 찾으려 한, 「한국 소설의 주역적 연구」13)가 크게 주목되는 성과라 하겠다.14) 이밖에도 정운채 교수는 주역의 인간 해석 체계와 문학치료의 관점에서 연구15)를 시도했고, 전재강 교수는 「용비어천가」를 역경적으로 해석16)하고자 했다.

  본고는 이러한 선행 연구자들의 가르침과 논저에 힘입어 그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밝혀 둔다.


 1.2. 연구 방법

  본 연구를 놓고, 그 많은 연구 방법론 중에 왜 하필이면 주역(周易)적 해석이냐에 대한 몇 가지 근거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고산 당대 우리 문학의 사상적 배경 중 대표적인 하나가 성리학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리학은 유교를 모체로 하여 인간 본연의 성(性)을 발현하기 위하여 물(物)에 대한 이(理)를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17)는 심성 수양의 도리로 새롭게 확립된 학풍이라 고산은 직‧간접적으로 유교의 사서(四書) 삼경(三經)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주역(역경)의 영향 아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김석회 교수는 「윤선도의 자연관과 그 실현양상에 관한 한 고찰」에서 송대(宋代) 성리학에서 퇴계에 이르는 이념적 자연관은 윤선도에 이르러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고, 고산의 봄을 논하고 있는 책문(策文)18)의 한 예, 즉 고산의 ‘봄의 원리를 인(仁)에 비끄러매어 만상(萬象)을 통하여 이념을 찾아내고자 했던 것’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19)

  

  (봄의 기운됨은) 뭇 생명을 북돋워 움직임을 전무하며 만물을 화육함을 일로 삼으니 그 덕을 일러 생(生)이라 한다. 여름은 자라게 하고 가을은 이롭게 하며 겨울은 숨게 하지만 불예(不豫)함이 있으니 이른바 그 자람이며 이룸이며 숨김이란 것은, 생이 없은 즉 어찌 그 공을 펼 수 있겠는가. 이것이 봄이 네 계절을 꿰뚫고 만물을 자시(資始)하여 한 해의 머리되는 바라. 인체와 천도로써 말한다면 달리 표현할 길이 없고 다만 인(仁) 한 글자로써 표상할 수 있을 뿐이다. 한 원기[일원(一元)]가 유행하여 철에 부여된 바가 봄이요 사람에 부여된 바가 인이니, 철의 봄이 사람의 인이요 사람의 인이 때의 봄이다.20)

 

위에서, 원(元)→생(生)

계절→봄[春]

이라는 것은 주역의 원형이정(元亨利貞)

사람→인(仁)

원리 중에 원(元)의 원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볼 때 고산 문학에는 주역(周易)적 특질이 형상화되어 나타나며, 「어부사시사」도 사시(四時)의 구조로 되어 있어 사상(四象)의 원형이정 등과 관련한 측면에서 주역적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고산의 작품은 대부분 자연을 찾아 그 품안에 안기어 제작한 자연의 노래들21)이며, 특히 「어부사시사」가 지닌 가장 특징적인 내용이 자연에 들어 자연과 합일하는 기쁨의 노래라고 하겠는데, 성기옥 교수는 ‘고산이 인식한 자연과 사회는 연속적이며 동시적인 관계로서, 이는 그의 시와 삶을 통해 모두 검출될 수 있는 바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자연과 사회를 이러한 관계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인식의 기반을, 고산은 전통적인 유가의 천인합일(天人合一) 관념에 두고 있다. 만물과 나, 자연과 사회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연속적인 실재관에 입각해서, 자아의 완성을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의 우주적 자연[天]과 합일하는데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인식이 가능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고산이 구극적(궁극적)으로 합일하고자 지향한 세계는 자연과 사회를 포괄한 우주적 자연[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 지향성과 사회 지향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고산의 시와 삶 역시 자기 모순에 빠진 정신적 파탄상의 노출이 아니다.22)


  이를 통해 볼 때, 고산이 추구한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삶은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 원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바로 이러한 점이 「어부사시사」에 잘 형상화되어 있어, 주역 원리에 의한 해석의 효용성이 더하리라 본다.

  다음으로 고산의 한시 「소빙화(消氷花)」23)를 예로 들어 보기로 하겠다.

  먼저 고산은 빙설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꽃을 보고, 「소빙화 병서(幷序)」24)에서 “쌓인 음의 밑바닥에서 잠기어 양을 머금었으니 ‘지뢰동복(地雷同復)’25)의 한 획이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성찰케 함의 기상이라 하겠다.”26)고 한 바 있다.

