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의 관(觀)
오늘 아침 백팔배 중
떠오른 글자 하나
관세음의 관(觀)의 의미
다시 한번 새겨본다
관이란
내 안의 나로
참세상을 여는 것.
한때는 정근 중에
관음 곧 나였는데
지금은 어둠 속에
등대로 삼고 있네
다시금
오로지 나로
환한 삶을 살리라.
(2026.1.4.)
ㅡㅡㅡㅡㅡㅡㅡㅡ
십장생
솔가지 구름 걸려
거북 사슴 노니는 곳
둥근 돌 시린 물이
태양 빛에 영롱이니
학 타고
청산에 들어
불로초를 캐어보렴.
(1976년 5월)
종이학
바라밀 수행 중에
그려지는 솟대 하나
백지 한 장 펼쳐 들고
옛길 따라 손길 따라
입김에
나래를 펴고
학이 되어 노닌다.
솔바람 물결 타고
구름 둥실 햇살 타고
종소리 산사 건너
서쪽 하늘 금빛 들 때
허공을
한 바퀴 돌아
깃 사리고 앉았다.
그 몇 년 만인가? 종이학을 접어 본 지가.
유년 시절과 고교 시절, 그리고 대학 초기에 종이학을 접어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제 <반야심경>수련 중에 갑자기 종이학을 접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지 종이를 한 장 들고서 어떻게 접을 것인가 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니, 접는 방법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접어 낼 수 있었다. 비록 정성을 다 해 멋지게 접어내지는 못했지만, 한 번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반야 지혜의 수련 덕인지, 정말 신비로운 일이었다.
오늘은 <종이학>이라는 제목으로 시조를 한 수 지어 보았다.
학을 나와 동일시하면서 물아일체의 경지와, 고요함과 움직임이 하나로 통하는 이치와, 현상계와 허공계가 다르지 않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깨달음과 구도 정진이라는 함축성을 살리고자 했다. 또한 시조라는 형식과 반복을 통한 운율로 음악성도 살리고, 우주 법계의 하늘과 땅, 물과 구름과 노을 등의 이미지와 학(鶴)과 관련한 소나무, 물, 구름, 태양 등 십장생의 몇 가지 소재로 형상성도 살려 보려 했다.
그리고 종소리의 청각적인 요소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바꾸어도 보고, 종소리가 들리는 산사라는 의미로도 해석되게 생략으로 중의성도 살려 보고자 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으로 반야(지혜)라는 깨달음의 추구와 중생구제의 발원과 피안의 저 언덕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 보고자 했다.
이러는 중에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이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가세, 가세 저 언덕으로 가세! 우리 다 함께 가세. 깨달음이여! 영원하여라.)
이 글을 쓰는 중에 전영록의 <종이학>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이라는 구절을 퍽이나 좋아했었는데.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서 곧장 구매하여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깔아 보았다.
이 모두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2009년 유월 어느 날. 심뫼)
통도사 서운암에서
통도사 앞산 돌아
서운암에 들어서니
장독대 세월 담아
선정 삼매 들어 있고
하늘 꽃
하나 된 축제
만다라가 따로 없다.
십육만 도자 장경
봉안된 청정 도량
작약꽃 연등 밝혀
불두화도 벙싯대고
우리도
보살행 위해
백팔배를 올린다.
<수수께끼 낱말 시조1>
쌍기역 성공 낱말
성공의 열쇠 되는
쌍기역 1음절어는
꿈과 끼와 꾀와 깡과
끈과 꼴과 끝이라네
이 낱말
잘 새겨 살면
행복한 삶 되리니.
꿈 있는 자 목표 있고
끼 있는 자 소질 있네
꾀 있는 자 슬기롭고
깡 있는 자 의지 강해
끈 따라
꼴 잘 갖추며
끝마무리 좋아야지.
우선멈춤
이 춤은 누군가가
싫어하는 춤이라지
그래도 멈춰 서서
살펴나 봐야겠다
나 정말
무엇을 바라
그리 바삐 왔는가를.
헐레벌떡
사람들이 급히 먹는
떡 중에 그 하나가
숨 가쁘게 몰아쉬는
헐레벌떡 이라는데
하 그 참
뭐가 그리 바빠
하늘 한번 보지 않지.
비의 온도
비는 그 온도가
오도라고 말을 하지
가뭄에 단비 오면
그 말이 맞는 듯
간만에
비가 오도다
온 산천이 찬사로다.
