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뫼(엄영섭) 글(사진포함)♠/산행길에(심뫼 시조 모음1)

산행길에(심뫼 시조 모음1)

마음산(심뫼) 2025. 12. 31. 01:29

망운산 산행길에

새 꽃잎 움 트기 전
남해 바다 보려 하여
 
산새 소리 목탁 삼은
짙은 안개 망운산길
 
한 작은
물방울 속에
시방세계 관(觀)해 본다.
 
 
몇 구비 돌고 돌아
고갯마루 넘어서니
 
바다는 햇살 받아
미망(迷妄)에서 깨어나고
 
길가엔
청매(靑梅) 한 송이
웃음으로 반긴다.
  (2012.3.18.)
   
 

 무장봉(鍪藏峰) 산행길에

 합장하며 투구 묻던
그 숨결을 느끼다가
억새 평원 바람 소리
암곡물로 씻어 내고
무장사
옛 탑 보듬고
징검다리 건너본다.
 
왜 사느냐 묻기 전에
그 어떻게 살 거냐고
이승 저승 이을 다리
그 어찌 놓을까고
나그네
여울목 길에
바윗돌을 두드린다.
 
수수한 듯 빼어남이
돌탑인들 그 어떠랴
도공의 손 아니어도
비바람에 깎이다가
산사길
불 하나 밝힐
석등인들 또 어떠랴.
      (2012.3.24.)
 
 
 

 토함산(吐含山)에서

토해 내고 머금는 산 토함산을 다시 찾다
세상사 모든 일도
토해 내고 머금는 일
오늘은
그 무엇을 또
토해 내고 머금을까.
 
차량 소리 저쪽 두고 토함산에 오르는 길
그때 그 퉁소 소리
대숲 깊이 토해 내고
모퉁이
도는 길마다
산새 소리 머금는다.
 
포장 도로 저쪽 두고 석굴암에 오르는 길
그때 그 가을 단풍
땅속 깊이 토해 내고
보행길
굵은 모래에
새 꽃잎을 머금는다.
 
파도 소리 가락 삼아 해를 품어 단(丹) 만들고
학의 날개 지칠 때면
달을 품어 몸 식히고
한 세월
숨결 고르며
그리 그리 사노라.
      (2012.3.25.)
 
 
 

황석산(黃石山) 산행길에

덕유 지리 끈을 이어 법연(法筵) 펼친 황석산정
방석돌 한 돌 한 돌
야단(野壇)의 성(城)이 되고
큰 바윈
단상 이루어
무정법문 설해낸다.
 
돌 쌓은 그 뜻 어겨 피바위로 남은 흔적
옷깃 닿는 거북바위
지장(地藏)기도 정진이고
행인은
칼날 능선에
일보 일보 진일보다.
 
모은 손 암봉 되어 조석 예불 드릴 때면
오오라는 산을 둘러
미타여래 빚어내고
용추폭
범종 울리며
계곡물은 불경 왼다.
      (2012.4.1.)
 
 
 

거망산(擧網山) 산행길에

거망(擧網)이란 산(山) 그물로 무얼 잡나 하였더니
 
옛 장수사 조계문전 화엄 법문 들으면서 용추담에 놀던 용은 구름 속에 날아가고 지장골 발원 기도 정성 담긴 정안수는 계곡수 함께 흘러 폭포수로 걸렸는데
 
저 물길
쉴 사이 없는
내 발길을 잡는구나.
      (2012.4.1.)
 
 

경주 남산 산행길에

삼릉골 사과꽃이 솔밭길을 밝히는 날
화사한 철쭉꽃은 화엄세계 장식하고
관음상 천년의 미소 내 입가에 번진다.
 
그 옛날 신라사람 어떤 치성 드렸기에
그냥 둬도 좋을 바위 저토록 갈고 갈아
그윽한 미소 보이며 지금 나를 반기는가.
 
목 없어진 석불상에 제행무상 느끼다가
의연한 그 자태에 열반적정 일깨우다
나는 또 무엇이냐며 제법무아 생각는다.
 
상선암 암자 올라 몸과 마음 가다듬고
상사암 바위 올라 대불좌상 바라보다
금오산 산정에 올라 가부좌를 틀어본다.
 
칠불암 마애석불 고위산은 저쪽 두고
용장사터 삼층석탑 여래좌상 대하다가
날아간 석불의 상호 허공 속에 그려본다.
 
용장사 옛 터 지나 설잠교에 기대서서
매화꽃 달그림자 주인 그 자취 생각 다가
용장골 맑은 물길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배워본다.
           (2012.4.28.)
 
 
 

소매물도 산행길에

 그림 속의 작은 섬 하나 등대섬을 그리다가
거가대교 해저 터널 말 탄 듯이 지나 와서
어느새 뱃머리 앉아 망망대해 바라본다.
 
졸졸대던 산골물이 강물 되어 흐르다가
파도에 덥석 안겨 배와 함께 출렁이다
온 세상 경계 허물고 푸른 물로 넘실댄다.
 
사람 사이 섬이 있어 그 섬에 가고프면
바다 깊이 내려간 소금인형 그것처럼
그렇게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릴 일이다.
 
올망졸망 섬들 중에 내가 찾은 작은 섬은
도란도란 얘기하다 그대로 잠들고픈
등대섬 조약돌 길이 물속 얘기 전하는 곳.
      (2012.5.6.)
 
 
  

초암산 산행길에

초암산(草庵山) 바위틈에
암자 하나 없더라도
 
철쭉꽃밭 가람(伽藍) 되고
참배객은 꽃이 되고
 
계정혜(戒定慧)
일깨움 속에
화장세계(華藏世界) 펼쳐진다.
 