  「소빙화(消氷花)」 4수 중에서 3, 4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27)

  

   玉關春暮無春物  옥관에 봄이 저문데도 봄소식 전하는 게 없는데

   猶有消氷花一枝  오히려 소빙화(消氷花) 한 가지 있도다.

   陰盛自移誠復理  음이 성하면 진실로 절로 옮겨 회복되는 이치인데

   陽衰已長信羲辭  양이 쇠했다 이미 자라니 복희씨(伏羲氏) 말이 믿음직하구나.

   宣尼日月昏冥世  공자님 일월이 어두어진 세상이요

   明道春風肅殺時  정명도(程明道)의 춘풍도 쌀쌀히 없어진 때이지만

   因小可能推大德  조그만 이 꽃으로 대덕을 미루어 알 수 있으니

   馨香三嗅重嗟咨  향기를 세 번 맡으며 거듭 감탄하노라.


   千林死立萬根藏  수풀은 사립(死立)하고 뿌리마저 감춘 곳에

   獨自夭夭玉蕊香  혼자서 은근한 꽃향기 풍기누나.

   不待文王豪傑也  문왕을 기다리지 않고도 호걸이 되니

   鷄鳴不已又何傷  닭울음 그치지 않는다고 또 무엇을 상심하랴.28)


 여기서 고산은 음양(陰陽)의 이치와, ‘소빙화’와 관련한 대덕(大德)-봄의 원(元)의 덕-과 ‘복희씨 말[羲辭]’, 즉 위에서 언급한 주역의 ‘지뢰동복(地雷同復)괘’가 믿음직하다면서 주역과 관련한 언급을 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로 미루어 보아 우리는 고산이 주역에 통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시에서 ‘얼어붙은 눈’과 대대(待對) 관계를 이루는 외로이 핀 야생화인 ‘소빙화’는 이미지의 선명함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음양(陰陽)의 대대(待對) 원리적인 표현의 극치라고 하겠다. 이러한 표현 기교가 「어부사시사」의 기저를 이루고 있어, 주역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소빙화(消氷花)」의 해석에서 성범중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얼음과 눈 속에서도 봄을 알리는 한 떨기의 야생화를 보고, 음이 성해지면 양이 되고 양이 쇠했다가 다시 성장하는, 주역의 이치가 참이라는 진리를 확인하게 되었을 때의 희열과 경이감이 시 전체를 관류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순환원리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생활태도 위에 설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자연 인식의 태도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현실사회에서의 갈등이나 배소(配所)에서의 생활이라는 현실상황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오로지 대자연 속에서 발견한 진리에 대한 환희감만이 팽배되어 있는 정서의 표출인 것이다.29)


  위의 인용을 통해 볼 때, 고산의 「소빙화(消氷花)」는 주역적 사고와 직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나타나는 음양(陰陽)의 원리, 자연의 일부로서 순환 원리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생활 태도 등은 「어부사시사」에도 잘 구현되어 있다고 보아 주역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어부사시사」가 고산의 나이 65세 때 지어지고, 위의 「소빙화(消氷花)」가 10년 뒤인 75세 때 쓰여진 것인데, 한 작가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측면은 같은 맥락에서 접근 가능한 문제라고 하겠다.

  이상에서 「어부사시사」에 있어서의 주역적 해석의 가능성을 놓고, 몇 가지의 근거와 관련하여 짚어 보았는데, 「어부사시사」에는 천지인의 삼재 원리와 음양의 대대(待對) 원리, 그리고 하루와 사시(四時)라는 순환의 원리 등이 잘 구현되어 있어, 주역적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본 연구의 진행 방법은 먼저 「어부사시사」와 주역 원리와의 상관성을 밝히기 위해 주역의 기본 원리부터 간단히 살펴본 뒤에 「어부사시사」의 주역 원리의 구현 양상을 삼재(三才)의 원리, 음양(陰陽)의 원리, 사상(四象)의 원리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부사시사」와 주역의 원리를 관련 지어, 삼재 원리와 합일 추구, 음양 원리와 표현 효과, 사상 원리와 삶의 태도라는 측면에서 주역(周易)적으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그리하다 보면, 「어부사시사」의 문학적 우수성이나 주역적 해석의 효용성30)이 쉬이 입증되리라 본다.