멍텅구리
구리 중에 못 쓸 것을
멍텅구리라 그러지
구리는 쓰임 많고
열전도율 좋건마는
사람이
멍청하다면
쓰일 데가 없으리.
침대는 곤충
침대가 과학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요즈음 사람들은
곤충이라 그러지
이유는
잠자리니까
날고픈 맘 들었겠지.
함께라면
이세상에 가장 맛난
라면을 말하라면
그대와 함께라면
그것이 답이라오
행복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수수께끼 낱말 시조 2>
사물놀이
물 없는 사막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는
꽹과리 징 장구 북의
사물놀이라 그러지
어울림
한마당 되면
사막에도 물 솟으리.
모내기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내기라면
화내기 필요 없고
모내기가 중요하지
모내기
제때 못하면
한 해 농사 어떡하리.
가슴 무게
가슴은 그 무게가
네 근이라 말들 하지
설레는 일 생기다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살면서
설렘 많으면
세상사는 맛이 나지.
썰렁해
세상에서 제일 찬 바다를
썰렁해라 말들 하지
열 받는 일 많은 세상
썰렁 유머 없다 보면
지구에
놀러 온 나나
못 살겠다 외치리라.
음식물
위로만 가는 물은
분수대도 아닌 것이
뇌물 선물 많지마는
그 더구나 아닌 것이
음식물
그 답인 것이
건강한 삶 척도라네.
위로만 가는 물을
음식물이라 그러지
위 큰 사람 많이 먹어
위대하다 놀리는데
이것 잘
조절 못하면
위장부터 탈이 나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봄 한때
연둣빛 짙어감에
꽃잎이 흩날리고
향긋한 산야초에
햇살이 다사한 날
산새는
고운 소리로
봄 한때를 즐긴다.
내 마음 향하는 곳
구름이랴 꽃잎이랴
한때의 그리움은
풀잎 배로 띄워놓고
나는야
개울가 앉아
참나 몰입 즐긴다.
(2013년 어느 봄날, 참나를 생각하며)
명 상
한동안
돌보지 못한
내 몸을
다스리며
하늘 땅 기운 열어
한 숨결을 느끼면서
내 마음
있고 없는 듯
고요 속에 잠긴다.
영축산 통도사
마음 두고 볼 때나
마음 없이 볼 때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여여함이 눈부신 산
우리도
계정혜 닦아
영축산을 닮아간다.
부처님의 가사 사리
마음의 등불 되어
보살도를 일깨우는
적멸보궁 금강계단
우리도
바라밀 통해
통도사를 닮아간다.
(2013년 7월)
무풍한송(舞風寒松)
통도사의 제일경은
무풍한송 숲길이다
춤추는 바람 따라
송림길로 들어서면
세한에
푸르던 솔이
천 년 향을 보시한다.
취운모종(翠雲暮鐘)
통도사의 제이경은
취운암의 모종이다
푸릇푸릇 구름 속에
저녁 종성 듣노라면
은은한
소리와 빛이
화엄 법계 장엄한다.
안양동대(安養東臺)
통도사의 제삼경은
안양암의 동대이다
적멸보궁 바라 뵈는
누대에 올라서면
아침 해
환희심 가득
서방정토 인도한다.
통도사의 홍매
가까이 통도사의
홍매 소식 이미 오래
그냥은 염치없어
차마 그저 뵐 수 없어
먼 산길
몇 암자 돌아
합장하고 뵙는다.
갓 지난 정월 보름
바람도 세찬 날에
천 년 도량 한 켠에서
달집처럼 타는 불꽃
그 붉은
서원(誓願)을 안고
회향길에 나선다.
(2015.3.7)
세상에 없는 것
이 세상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기를
세상에는 정답 없고
영원한 것 없다 한다
원(願)대로
살 수 있어야
원망 또한 없을 듯.
이 세상 사람들이
또 더하여 말하기를
참으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한다
양심껏
살 수 있어야
원성 또한 없을 듯.
여정(餘井)
초가 기와 정취 속에
햇빛 달빛 머금은 샘
누군가가 던진 돌도
맘 깊이 다독이며
벙그는
꽃대궐 가꿀
그런 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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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법명이 여정(餘井)이다.
이는 불교청년회 활동을 한창 할 때인 불기 2537년(서기 1993년) 8월 29일에 영축총림 통도사 금강계단 계사 석청하 스님께서 내려주신 불명이다.
