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문장

무속념(無俗念)/ 구처기(丘處機)

마음산(심뫼) 2020. 4. 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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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협려>2006년작 소용녀 역의 유역비

 

 무속념(無俗念)

                   장춘자(長春子) 구처기(丘處機)
 

春遊浩蕩, 是年年、寒食梨花時節.
드넓은 천지에 봄기운 완연하니
해마다 그렇듯 한식(寒食)에는 배꽃 피는 계절이라네.
 

白錦無紋香爛漫, 玉樹瓊葩堆雪.
바느질 흔적없는 하얀 비단결에 그윽한 향기가 스치듯
나뭇가지에 핀 순백의 꽃잎(瓊葩)은 눈이라도 내린 것 같구나.

 

靜夜沉沉, 浮光靄靄, 冷浸溶溶月.
배꽃을 피우는 밤은 고요히 깊어만 가는데,

어스름하게 떠오르던 빛은 자욱한 구름에 가리고
차가운 밤기운이 달빛으로 스며드네.

 

人間天上, 爛銀霞照通徹.
짙은 은빛 안개 천지간을 꿰뚫듯 드리웠으니, 

속세가 천상이라도 된 듯 싶네. 

 

渾似姑射眞人, 天姿靈秀, 意氣舒高潔.
그대는 막고야산(藐姑射山)에 사는 진인이던가.
타고난 자태에 총명하고 아름다우니
뜻을 펼침에도 그 고결한 품성 드러나네.

 

萬化參差誰信道, 不與群芳同列.
만물의 변화는 가지런하지 않으니
뭇 꽃들이 아무리 향기롭다해도 같을 수는 없지않은가.

 

浩氣淸英, 仙材卓犖, 下土難分別.
너른 마음은 맑고 아리따우며

신선의 풍모 비할데가 없는데,

이 속세에는 알아보는 이가 없구나.

 

瑤臺歸去, 洞天方看淸絶.
그대 선경세계로 돌아가니
동천(洞天)은 끝없이 맑기만 하여라.

[출처] 장춘진인 구처기의 <무속념>|작성자 카일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