맘 울타리 창 세우고
시절 인연 기다리다
 
봄비 속에 철쭉꽃은
자성(自性)의 빛 드러내며
 
한 순간
환하게 웃다
그것마저 놓고 있다.
      (2012.5.13.)
  
 
 

비계산(飛鷄山) 산행길에

 
흰구름이 물결 위에
화선지를 펼치는 날
 
휘파람새 고운 음에
갈맷빛의 먹을 갈아
 
한나절
그린 그림은
나는 닭의 형국이다.
  
산닭이 난다 하여
그 얼마를 날까마는
 
사람이 날고 싶어
산도 닭도 날게 한다
 
행복은
나는 게 아니라
무심(無心)으로 웃는 건데.
      (2012.5.26.)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에서

몇 번이나 다시 뵙는 신선암의 마애보살
아내 같은 그 상호에
천 년 세월 건너 뛰어
불연을
아로새기며
내 사는 길 돌아본다.
 
언제나 한결같이 즐겁게 사는 길은
바라밀 호흡으로
참나를 깨우치며
청정한
세상 바라며
보살도를 행하는 일.
 
위로는 깨달음에 아래로는 중생 교화
진실한 일 최선 다해
베풂으로 살다보면
정토는
멀지 않으리
우리 모두 보살되리.
      (2012.6.2.)
  
 
 

청화산 산행길에

 대간길 중원지인 청화산에 올라서서
속리의 길 그려보던 그 시절 생각다가
산행길
수행길 삼은
지금 삶에 미소 띤다.
 
발걸음 걸음마다 구도 행각 일삼으며
땀방울 방울마다 번뇌 망상 떨쳐내면
열반은
따로 없으리
승도 속도 둘 아니리.
 
산행도 입산이요 출가도 입산인데
그 원(願)과 머무름에 승속을 달리하나
어디든
회향 잘하면
그 자리가 정토이리.
      (2012.6.3.)
 
  

천성산 안적암에서

천 명의 도인이 난 천성의 품 안에서
화엄벌 바라보며 원효대사 생각 다가
안적암
풍경소리에
마음 고요 느껴 본다.
 
마음자리 편안하면 도 닦을 일 따로 없고
세상 소리 잘 깨치면 관음보살 따로 없듯
깨달음
회향 잘하며
사는 길이 행복이리.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다시없는 시간이며
여기 바로 이 장소가 둘도 없는 성지라며
나 바로
주인공 되어
미소 한번 지어본다.
      (2012년 7월)
 
 
 

지리산 웅석봉 산행길에

지리 운무 승무 추듯
자락자락 펼친 정경
 
그 어떤 찬사로도
참된 모습 못 담을 듯
 
먼발치
웅석봉 올라
바라만 보고 있다.
 
곰처럼 뚜벅뚜벅
하루만 걸어가면
 
천왕봉 칠십여 리
닿을 것 같건마는
 
나리꽃
붉은 맘으로
가는 길만 보고 있다.
      (2012.7.1.)
 
 

현성산(거무시) 산행길에

 금원산 맥을 이어 암릉 절로 성 이룬 곳
푸른 솔 흰 바위가 청룡 백호 어울리고
거무시
북현무 되어
남주작을 바라본다.
 
미폭에 멱을 감은 선녀 같은 바위들이
이끼와 솔잎으로 하얀 속살 가리면서
개벽 전
그 빛을 찾아
긴 세월을 기다린다.
 
무문관 화두인 듯 문바위가 길을 막아
가섭암 마애불전 참배길로 인도하여
바위 굴
삼존불 뵈니
물길 따라 길 열린다.
      (2012.7.6.)
 
  

백암산 산행길에

 흰 이끼 덮인 바위 백암산에 오르는 길
장맛비 기세 강해 산행길이 더디지만
골짜기 자욱한 구름 어서 오라 손짓한다.
 
하늘은 산 그리워 구름 모아 비 뿌리고
산은 또 하늘 그려 구름으로 피어나서
하늘 산 구름과 비로 하나인 듯 둘인 듯.
 
좋은 사람 함께하여 한 사흘 머물고픈
백암산 마루 너머 깊디깊은 신선계곡
오늘은 거센 물길만 신발 가득 담고 있다.
 
급류도 가로 질러 길고 긴 계류 따라
참새도 눈물 나는 험난 바위 넘어서서
신선소 몸을 담그고 온천욕을 대신한다.
      (2012.7.8.)
 
  
  

백운산 산행길에

땀방울 흘리면서
땅만 보고 걷노라니
 
시원한 바람 한 점
하늘 한번 보라 한다
 
흰 구름
둥둥 떠가며
물소리를 들으란다.
 
백운산 흰 바위는
구름이 닦아낸 듯
 
호박소와 구룡폭포
물소리 낭랑하다
 
하늘 땅
둘 아닌 실상
백운 청산 하나란다.
      (2012.8.26.)
 
 
 

백마산 산행길에

바드리 마을 돌담길에
대추가 주렁주렁
 
밤과 홍시 눈길 따라
백마산이 다가서고
 
억새꽃
가을 들판에
말갈기를 날린다.
 
 
바위틈 능이버섯
심 본 듯 따다 들고
 
백마산 산정에서
말춤 한판 벌이다가
 
첩첩 산
수많은 골에
우리 갈 길 찾아간다.
      (2012.9.23.)
 
  
 

소금강 단풍 산행

시월의 소금강은 그대로가 끌림이다.
산정은 물이 타고
계곡에는 불이 타고
우리는
진홍에 취해
갈 길 먼 줄 모르고.
 