내 스스로 지은, 내 마음의 푸른 산을 가꾸겠다는 심뫼(마음산)가 좋아 그동안 법명은 거의 쓰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옛 시골의 우물이 생각나고, 우물의 역사적인 변천과 함께 우물의 가치와 우물과 관련한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며칠 전에 밴드를 통해 '우물과 마음 깊이'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양심을 지키고 착하게 산다고 해도 누군가가 무심코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게 될 때가 더러 있다.
이러할 때, 그 옛날의 우물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독이며, 갈등이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기운을 얻기 위한 수련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육바라밀 수행에 더욱 정진하면서, 상구보리 하화중생할 수 있는 보살도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동기로 위와 같은 단시조를 창작해 보았다.
(2015년 9월 나의 양력 생일날에)
지금 여기 나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다시없는 시간이고
여기 바로 이 장소가
둘도 없는 성지이며
나 바로
지금 여기에
세상 밝힐 빛이로다.
새해 해맞이
높은 산이 아니어도
바다라도 마냥 좋다
별만큼의 사람들이
백사장을 딛고 서서
떠오는
태양을 안고
갈매기로 날고 있다.
또 하루를 맞으면서
또 한 해를 맞으면서
거룩한 태양 앞에
두 손 모아 바라는 건
이 나의
본디 마음을
태양처럼 밝히는 것.
(2016.01.01)
사람의 길
구름은 오가면서
있고 없는 길을 내고
나무는 머물면서
스스로의 길을 내고
사람은
천지를 품고
깨달음의 길을 낸다.
하늘과 땅 사이에
구름과 나무처럼
보리(菩提)를 구하면서
베풂으로 사는 길이
이 세상
주인공으로
사람의 길 가는 거다.
(2016.01.05)
새 산길로
산꾼들 배낭 속이
구름처럼 부푸는 날
물길은 달려 나와
바람처럼 반겨주고
나무는
바위 곁에서
스스로를 키운다.
새소리 맑은 곳
그 끝이 어디기에
샹그릴라 아니라도
숲 속의 빛을 찾아
떠나자
낯선 곳으로
새로움의 산길로.
-고은의 시 '낯선 곳'을 읽고서
(2016.01.09.)
참고)샹그릴라(ShangriLa) :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 또는 그런 장소를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
무풍지 시산제
바람이 춤추는 곳
물결은 또 어떠랴
산이 좋은 사람 모여
깨우침과 베풂 비니
저쯤에
고개 든 산은
말없이 끄덕이고.
바람도 잠깐 멎고
물소리도 잠시 쉬고
낯선 곳 익숙한 곳
빛을 찾아 떠나려는
잔 올려
소망 고하는
우리 소리 듣고 있다.
(2016년 1월)
부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한 원을 그리면서
지나침은 덜어가며
모자람은 채워가며
그렇게
덜고 채우며
부부 되어 사는 거다.
때로는 따로따로
많이는 서로 함께
따로라 서운해도
함께라 그저 좋아
그렇게
살아온 세월
또 그렇게 사는 거다.
(2016.1.29. 결혼 30주년을 맞으며)
호수
살다보면 일이 바빠
산에도 못 가는 날
흰 구름과 산마루와
산새들과 꽃과 나무
이 모두
마음껏 품는
호수 하나 갖고 싶다.
얼어서 서슬 푸른
비추지 않는 호수 말고
하늘도 닮아가며
바람도 달래가며
때로는
안개로 피는
호수 하나 갖고 싶다.
-나희덕의 '천장호에서'를 읽고서
(2016.02.03.)
책들
이삿날을 받아놓고
책을 두고 한 바탕
오천 권이 목표건만
여태껏 삼천여 권
버릴 건
버려라 하고
나는 아직 아니고.
잎새 떨군 겨울 나목
새봄에 꽃피는데
나는야 그 언제쯤
저 책 모두 훌훌 털고
안거 속
한소식 하듯
텅 빈 충만 얻을까.
한 장의 종이에도
빛과 구름 들어 있고
자신 찾아 가는 길을
책으로도 일깨는데
비울 건
그 무엇이고
채울 것은 무언가.
(2016.02.06)
꿈속의 집
꿈속에 고향 옛집
어찌 그리 생생한지
돌담과 감나무에
텃밭 뒤의 미륵바위
나 홀로
마당을 돌며
취해보던 그리움.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새집 다시 짓는 날
옛 추억 질화로처럼
빈방 속을 채워두고
사랑방
고구마 굽듯
정다움을 엮으리.