1)  원래 문학(文學)과 철학(哲學)이 하나였다는 것은 서양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근래에 이 둘이 분리되고 연구도 연결되지 않아서인지, 우리가 문학연구는 많이 하면서 문학과 철학의 관련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조동일 교수는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지식산업사, 1996. 3쪽)에서 “문학연구는 문학의 구체화된 경험을 추상화된 논리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철학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소설의 이론](지식산업사, 1977) 이후, [한국문학사상사시론](지식산업사, 1978); [국문학연구의 방향과 과제](새문사, 1983);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지식산업사, 1996); [철학사와 문학사 둘인가 하나인가](지식산업사, 2000); [우리 문학과의 만남](홍성사, 1978) 등 많은 저서를 통해 문학연구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 「시조의 이론, 그 가능성과 방향 설정」, [우리 문학과의 만남](홍성사, 1978)에서 국문학 연구의 이상은 국문학 작품을 근거로 하고 한국철학의 전통을 밑천으로 하여, 기본 이론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2)  그 동안 고산(孤山)에 대한 연구는, 1937년 도남 조윤제 교수의 [조선시가사강(朝鮮詩歌史綱)]이래 참으로 많은 성과가 있어 왔다. 이에 대해서는 조동일 교수의 「고산연구의 회고와 전망」, [고산연구] (창간호, 고산연구회, 1987)이나 정운채 교수의 [윤선도-연군지정과 이념의 세계](건국대학교 출판부, 1995), 이노형 교수의 「윤선도 시조문학의 연구사 검토」, [울산어문논집](제15집, 울산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부, 2001) 등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또한 1987년 고산연구회가 발족된 이래 1990년까지 [고산연구] 논문집이 4권이나 간행되었으며, 지금껏 100여 편이 훨씬 넘는 논문은 말할 것도 없고, 단행본도 10여 권이 나와 있는 실정이다.

3)  ‘작가 및 작품의 연보’에 대해서는 윤승현, [고산윤선도연구-고산촌 발견과 고산연구를 위한 기초자료-](홍익재, 1999); 정운채, 앞의 책, (128~135쪽) 등에 상세히 나와 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587년(선조 20) 한성부 연화방(지금의 종로구 연지동)에서 출생. 본관은 해남(海南).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해옹(海翁). 1612년(광해군 4) 진사에 급제, 1616년 권신(權臣) 이이첨(李爾瞻) 등의 횡포를 상소했다가 함경도 경원(慶源) 등지에 유배됨.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풀려나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가 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낙향(해남으로 돌아감). 그 후 여러 관직에 임명된 것을 모두 사퇴함. 1628년 별시 문과(別試文科) 초시(初試)에 장원급제. 왕자(봉림대군, 인평대군)의 사부(師傅)가 됨. 1629년 공조좌랑(工曹佐郞)에 제수됨. 1632년 한성서윤(漢城庶尹)에 임명. 1633년 증광향해별시(增廣鄕解別試)에 장원급제, 세자시강원문학(世子侍講院文學)에 올랐으나 모함을 받고 파직됨. 1636년 병자호란(丙子胡亂). 1637년 제주도로 은거하던 중 보길도 발견, 황원포에 내려 터를 닦아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짓고 낙서재(樂書齋)를 지어 우거함. 1651년 가을에 「어부사시사」 40수를 지음. 1652년(효종 3) 왕명으로 복직, 예조참의 등에 이르렀으나 서인(西人)의 중상으로 사직. 다시 해남으로 돌아옴. 1657년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에 복직. 1658년 동부승지(同副承旨) 때 남인(南人) 정개청(鄭介淸)의 서원(書院) 철폐를 놓고 서인 송시열(宋時烈) 등과 논쟁, 탄핵을 받고 삭직 당함. 1660년 효종대왕의 산릉(山陵)문제와 조대비(인조계비)의 복제문제로 남인의 거두로서 서인과 대립하다 실패, 삼수(三水)에 유배당함. 1671년(현종 12) 부용동 낙서재에서 세상을 뜸.

     사후인 1675년(숙종 1) 남인의 집권으로 신원(伸寃)되어 이조판서를 추증함. 1727년(영조 3) 특명으로 불천지위(不遷之位)가 됨. 저서에 [고산유고(孤山遺稿)]가 있다.

4)  이를 관점에 따라 75수로 보지 않고, 17편(단시조 9편, 연시조 8편)으로 보는 경향도 많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부사시사」도 40수로 보지 않고, 고산의 ‘발문’에 보이는 대로 4편으로 보기 때문이다.

5)  성범중, 「윤고산 한시 연구」, [고산연구] 제2호, 고산연구회, 1988. 84쪽.