소금강 단풍잎은 그대로가 공연이다.
기암은 무대 되고
폭포수는 풍악 되고
우리도
한마당 되어
환호성을 지르고.
 
소금강에 지는 잎은 그대로가 축복이다.
맑은 물에 수장 되고
고운 땅에 풍장 되니
우리는
잘사는 길을
이곳에서 배운다.
      (2012.10.14.)
 
 
  

늠비봉 오층석탑

 
초발심 다시 찾은
늠비봉 오층 석탑
 
아침기도 햇살 속에
사라지고 싶었던 몸
 
온 세상
소리 관(觀)하며
눈길마다 손길 편다.
        (2012년 10월)
 
  
  

비진도 산행길에

 
산호빛 푸른 물결
비진도에 안겨들어
내항에서 외항으로
돌담길도 돌아들며
선유봉
봉두에 올라
섬과 섬을 이어본다.
 
불타는 두 가슴을
파도에 맡겨두고
망부석 된 여인바위
언덕 위에 목 늘이고
일몰은
오늘 또다시
온 바다를 물들인다.
 
배에서 만난 여인
섬이 좋아 나섰단다
홀로라 서러운데
어느 곳에 머무를까
우리는
손을 흔들며
사람 사이 섬이 된다.
      (2012.12.2.)
 
 
  

방장산 산행길에

 
눈 덮인 방장산은
기다림이 화두(話頭)이다
바람소리 저 너머로
새소리도 묻어 두고
언젠가
꽃 필 그날을
걸음걸음 기다린다.
 
음양에 오행 따라
그리 그리 사는 이치
눈 녹아 물이 되고
꽃가지에 움트도록
내 숨결
언 땅 녹이며
한발 두발 기다린다.
 
산마루 길을 따라
이쪽저쪽 나뉜 경계
한 하늘 바라보며
묻힌 길도 헤쳐 가며
산자락
끄트머리에
산사(山寺)처럼 기다린다.
       (2013.1.6.)
 
 
 

여수 금오산 산행길에

물 맑은 돌산도의
봉황산을 타고 넘어
삼매(三昧)에 잠긴 섬들
해인(海印)인 듯 새겨보며
큰 바다
해를 품으러
향일암을 찾아간다.
 
긴 겨울 가운데서
봄이 옴을 믿고 있듯
초행길 서툰 길도
바로 알면 걱정 없듯
관음전
정근 소리에
증득(證得)의 길 찾아본다.
 
섬 산행의 깊은 맛이
물의 장엄 아는 거고
계곡 산행 깊은 맛이
물의 근원 찾는 거면
금오산
산행의 맛은
물의 의미 깨침이다.
       (2013.2.3.)
 
 
 
 

고헌산 시산제

          
눈 녹는 새해 벽두
고헌산 마루에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천을 가슴에 담고
신명께
고하는 것은
참사람의 길이다. 
 
거짓 나를 치유하고
참된 나를 찾는 것이
명산의 정기 받아
육바라밀 실천함이
행복한
산행길임을
시산제로 다짐한다.
      (2013.02.17.)
 
  
 

 가지산(加智山)에서

-육바라밀을 배우며-

명산은 바라밀로 보시‧지계 가르친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로 보시(布施)를 즐기면서
언제나 흔들림 없는 지계(持戒)마저 가르친다.
 
청산은 절기 따라 인욕‧정진 가르친다
눈비 속에 꽃피우며 인욕(忍辱)을 즐기면서
언제나 게으름 없는 정진(精進)마저 가르친다.
 
가지산은 중생에게 선정‧지혜 가르친다
산란함을 다스리어 선정(禪定)을 즐기면서
언제나 막힘이 없는 지혜(智慧)마저 가르친다.
               (2013.2.24.)
 
 
   
 

올산(兀山) 산행길에

백두대간 비킨 길에
우뚝 우뚝 솟은 기운
억 년 함묵 바위에다
세한 솔을 그려 놓고
첩첩 산
손을 맞잡고
빈 하늘로 흘러간다.
 
내 가는 산행길에
맛을 보는 새로움은
바윗돌 하나라도
그냥 넘지 못할 것들
느낌에
움직임 보태
청룡 백호 하나 된다.
 
산행 후 틈을 내어
사인암(舍人巖)을 둘러보니
우탁 선생 백발가에
단원 고뇌 떠오른다
또 하나
빼어남 앞에
물길마저 쉬어가고.
       (2013.3.3.)
 
 
  
 

천룡사지 산행길에

이무기 능선 타고
고위봉에 올랐다가
 
살구꽃 핀 천룡사지
고향인 양 찾아가니
 
매화향
머금은 탑이
열반재를 뒤로한다.
 
 
천룡사 옛 터전은
초가삼간 정취인 듯
 
돌담처럼 돌아보며
꽃잎처럼 물들이며
 
조각 꿈
하나 둘 엮은
삼층석탑 눈부시다.
       (2013.3.30.)
 
  
 

마이산 산행길에

 
진달래꽃 피다 말고 눈 속에 움츠린 날
광대봉에 올라서니 마이봉이 선연하다
저토록 귀를 세우고 무슨 소리 듣는 걸까.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는
나옹선사 시를 외며 고금당에 들어서니
하늘 끝 풍경소리를 마이봉이 듣고 있다.
 
탑사에 쌓아올린 한 돌 한 돌 그 정성이
섬진강 흘러 흘러 바다에 닿기까지
탑영제 물속그림자 내 안 깊이 담아본다.
       (2013.4.7.)
 
  
 

일월산 산행길에

일월산에 봄꽃 피어
바람마저 푸르른 날
지훈처럼 빛을 찾아
완화삼도 즐기면서
한 세월
해와 달 품어
밝게 밝게 살고 싶다.
 