(2016.03.07)
휴일 아침
산에 갈까
집에서 쉴까
흔들리는
마음잡고
율곡과
노승 간의
오간 얘기
들으면서
행복님
'꿈'이란 시를
차 한 잔에
녹여본다.
(2016.05.01.)
오월에
오월의 찬란함은
느낌으로 피는 것이
싱그러운 저 빛깔도
감미로운 이 향기도
학처럼
보고 맡으며
창공으로 날고 싶다.
(2016.05.05.)
그저 그렇게
법륜스님 법문 듣고
나의 실상 그려 본다
나는야 작은 짐승
깊은 산 속 다람쥐
잘난 것
하나도 없는
그저 그냥 자연물.
산이라도 되었으면
한없이 좋겠다고
참을 잊은 그 마음은
또 한 세계 꿈꾸건만
세상은
그저 그렇게
흐를 대로 흐르고.
(2016.6.2.)
꽃 한 송이
문득 일까 닦음일까
꽃 한 송이 벙그는 게
의미일까 즐거움일까
꽃 한 송이 바라봄이
참으로
깨침과 행복도
꽃 한 송이 같은 것.
(2016.6.16. 삼경에)
마음 여행
햇살이 뜨거운 날
그늘 아래 곧추앉아
바른 길이 무엇일까
마음 여행 나서보니
이 우주
무한 법계에
정답이란 없을 듯.
이리 살면 어떠하고
저리 살면 또 어떠랴
삼라만상 온갖 물건
제 멋대로 살아가듯
이 나도
분별심 놓고
그저 그냥 웃으리.
(2016.7.10.)
인생의 맛
떫은 맛 새콤한 맛
아직은 설익은 맛
향기롭고 깊은 맛이
언젠가는 들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대로
풋풋함도 즐기리.
(2016.7.19.)
숨과 쉼
내쉬고 들이쉬고
숨을 쉬고 사는 것이
숨결이 고른 것을
편안하다 하는 것이
진실로
쉼이란 것도
숨결 편히 쉬는 거다.
(2016.7.28.)
다함께 잘사는 길
-성담 스님의 '행복119'를 읽고-
나라고 하는 것은
남으로 인한 것이
남이라 하는 것도
결국은 나인 것이
다함께
잘사는 길은
덕분임을 아는 것.
(2016.7.28.)
우리말 공부
천지인 ㆍ ㅡ ㅣ가 우리 모음 기본이듯
천부인 ○ □ △이 우리 자음 기본인데
정음엔 오행설로써 제자 원리 설하셨네.
원이란 동그라민 하늘 본뜬 글자이고
방이란 네모꼴은 땅을 본뜬 글자이고
각이란 세모의 꼴은 사람 본뜬 글자라네.
'○'에서 'ㅎ'이 나와 하늘의 해가 되고
'□'에서 땅 관련한 온갖 글자 빚어지고
'△'에서 사람이 나와 숨을 쉬듯 살아가네.
구길수님 가신 뒤에 이런 연구 누가 할까
그래도 다행인 건 강상원 박사 있어
실담어 연구를 통해 우리 어원 밝혀냈네.
우리 토속 사투리도 버릴 것 하나 없네
새길수록 맛볼수록 심오한 뜻이 담긴
우리말 우리 글자로 우주 본질 깨치리라.
(2016.7.29.)
빎과 비움
도인이 기도하며
공들여 비는 것은
허상을 비워내고
참나로 행복한 것
비는 일
비워내는 일
하나 되어 통하리.
(2016.7.29.)
참세상
참이란 걸
알고 보니
우주 빛 그 자체라
빛으로
하나 됨은
깨친 이의 바람이라
닦는 자
그 자리 깨쳐
참세상을 살아가세.
(2016.8.4.)
비움과 채움
채움은 인간살이
비움은 세상살이
채우고 비우는 일
크게 보면 하나지만
그 먼저
비워내야만
지혜로움 가득 차리.
(2016.8.14.)
참
생각 없고 분별없는
그 자리를 이르노니
오온이 공한 자리
그 자리를 말하노니
진실로
텅 빈 우주의
그 자리가 참이어라.
(2016.8.14.)
그리움
내 마음 향하는 곳
그 어딘가 하였더니
청산도 아니었고
님의 정도 아니었네
이 우주
신령한 빛이
바로 나의 그리움.
(2016.8.15.)
단학
정좌로 숨 고르며
날밤까지 새던 이 몸
백회로 쏟아지던
황홀하던 그 기운
다시금
성통공완을
다져보는 이 마음.
(2017.3.11.)