6)  김하명, [조선문학사(17세기)], 해외우리어문학총서 31, 한국문화사(영인), 1992. 156~157쪽에서도 이 「어부사시사」를 작가의 새로운 사상 예술적 탐구와 발견으로써 그 형식을 완전히 민족적인 것으로 개작하였으며, 누구보다도 조국의 자연을 우리 입말로 잘 살려서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었으며, 자기가 일상적으로 직접 접촉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노래하였기 때문에 시정이 진실하고 형상이 생동하게 되었으며, 시에 철학적 사색의 깊이를 주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7)  장르에 대해서는 박규홍 교수가 「시조와 가사의 장르 구분-고산의 「어부사시사」를 중심으로-」, [시조학논총] 제12집(한국시조학회, 1996)에서 자세히 다루면서, ‘어부사’라는 독립장르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헌구도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연구」(청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32~46쪽에서 「어부사시사」의 장르를 ‘어부가’라는 독립장르의 하위장르로 설정하고 있다. 북한의 김하명, [조선문학사(17세기)](해외우리어문학총서 31, 한국문화사(영인), 1992) 152~157쪽에서는 ‘가사’로 보고 있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부사시사」의 장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제기했지만, 본고에서는  조동일 교수의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한길사, 1982)에서 주장한 ‘넓은 의미의 시조’로 본 견해를 좇아, ‘시조(時調)’로 보고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갈래 개념상 「어부사시사」가 시조 장르로 보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아지며, 또한 본고의 논지가 장르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작품 자체의 해석에 주안점이 있기 때문이다.

8)  정운채, 앞의 책, 139~140쪽에 소개된 ‘어부사시사론’ 관계 연구 논문 26편 외에 빠졌거나 새로 나온 논문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용찬선, 「‘어부사시사’ 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1.

     손순모,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연구」, 강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2.

     김용진,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연구」, 전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4.

     박경희, 「고산의 ‘어부사시사’ 연구」, 건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4.

     정진완,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연구」, 충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6.

     강산원,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연구」, 목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0.

     이상원, 「‘어부사시사’ 창작의 의도와 실제」, [17세기 시조사의 구도], 월인, 2000.

     박애리,  「고산의 ‘어부사시사’ 연구」, 경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김헌구,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연구」, 청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또한 「어부사시사」에 대한 연구사 검토는, 원용문 교수의 [고산 윤선도의 시가 연구], (국학자료원, 1996.) 6~8쪽에 잘 나타나 있으며, 위에 든 석사학위 논문들에서도 조금씩 언급하고 있다.

9)  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평가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산은 한국 문화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킨 국문학계의 금자탑을 이룬 조선의 시인이다. 그는 경서에 해박하고, 의약‧복서‧음양‧지리에도 밝았으며, 특히 시조에 뛰어났다. 그의 문화적 업적 가운데에서도 특히 국문 시가(시조)의 경우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산은 자연을 그리되 상상적이며 허구적인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보길도와 금쇄동의 자연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또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예술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는데, 그의 작품 「어부사시사」에는 그의 세련된 언어미가 잘 나타나 있다.

10) 이는 성범중, 앞의 논문, (83~84쪽); 원용문, [고산윤선도의 시가 연구](국학자료원, 1996. 149쪽); 정운채, [윤선도-연군지정과 이념의 세계](건국대학교 출판부, 1995) 등 여러 논저에서 제시되고 있다.

11) 조흥욱 교수는 「고전문학 연구의 방향-시가연구를 중심으로-」, [성심어문논집](제23집, 성심어문학회, 2001. 91쪽)에서, 시조에 대한 연구에서 보다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치밀한 분석 작업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로 작품의 외적 배경과 관련 없이 작품의 의미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방법론은 문학으로서 시조를 바라보는 올바른 방법으로 앞으로 다른 분야에까지 계속 확장되어야 할 태도라고 했다.

    2000년 1월 18일 한국텍스트언어학회 주최로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2000 추계학술대회(문학과 텍스트언어학)>에서 조동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문학작품의 구조분석은 ‘음성적 구조’, ‘순차적 구조’, ‘병립적 구조’ 셋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셋보다 더욱 포괄적인 ‘상황적 구조’를 밝히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12) 조동일, [한국소설의 이론], 지식산업사, 1977.

13) 양명학, 「한국 소설의 주역적 연구」, 아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2.

14) 이밖에도 양명학 교수의 논문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어 소개한다.

   「한국 소설의 주역(周易)적 해석-중천건괘(重天乾卦)를 중심으로-」, [울산어문논집](제4집, 1988); 「한국소설의 주역적 해석(Ⅱ)-중지곤괘와 춘향전의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어문학](제68집, 1999); 「한국시의 주역적 해석 시론-天.地.人.心의 四才를 중심으로-」, [울산대학교 인문논총](제9집, 1995).