일자봉의 파도소리
월자봉에 안고 가며
반변천의 발원지인
뿌리샘을 맘에 담아
온 세상
소식 나누며
맑게 맑게 살고 싶다.
  (2013.05.05)
 
  
 

감실부처님 전에서

한 개의 바위로도
한 세상이 적정(寂靜)한데
누군가의 공덕으로
감실부처 되었다오.
그러나
내가 아니라
깨친 그대 부처라오.
 
몽매에서 깨지 못해
이 바위를 깨었던가?
지극한 그 정성에
비바람도 막았던가?
하지만
나는 돌부처요,
닦은 그대 참 부처라.
 
천 년 넘게 또 그렇게
달빛 같은 미소 띠며
수줍은 듯 온화한 듯
햇살 같은 미소 띠며
그대를
기다려 왔네,
환히 웃는 그대를.

[2013.05.04.경주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감실할매부처) 전에서]
 
 
  

방태산 산행길에

깊은 골에 좌정하여 그 얼마나 닦았는지
빼어난 설악에도 부러운 맘 전혀 없다
환희심 그윽한 향은 발길마다 풍겨나고.
 
용늪골 올라서니 깃대봉이 반기는데
오르막길 고달파도 두려운 맘 전혀 없다
철쭉꽃 연분홍 빛은 인연따라 피어나고.
 
주억봉 주봉 지나 휴양림에 이르는 길
무명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맘 전혀 없다
폭포수 물결 소리는 삼독심을 일깨우고.
   (2013.06.02)
 
 
   
 

성인봉 산행길에

성인봉은 거저 그냥
오르는 산이 아니다
세상 소리 순하게 듣고
말씨가 부드러워야
진실로
봉에 올랐다
말할 수 있으리라.
 
귀와 입을 다스린 자
세상의 주인이려니
하늘의 뜻 바다의 뜻
하나로 꿰뚫어야
진실로
봉에 올랐다
말할 수 있으리라.
  (2013.06.30)


* 성인봉에 오르면서 생각한 화두가 성인봉이란 이름에 관한 것이었다. <설문해자>에 나오듯이 '성(聖)'자란 귀와 입을 매개로 하여, '미루어 안다'는 의미이다. 이는 통함을 말하기에, 세상의 이치에 통달할 수 있어야만 성인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진실로 귀와 입이 순해질 날이 그 언제이겠는가? 구업(口業)을 짓지 않고, 세상 모든 소리를 진리의 말로 여길 수 있을 때가 그 언제이겠는가? 오로지 수양이 필요하리라.
 
 
 
 

환선굴 산행길에

 
비에 젖은 단풍길로
덕항산을 타고 넘어
촛대바위 이는 안개
번뇌인 양 지켜보다
환선굴
수도승처럼
굴속 깊이 찾아간다.
 
신선이 되는 길은
그리 먼 길 아니럿다
동굴 속 물길같이
몸 기 마음 다스리어
그 너른
환선굴처럼
품고 풀고 사는 거다.
(2013.10.06)
 
  
 
 

무등산 산행길에

산이 좋아 한 삼십 년 그리 많은 산을 타도
빛고을[光州] 무등산은 그 연(緣)이 안 닿다가
오늘은 이 산에 들어 그 원(願)을 풀고 있다.
 
증심사에 남은 단풍 가을인가 하다가도
장불재의 눈과 바람 겨울임이 분명하다
입석(立石)은 동안거 든 양 구름몰이 한창이고.
 
서석대에 올라서니 나한 같은 바위들이
제각각 도 닦느라 상서러운 빛이 돌고
천지인(天地人) 세 왕봉으로 무상정각(無上正覺) 이룬 듯.
 
이만한 산이 없어 무등(無等)이라 이름하여
그만한 경지(境地) 없는 깨우침을 설하건만
초겨울 눈 녹는 길을 봄날인 듯 걷고 있다.
 
이리저리 갈림길에 중봉으로 길을 잡아
늦재로 내려서서 원효사를 둘러보며
감로수 한 잔 머금고 반야산장 찾아간다.
 (2013.12.01)
 
 
 

와룡산 산행길에

 누운 듯 나는 듯이
비룡을 꿈꾸는 산
와룡이라 이름하여
물속 세월 얼마인가
그 누가
삼고초려로
바다의 뜻 펼치련가.
 
우수 지난 꽃망울이
또 한 세계 꿈을 꾸고
잠룡 시절 그 옛날에
새 한마리 앉았다던
새섬봉
산정에 올라
한려해상 굽어본다.
 
산행 길 백팔 돌탑
그 정성을 되새기며
백천사 우보살의
목탁소리 일깨움에
와불전
삼배 올리고
내 수행길 돌아본다.
(2014.3.2)
 
 
 
  

연화산 산행길에

 
바람소리 벗을 삼아
벚꽃비도 맞으면서
 
신선놀음 선유봉 찾아
적멸보궁 저기 두고
 
연화산
연연한 품에
연심 또한 잊을래라.
 
진달래꽃 지는 길에
지지 않는 꽃을 찾아
 
한나절 땀 흘리니
옥천샘이 반겨준다
 
가고 또
가는 발길에
갈증 또한 잊을래라.
(2014.4.6)
 
 
 
 

백덕산 산행길에

백덕산 산행길에
산의 유래 헤아린다
약초꾼이 많은 것도
그 하나의 덕이지만
첩첩산
이웃이 되어
외로움도 없는 듯.
 