말맛 글멋
해야 할 말이라면
맛있어야 더욱 좋고
써야 할 글이라면
멋있어야 더욱 좋다
말글에
맛과 멋 살려
선학처럼 살고파.
(2017년 3월)
천년학송로에서
보아라 여기
학이 난다 학이 논다
춤추는 바람결에
솔향기에 젖은 학이
밝혔네
광명의 연등
눈 먼 용의 길 밝혔네.
통도사로 가는 길엔
천년송이 그만인데
인드라망 연을 따라
천년학이 나투셨네
학송로
천년의 길을
이 몸 또한 들어섰네.
(2017년 4월)
신언서판(身言書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인재 되어 잘살려면
몸과
말과
글맵시에
판단력을 잘 갖춰야
그래서
말씀하셨네
예로부터 이 넷을.
(2017년 9월)
서예 공부
햇살 밝은 아침결에
붓을 잡고 창을 여니
하늘같은 화선지에
구름 한 점 획이 되고
청산이
성큼 다가와
갈맷빛의 글이 되네.
(2017년 9월)
맨발 공부 1
맨발로 맨땅 밟고
땅의 기운 느껴보자
머리론 우주 속에
하늘 기운 받으면서
하늘땅
하나로 통한
천지인이 되어보자.
이 땅과 저 하늘이
우주 속에 하나이고
마음 밝힌 사람에겐
하늘땅이 하나로다
맨발로
맨땅 걷는 건
하나 되어 노니는 길.
(2017년 11월)
맨발 걷기
흙길 찾아 산길 들길
맨발로 즐김이여
용천에 해가 솟고
단전에 꽃이 피네
백회론
폭포수 흘러
황홀한 듯 참됨이여.
(2017년 12월)
겨울 맨발공부
서릿길 밟으면서
눈길을 그려보듯
맨발로 언 길 딛고
그려보는 꽃길이여!
텅 빈 길
길을 가르며
일 음 일 양 굴려보네.
(2018.1.19.)
내 바탕은
신령한 빛을 좇아
산정에 오르려다
맨발로 절을 찾아
적멸궁에 이르렀네
하지만
모습놀이요,
내 바탕은 그 어디.
인연과 조건 따라
나툼이 다르듯이
여태껏 허상 속에
착각으로 살아왔네
이 법신
나의 바탕은
바로 허공 그 자리.
(2018.02.)
경칩일 맨공
경칩 날 내린 눈에
맨발 길이 얼얼해도
무풍한송 솔향기는
묵향처럼 은은하고
자장매
죽비 소리로
또 한 봄이 깨어난다.
통도사 맨발 길에
바람 아직 산산해도
개구리 놀라 깰 듯
냇물 소리 솰솰하고
꽃망울
막 터질 듯이
또 한 봄이 깨어난다.
(2018.3.6.)
* 맨공 : 맨발로 걸으며 하는 공부
봄맞이 맨공
햇살이 하도 좋아
흙길이 마냥 좋아
솔향기 맡으면서
맨발로 나서는 길
봄처녀
학의 날개로
물결 타고 오시는 듯.
물오른 청솔가지
새로운 정 솔솔 피고
도톰한 꽃봉오리
무정설법 전하는데
태양은
그저 그렇게
환한 빛을 비추는 듯.
천지는 밤낮으로
처녀 맞이 한창이고
만물은 봄을 맞아
깨어나기 한창인데
나 여기
지금 이 순간
고요함에 젖어본다.
(18.03.14.)
진달래꽃 맨공
화창하면 어떠하고
비가 오면 또 어떠랴
긴 겨울 견딘 맨발
다사롭고 즐거운데
진달래
무풍산(舞風山) 길에
한소식을 전해오네.
길가이든 틈새이든
어디인들 또 어떠랴
동안거로 다진 내공
봄비 속에 터지는데
터져나
빈 것이라도
그 한소식 반가웁네.
(18.3.15.)
※무풍산(舞風山): 신평에서 통도사 가는 길에 무풍교 지나
무풍한송길 오른 쪽에 있는 산.(내가 명명한 이름임).
솔숲길
맑고 푸른 솔숲길은
그 덕이 하늘 같다
맨발길 지켜보며
복사꽃을 선사하니
신록의
눈부신 빛도
시냇물도 닮는 듯.
(2018년 4월)
내 맨공은
어느새 내 맨공은
일상이요 즐김이다
아침에 잠을 깨어
기지개 켜는 일상이요
이 우주
허공과 같이
여여함을 즐김이다.
