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글

종이학/심뫼(090617)

마음산(심뫼) 2009. 6. 1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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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심뫼 엄영섭

   바라밀 수행 중에     

그려지는 솟대 하나

     

백지 한 장 펼쳐 들고

옛길 따라 손길 따라

 

입김에

나래를 펴고 

학이 되어 노닌다.

  

솔바람 물결 타고

구름 둥실 햇살 타고 

  

종소리 산사 건너

서쪽 하늘 금빛 들 때

 

허공을

한 바퀴 돌아

   깃 사리고 앉았다. 

 

   그 몇 년 만인가? 종이학을 접어 본 지가.

   유년 시절과 고교 시절, 그리고 대학 초기에 종이학을 접어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제 <반야심경>수련 중에 갑자기 종이학을 접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지 종이를 한 장 들고서 어떻게 접을 것인가 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니, 접는 방법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접어 낼 수 있었다. 비록 정성을 다 해 멋지게 접어내지는 못했지만, 한 번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반야 지혜의 수련 덕인지, 정말 신비로운 일이었다.

   오늘은 <종이학>이라는 제목으로 시조를 한 수 지어 보았다.

   학을 나와 동일시하면서 물아일체의 경지와, 고요함과 움직임이 하나로 통하는 이치와, 현상계와 허공계가 다르지 않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깨달음과 구도 정진이라는 함축성을 살리고자 했다. 또한 시조라는 형식과 반복을 통한 운율로 음악성도 살리고, 우주 법계의 하늘과 땅, 물과 구름과 노을 등의 이미지와 학(鶴)과 관련한 소나무, 물, 구름, 태양 등 십장생의 몇 가지 소재로 형상성도 살려 보려 했다.

   그리고 종소리의 청각적인 요소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바꾸어도 보고, 종소리가 들리는 산사라는 의미로도 해석되게 생략으로 중의성도 살려 보고자 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으로 반야(지혜)라는 깨달음의 추구와 중생구제의 발원과 피안의 저 언덕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 보고자 했다.    

   이러는 중에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이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가세, 가세 저 언덕으로 가세! 우리 다 함께 가세. 깨달음이여! 영원하여라.)

 

   이 글을 쓰는 중에 전영록의 <종이학>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이라는 구절을 퍽이나 좋아했었는데.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서 곧장 구매하여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깔아 보았다.


   이 모두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2009년 유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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