이 산도 본디부터
무슨 이름 있었으랴
태곳적 맑은 성품
계율인 양 지키면서
유위법
다할 때까지
덕 베풀고 있는 듯.
(2014.07.06)
 
 
  
 

  두타산 산행길에

산행도 맛들이면 두타행이 되는 것을
계곡엔 단풍 짙고 산마루엔 바람 찬데
때 이른 싸라기눈은 불사리의 나툼인가.
 
오십정 우물물에 구름빛이 떠도는데
천은사 풍경소리 두타산 길을 잡아
행각 길 산정을 넘어 박달재로 접어든다.
 
용추폭 병풍바위 선곈 듯한 무릉계곡
두타 청옥 쌍폭 물이 합장 마음 일깨우며
청정수 무릉반석 위로 가야할 길 가리킨다.
  (2014.11.02)
 
 ※두타(頭陀): (1)[불교]속세의 번뇌를 끊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 또는 그런 수행을 하는 사람.
(2)산과 들로 떠돌면서 온갖 괴로움을 무릅쓰고 불도를 닦는 일. 또는 그렇게 불도를 닦는 스님.
 
 
 


왕산, 필봉산 산행길에

돌로 쌓은 왕릉 보며 왕산에 오르는 길
류의태 약수터서 물의 참맛 맛보다가
왕산과 필봉산 딛고 삼십삼 열주 찾아간다.
 
누군가의 소망처럼 서설 소복 쌓인 길에
옛 가야의 흔적 넘고 망경대의 역사 넘어
천왕봉 저 너머 두고 허준 자취 둘러본다.
 
필봉이 보이는 곳에 동의보감촌 단장하여
복석정 귀감석에 천지기운 넘쳐나고
천부경 석경에 담겨 사람의 길 가르친다.
(2014.12.07)
 
 
 

지리산 바래봉에서

 
바래봉 바리에다
흰 눈 담아 공들이면
연분홍 철쭉꽃이
화엄법계 꾸며낼까
그냥도
좋은 이 길이
오월이면 어떠할까.
 
시작도 끝도 없는
길을 찾아 가는 길에
세동치 팔령치로
지리 연봉 선 그리며
바래봉
봉두에 서서
두류(頭流) 맥을 짚어본다.
 
고리봉과 정령치에
만복대와 성삼재라
반야봉 뒤 노고단이
천왕봉과 이어지고
끝없이
펼쳐진 길에
나의 길은 어디인가.
  (2015.01.04)
 
 
 

장성 백암산 산행길에

 
을미년 양띠해에
백양 찾아 산에 드니
환양선사 제도하신
하얀 양의 화신인 양
백암산
흰 옷을 입고
환한 길을 열고 있다.
 
몽계폭포 산수몽괘
동몽 격몽 일깨우고
상왕봉 옆 소나무는
학처럼 반기는데
백학봉
갈 수 없어도
마음 벌써 흥에 겹다.
 
학봉의 백두 기운
칠성각에 이어지고
쌍계루는 연못 속에
단풍처럼 젖었는데
영천굴
약수 한 모금
청량감을 더해준다.
(2015.02.01)
 
 
 
 

보경사 계곡

누군가는 속삭임을
물길처럼 펼쳐내고
 
누군가는 추억들을
폭포처럼 걸쳐두고
 
저마다
찾고 또 찾는
보경사 열두 폭포길.
(2015.01.30)
 
 
  
 

간월산에서

 
영남땅 대평원에 법석이 펼쳐지다
 
동으로는 문수 천성 불연으로 함께하며 서로는 능동 이어 천황 제약 함께하고 남으로는 신불에다 영축까지 함께하며 북으로는 가지에다 운문 문복 연을 잇고 거기에 언양 진산 고헌까지 함께하여 달빛 같은 신령으로 법연이 펼쳐진 곳
 
오늘은 간월산에서 할[喝] 소리를 듣고 있다.
(2015.2.8. 바람이 세찬 날에)
 
* 할[喝][불교]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배우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 또는 말이나 글로 나타낼 수 없는 불교의 이치를 나타내 보이는 소리.
 
 
  

천주산, 공덕산 산행길에

 
갈잎과 진달래꽃이
한껏 젖은 청명절 날
마애불 뒤 절벽 길이
기둥마냥 우뚝 선 곳
밧줄로
천주봉 올라
탑 돌 하나 올려 본다.
 
그 어떤 공덕으로
공덕산에 오르는가
안개비에 하심(下心)으로
반야봉도 넘어서니
대승사
넓고 큰 가람
적멸 속에 잠겨 있다.
(2015.4.5)
 
 
 
 

완도 오봉산 산행길에

 
섬처럼 풍덩 풍덩 젖고 싶은 마음 있어
동백꽃 지는 길에 완도 오봉 찾았건만
안개비 온 산을 적셔 내 바다가 어디인지.
 
은빛처럼 은은해진 연푸른 숲 속 길이
철쭉꽃 으아리꽃 휘파람새 마중하며
오봉을 완등 때까지 빗길 조심하란다.
 
심봉에 상황봉 넘어 백운봉에 올라서니
천지가 구름 속에 아득한 경계로다
원방각 기암절벽엔 큰 기운이 감돌고.
 
업진봉 넘으면서 업장소멸 생각 다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화두로 삼아 숙승봉을 넘고 있다.
 
날 좋은 날 다시 찾아 걷고 또 거닐면서
기파랑의 성품 닮은 정도리의 몽돌같이
내 인생 바다에 젖은 청산처럼 살고지고.
(2015.05.03)
 
 
 
 

지리산 산행길에

지리산이 마냥 좋아 찾게 된 지 삼십여 년
한 쉰 번쯤 안긴 품이 그 얼마나 정겨운지
또다시 그리운 품에 나의 온몸 맡겨본다.
 