(2018년 4월)
맨발 공부 2
맨발이 시리어도
솔향기 상큼한 길
몸과 기 조화롭게
마음 꽃도 피워가며
숲 사이
햇살 가득히
행복 샘물 긷는다.
난 몰라 괜찮아로
참나도 만나보며
비단 같은 숨결로
고요도 맛보면서
이 육신
비로자나의
청정법신 꿈꾼다.
(2019년 4월)
클났다
이대로의 푸른 산에
또 한 구름 피어난다
일났네 큰일났네
속된 말로 클났네
산과 물
원융한 세상
둘이 아닌 그 법계는.
구름 다시 빗물 되어
하늘땅이 하나로다
일났네 큰일났네
속된 말로 클났네
이대로
무애한 세상
바로 펼쳐 보일 날은.
(2021.06.20.)
참 좋다
몰라 나 몰라로
한 하늘이 밝아오고
괜찮아 괜찮아로
둘레 땅이 환해지네
지금 나
바로 여기에
이대로가 참 좋다.
'참'도 망상이요
'좋다'도 분별인데
스스로 밝고 환한
깨달음이 빛일지라
우리는
빛과 빛으로
그저 그냥 참 좋다.
(2021.6.25.)
그래도라는 섬
사람이 서고부터 또 하나의 섬이 되어
빛 찾아 뭍 그리다 스스로 불 밝혔네
그 이름
그래도라네
어둠 속에 밝은 섬.
크고 작고 좋고 싫고 스스로 분별 지어
어둠과 밝음으로 섬과 섬을 만들었네
그래도
등대 같은 섬
해인으로 빛날 섬.
해와 달이 함께라면 그 더욱 밝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인연 따라 나투었네
그래도
말은 없어도
편안함이 깃든 섬.
(2021.07.04.)
하얀 뜰에 깃들며
눈처럼 희고 하얀 본디의 그 마음에
한동안 상념 놓고
거울로 머무르며
달 같은
환한 미소로
어둔 밤길 밝힌다.
하늘 아래 태양 있어 통하는 자 모여들듯
두꺼비 등 따가운 볕
구름이 가려주듯
해 같은
흰구름 같은
보살길을 펼친다.
나뭇가지 햇살 들어 샘물이 눈부신데
하늘 위에 태양 있어
단비 내려 땅 적시면
허공 속
맴돌던 학이
하얀 뜰에 깃든다.
(2021.07.19.)
밝고 맑고 거룩하게
나의 몸이 산빛처럼
밝고도 환하기를
나의 기(氣)는 샘물처럼
맑고도 푸르기를
내 마음
본태양(本太陽)으로
거룩하게 빛나길.
(2021년 12월)
자전거 타기
요즈음 해질 무렵
자전거 벗 삼으니
산과 들이 달려 나와
싱그럽게 안아주고
물씬한
아까시 향은
오솔길을 펼쳐낸다.
한 때는 등하굣길
이십 리 시골길에
자갈길 덜컹대도
신났던 산골 소년
또 한 때
엄복동 별명
탔다 하면 힘 솟았지.
이제는 넓고 편한
포장길도 마다하고
보약 되는 흙길 찾아
맨발길을 즐기면서
때로는
자전거 타고
노을빛에 물든다.
(2024년 5월)
전유진 가수
누군가의 팬 되는 게
마법 같은 사랑인가
전유진의 목소리는
맑고 깊은 호수 같아
그 첫발
들인 후부터
헤어나질 못하네.
그녀 노래 듣노라면
아련하기 그지없고
저리고 눈물겹고
환희심이 물결치니
유진은
사랑의 요정!
불보살의 화신인 듯.
(2024년 5월)
비 오는 날 아침에
비 오는 아침부터
울리는 카톡 소리
한 친구 빗방울로
행운을 빌어주고
한 벗은
커피 내리다
형광달빛 보내온다.
화선지 펼친 나는
먹향기 새기다가
허공 꽉 찬 보배비
담을 그릇 화두 삼아
법성게
톡방 올리며
이 순간을 머금는다.
(2024.7.2.)
한 삶
이렇든 저렇든 어떻게든 한 삶인데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생각한들 무엇하리
나 지금
여기 이대로
나의 한 삶 사는 것을.
누구는 꽃밭길을 누구는 돌밭길을
각자의 인연 따라
냇물처럼 걷는 것을
나 지금
여기서 바로
숨 잘 쉼이 참삶일 듯.
(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