15) 정운채, 「주역의 인간 해석 체계와 문학치료의 이론적 구조화」, [겨레어문학](제27집, 겨레어문학회, 2001); 「무왕설화와 서동요의 주역적 해석과 문학치료의 구조화」, [국어교육](106호. 한국국어교육연구회, 2001) 등이 있다.

16) 전재강, 「용비어천가의 ‘易經’적 이해」, [동양대학교 논문집]제3집, 1997.

    여기서 전재강 교수는 「용비어천가」의 등장 인물이 가지는 용으로서의 보편적 특징을 중천건괘, 나타난 구체적인 사건을 육십사괘 중 14괘로 각각 설명하였다.

17) 네이버 국어 사전 http://krdic.naver.com/

18) [고산유고] 券之六 上 별집 책(策).

19) 김석회, 「윤선도의 자연관과 그 실현양상에 관한 한 고찰,[고산유고] 창간호, 고산연구회, 1987.

    여기서 김석회는 고산이 자연에 부여하고 있는 궁극적 의미를 ‘이념의 거울’로서의 자연관으로 보고 있다.

20) 김석회, 앞의 논문, 54쪽.

21) 고산연구회, [고산연구], 제2호, 1988. 간행사.

22) 성기옥, 「고산 시가에 나타난 자연인식의 기본 틀」, [고산연구] 창간호, 고산연구회, 1987. 245~246쪽.

23) 이는 [고산유고]券之一, 595쪽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고산의 나이 75세에 지어진 시이다.

24) [고산유고] 券之一.

25) 이는 보통 ‘지뢰복(地雷復)괘[위는 지(☷), 아래는 뢰(☳)가 결합된 괘]’라고 하는데 64괘 중에서 24번째 괘로서 음이 극성한 가운데 양을 다시 되찾는다는 것으로 부활을 뜻한다.

26) “~而其潛滋陽氣於積陰之底 有同復之一畫 令人發深省也.”의 김석회, 앞의 논문, 57쪽 번역 참조.

27)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1, 2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제1수)暮春初二日西斜 / 獨坐蝸廬憶舊家 / 樵客忽逢黃玉蘂 / 蒔筒來向傖人誇.(삼월이라 초이튿날 해는 서산에 지고/ 와실에 홀로 앉아 고향집을 그리워하네/ 나무꾼은 홀연히 샛노란 꽃을 옮겨와서 / 통에 심어 두고 자랑이 푸짐하네.)

   (제2수)消氷花在鴨江潯 / 短短單莖細似針 / 千尺雪中排殺氣 / 一錢葩裡保天心 / 端宜玉帝庭前植 /

   低伴騷人澤畔唫 / 春信寄傳關塞外 / 東君用意始知深(소빙화는 압록강 물가에 자라는데 / 짧은 홑 줄기는 바늘 같구나 / 겹겹이 쌓인 눈 속에서도 살기를 이겨내니 / 한 잎 꽃송이 속엔 천심을 머금었네 / 단의함이 옥제의 뜰에 심길 만하고 / 굴원의 연못가의 노래에 짝할 만하네 / 봄소식이 관북 변새에도 전하여 오니 / 동군(봄)의 용의함이 깊음을 알리로다.)<김석회, 앞의 논문, 58쪽 번역 참조>

28) 성범중, 앞의 논문, 131~132쪽.

29) 성범중, 위의 논문, 132쪽.

30) 양명학 교수는 「한국소설의 주역적 해석(Ⅱ)-중지곤괘와 춘향전의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어문학](제68집, 1999, 140쪽)에서, “주역의 원리로 문학을 해석해 보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자연과 인간,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회와 인간 등을 대립과 갈등으로 보는 서구적 세계관을 벗어나, 그것을 조화와 대대적(對待的)인 상호 보완으로 보는 동양적 세계관을 떳떳이 내세울 수 있는 이점(利點)을 지니게 된다.”라고 했다. 그밖에도 주역의 원리로 문학을 볼 경우의 이점(利點)을, 「한국시의 주역적 해석 시론-天.地.人.心의 四才를 중심으로-」, [울산대학교 인문논총] 제9집, (1995. 4쪽)에서 아홉 가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 소설의 주역적 연구」(아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2, 179~180에서 결론적으로 잘 제시하고 있다.

    본고는 위의 ‘조화와 대대적 상호 보완으로 보는’ 효용성과도 관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