길 좋은 거림골로 세석평전 오르면서
숲속 가득 환한 빛에 인간의 길 그려본다
본래의 밝은 본성을 다시 밝힐 길 찾으며.
 
천왕봉은 뒤로 두고 반야봉 쪽 길을 잡아
영신 칠선 덕평봉에 대간길을 따르면서
선비샘 물빛 머금고 벽소야월 떠올린다.
 
달빛 별빛 쏟아지던 지리산의 야영 시절
아직도 몇 밤이고 지새고픈 맘을 안고
내 삶터 기다림 향해 하산길로 접어든다.
(2015년 6월 초)
 
 
  
  

태화산 산행길에

 
크게 보면 화려해도
어찌 보면 서러운 산
 
소나무 가지 끝에
남한강이 굽이치고
 
동강은
저 편에 두고
김삿갓면을 찾아간다.
 
꼬리진달래 꽃길 따라
뻐꾸기 소리 들으면서
 
억년 비경 고씨굴에
아픈 역사 새기면서
 
하산주
함께 나누며
김삿갓길을 그려본다.
(2015.7.5)
 
 
 
 

백두산 순례길에

 
우리가 가야할 곳 백두 천지 분명하고
홍산 너머 바이칼호까지 백두산족 무대였건만
내 어이 이름도 바뀐 장백산을 오르는가.
 
백두대간 산길 따라 북한 사람 손을 잡고
그 아니면 열차 타고 오르고픈 염원 접고
옛 만주 우리 땅 밟고 북파 먼저 오른다.
 
소낙비에 정갈해진 자작나무 영접 받고
말 달렸을 너른 언덕, 차를 타고 한참 달려
남은 길 발길로 오르니 하늘못이 선연하다.
 
천지(天池)라는 그 이름이 참으로 제격이다
흰구름 두리둥실 허공중에 푸른 연못
보는 이 탄성 지르며 대자연과 하나 된다.
 
사진으로 그 얼마나 보고 새긴 광경인가
내 이제 직접 보니 한 소원이 성취된 듯
하지만 감격은 잠시 막막함은 웬일인가.
 
길 막힌 왼쪽 동파 장군봉이 우뚝하다
그 봉에 오를 날을 숙원처럼 품어보며
허용된 능선만 타다 장백폭포 찾아간다.
 
아직도 뜨거운 듯 화산 연기 피어나고
병풍 같은 장관 속에 폭포수의 거친 함성
장수왕 광개토대왕 호연지기 숨 쉬는 듯.
 
소천지 협곡 거쳐 녹연담에 손 적시며
이도백하 가는 길에 원시 산림 배웅 받고
내일 또 서파에 올라 천지 볼 맘 다져본다.
 
아침 해가 반가워서 밝은 천지 기대하며
차도 타고 걷고 걸어 경계비에 올랐건만
안개 속 뿌연 천지는 우리 현실 그대론 듯.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다 돌아서니
야생화 천국이란 그 말이 사실인 듯
금매화 하늘매발톱에 낯익은 꽃 그윽하다.
 
푸른 초원 한 켠에서 까마귀가 노니는데
정겨운 듯 서러운 듯 삼족오가 겹쳐진다
그 언제 백두산족이 세상 다시 구원할까.
 
천부경과 삼일신고 백두산족 단학 문화
인간세상 밝히려는 홍익정신 숭고한데
백두산 푸른 기운에 온 천지(天地)가 복되기를.
(2015.7.24.~25.)
 
 
 
 
 

산행의 맛                

 
산을 알고 좋아하는 이
골마다 넘쳐나고
산 그리워 산 찾는 이
마루마다 가득한데
진정한
산행의 맛을
즐기는 자 누구인가.
 
높이보다 깊이로
깊이보단 통함으로
하늘땅과 하나 되어
나와 남을 밝히는 
참으로 
산행의 맛을 
즐기는 자 아닐는지
                             
**********************
 산행도 수행 그 자체이다산행을 하다 보면 사색과 명상이 늘게 되고아울러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구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진다그리고 체력이 길러짐으로 <삼일신고>에 보이는 큰 힘[大力]이 생기고폐활량이 늘고 호흡이 안정되므로 기가 맑아지고, 더불어 호연지기와 함께 큰 지혜[大慧]가 생기고천지자연과 두루 통함으로 인해, <천부경>'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라는 진리를 알게 되고그래서 성통공완할 수 있는 큰 공덕[大德]을 이루게 된다고 하겠다
  이 시조를 탈고하기까지 2연의 중장에 대해 고심이 많았다처음에는 산행의 맛을 소승적 차원으로 여겨지는 '신선처럼 노니는 자'로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아무래도 대승적 차원의 삶이 더 가치가 있다고 보고여러 성인의 가르침처럼홍익인간의 이념처럼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말처럼, <원각경>에 보이는 일신이 청정하면 나아가 온 세계가 청정해진다는 가르침처럼자신의 밝은 덕을 밝혀 남을 사랑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와 남을 밝히는 자'로 고쳐쓰기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하늘땅과 하나 되어'라는 시구처럼 산행을 통해 사람이 곧 하늘과 땅이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하겠다
 이제 조금이나마 흡족해지는 느낌이다산행뿐만 아니라 공부라든가 세상일이 모두 이와 같다는 생각이다앞으로 산행이나 어떤 일을 하든지 수행이라 여기며, 본심을 태양처럼 환히 밝혀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발원이다.
 
  
 

선바위산 산행길에

 
산솔마을 언덕길에 단풍산을 지켜온 솔
긴 세월 푸른 꿈이
외로움도 호사인 양
무상 속
숭고한 뜻은
선바위로 이어진다.
 
선바위산 오름길에 우뚝 솟은 소원바위
자장율사 이룬 원력 
마른 땅이 비에 젖듯
깊은 골
거룩한 뜻은
강줄기로 이어진다. 
 
솔처럼 피는 꿈도 단풍처럼 지는 꿈도
하늘과 땅을 잇는
선바위에 서린 맘도
유위법
무위법 따라
있고 없고, 없고 있고.
   (2015.11.08.)
 
 
 

청량산 산행길에

 
맑고도 서늘함을
청량(淸凉)이라 하는 것을
태곳적 그 기운을
본성마냥 지켜온 산
()청량
참 자아인 듯
열두 봉이 품고 있다
 
원효가 다녀가고
고운 또한 머물던 곳
김생은 먹을 갈아
탁필을 남겨두고
퇴계는
오산당 지어
산 유람하듯 글을 읽고.
 
문수보살 인연처에
무이산도 닮아 있고
기암 기봉 산세에다
선계 같은 멋이 더해 
수많은
산객과 문인
발길 계속 이어지고.
 
신선이 내려와서
바둑을 두었다는
공민왕 역사 얽힌
축융봉도 바라보며
우리는
장인봉 찾아
하늘다리 건너본다.
 
잔설 길에 소나무로
세한도를 그리다가  
유리보전 앞에 세운
오층석탑 마주하며
에고 속
참 자아 위해
백팔배를 올린다. 
      (2015.12.06.)
 
 
 

  태산에 올라

우리 삶에 녹아 있는
그 고유한 산을 찾아 
바위에 글 새기듯
하늘길을 딛고 올라 
옛 황제
봉선(封禪) 행하듯
옥황전에 향 사른다.
 
그 먼저 곡부에서
공자 향기 맡아보고 
천가(天街) 끝자락의
벽하신군 만나 뵙고 
거대한
대관봉 절벽 
석각 글씨 마주한다.
 
족히 한두 달은
사서 찾아 읽어야 할 
당현종의 당마애 등
온갖 글귀 현란하다 
차라리 
표현을 아낀
무자비(無字碑)가 제격인 듯.
 
공자께서 여기 올라
천하를 작다시고
두보도 이곳 향해
포부를 다졌는데
나는 또
무엇을 바라
이 산에 올랐는가.
 
십 년이 젊어지고
또 한 소원 이룬다는 
해와 달과 가까이 한
오악독존 천하 명산 
내 이제
짓는 원림에
태호석이 되고 있다.
 
수척함과 뚫림에다
투명함과 주름짐 
미불이 이 넷으로
태호석을 평했는데
학처럼
구름을 뚫고
물결같이 살고 싶다.

       (20161
 
 
 

월출산 산행길에

 
월출산에 달이 뜨면
그 정경이 어떠할까
저토록 햇살에도
대향연을 펼치는데
산꾼들
영암을 타고
파도처럼 굼실대고.
 
기찬묏길 길을 잡아
천황봉길 걸어가며
즐거웠던 옛길처럼
새로운 길 그리면서
있는 것
있어야 할 것
하나 되어 가는 길.
 
음과 양 사랑 바위
바람재를 넘어서니
동백꽃 지는 길에
진달래꽃 피어나고
흘러도
다함없는 물
미륵전을 감돈다.
 
도선국사 도갑사에
매화꽃이 벙그는데
막을 바람 무엇이고
얻을 물은 무엇인가
해탈문
나서는 길에
구름 한 점 피어난다.
        (2016.03.20)
 
 
 
 

일림산 산행길에

 
 태양의 숲 일림산이
 장삼을 걸쳐 입고
 다향길 찻잎 덖어 
 여보게, 부르면서
 하늘땅
 분별없는 길
 한잔하고 가라 한다.
 
 바다가 어디이고
 하늘은 또 어디인지
 산 넘어 가는 길에
 지고 있는 철쭉들이
 용추곡
 편백숲 길에
 향기 맡고 가라 한다.
        (2016.05.15.)
 
 

 

 마니산 산행길에

 
기수련 한창일 때
느껴본 마리 기운
환희심 절로 일어
103배도 절로 하던
그 시절
그 맛 못 잊어
다시 찾은 참성단.
 
천지 기운 내 기운
내 기운 천지 기운
그렇게 되뇌이며
지감 조식 금촉하며
천부경
삼일신고로
밝혀보던 나의 본성.
 
스스로의 성품에서
참됨을 구하려고
몸공부 기공부에
마음공부 함께하며
그렇게
살아온 세월
또 그렇게 살고지고.
 
그 파란 나의 하늘
구름 뒤에 가렸어도
내면 깊이 참 자아는
우주로 통하기에
나 오늘
마니산 올라
명상 속에 그 맛본다.
         (2016.06.26.)
 
*) 마리 기운 : 마니산을 일명 '마리(머리의 고어)'이라고 하는 데서 착안하여여기서는 1) 마니산의 기운, 2) 백회가 열려 백회로 기운이 들어오던 것을 중의적으로 표현함.
 
 
 
 

백학봉 산행길에

 
학처럼 살고 싶어 백학봉에 이르는 길
 
'빨리 가면 30천천히 가면 10', 
누군가 매단 글귀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약사암이 쉬어가라 반기우고
영천약수 한 모금에 단풍잎이 더욱 고와
탑처럼 솟은 계단 정성 다해 공들이듯
한 발 한 발 올라간다.
 
쌍계루
연못 깊이엔
내 모습도 젖어들고.
        (2016.10.23.)
 
 
  
 
 

서대산 산행길에

 
닭의 해 경칩날에 서대산에 들어서서
개덕사의 서대폭포
눈 녹기를 기다리 듯
우리도
언 맘 녹이며
벽 없는 봄 기다린다.
 
나무 바위 어느 하나 제 소리가 없을까만
저렇듯 산을 이뤄
우주로 통하기에
우리도
해와 달 품고
경계(境界없이 살고 싶다.
 
제 몸 태워 불 밝히는 촛불이 한 뜻이면
대대(待對) 원리 담고 있는 
태극도 한 뜻이라
우리는
소소영영(昭昭靈靈)
신의 뜻을 헤아린다
             (2017.3.5.)
 
 
 

 금강동천에서

 
산들이 봉싯 방긋
한소식들 하는 날에
물소리 목탁 삼고
지는 꽃잎 법문 삼아
골 깊은 
적막을 깨고
금강동에 들어선다
 
 
여기는 밀양 재악(載岳)
표충사의 금강동천
폭포 계류 한계암이
옥류동천 쌍 이룬 곳
정기신(精氣神)
이 셋을 닦아
아라한이 되고픈 곳.
         (20174
 
 
 
 
 

천성산 산행길에

 
원효의 덕분으로 
천 명 성인 나신 이곳
 
피고 지는 철쭉꽃이 
무정 법문 설해낼 때
 
우리는 
화엄늪 찾아 
유정불이 되어본다
 
천성산 넓은 늪엔 
꿈틀대는 생명 소리
 
내원천 깊은 골엔 
촬촬대는 냇물 소리
 
우리는 
원효봉 올라 
바다 소리 들어본다.
         (20175)
 
 
 
 

왕피천에서

 
골 깊고 물 맑은 곳 그 어딘들 없으련만
군왕이 피신하여 
왕피천이라 불리는 곳
아직도 
전설과 같은 
청정함이 반가웁다.
 
굴구지 물길 따라 물에 젖어 내리는 길 
물길에 자리를 튼 
바윗돌이 학 빛이라 
우리도 
학소대에서 
몸과 맘을 씻어본다.
 
금강송 솔향기에 부처꽃이 피었는데
새소리에 한껏 젖은 
산머루가 익어가고
학바위 
용머리 바위 
하늘 꿈을 꾸고 있다.
               (2017.7.2.)
 
 
 

지리산 백운계곡에서

 
천왕봉의 조각구름
백운동에 모여 들어
 
소와 담과 폭포수로 
노래하고 춤도 추며
 
소요유(逍遙遊)
맘껏 즐기며
남명(南冥)으로 나아간다.
 
구름이 꿈이라면
물길은 현실이라
 
완벽도 하지 않고
완전도 하지 않은
 
우리네
한 생을 두고
바랄 일은 무엇인가
       (20179)
 
 
 
 

설흘산 산행길에

 
산행 중에 바다 보며 
헛된 욕심 달래다가 
강풍 속에 석축 만나 
참된 본심 생각 다가
설흘의 
봉홧불 되어 
금산 돌산 이어본다.
 
응봉에서 설흘로 
이어진 길 따르다가 
수처작주 푯말 만나 
참 주인공 생각 다가
가천의 
다랭이 마을 
바래길을 걸어 본다.
      (201710 
 
 
 
 

 산막이옛길에서

 
하늘이 산을 둘러 
속속들이 감춘 비경
소원 빌던 등잔봉에 
불 밝히면 드러날까
괴산호 
연하구곡이 
옛길 속에 나타날까.
 
양반길 산막이길 
구름처럼 이어진 길
뱃길 따라 쪽빛 물결 
첩첩 산을 그리는 곳
나 여기 
맨발이 되어 
그 옛길을 걸어본다.
 
수월정에 잠시 앉아
옛 선비를 그려본다
저 산을 벽()을 삼고
물과 달을 벗을 삼아
산막이
이 깊은 골서
어떤 마음 챙겼을지.
         (201712)
 
 
  
 

지리산 천왕봉에서

 
지혜가 밝아지면
그 무엇이 달라질까
이 천왕 높은 봉도
그저 한 알 구슬이고 
반야 속
우주법계는 
그대로가 화엄이리.
 
제석 넘어 통천으로
새 하늘이 열려오매
한 티끌 눈이 된 양 
시방세계 청정하고
맑은 샘
사바로 흘러
상운으로 피어나리.
 
구름 속 골짜기는
산을 품고 누웠는데
고요하고 맑은 기운
청학을 깃들이고
밝아진
지혜광명에
온 세상이 환해지리.
          (20181)
 
 
 
 

 모악산(母岳山) 산행길에

 
산 이름에 악()자 있어 괜한 걱정 하였더니
어머니의 품속 같은 
다사로운 산이었네
맨발로 
신선대 길로 
천부 맥도 짚었다네.
 
천일암(天一庵) 지나면서 천경신고(天經神誥) 되뇌이며
성통(性通)하고 공완(功完)하는 
내 좌우명 새겼다네
참나로 
환한 빛으로 
미륵전도 밝혔다네
          (20184)
 천경신고 : 천부경(天符經)과 삼일신고(三一神誥).
 
 
  
 
 

칠갑산 산행길에

 
콩밭 매는 아낙네야
노랫가락 읊조리며
아흔아홉 긴긴 골을 
천장호에 담아 보니
칠갑산 
용과 호랑이 
불이 되고 물이 된다.
 
()과 갑()에 깃든 의미 
생명의 시원인 듯
약사불의 가피 속에 
장승들이 숨을 쉬고
칠갑산 
전설의 기운 
복이 되고 덕이 된다.
            (189)
 
 
 
 
 

 산청 대성산 정취암에서

 
선재동자 선지식 찾듯 
산을 찾고 찾음이여
정취암(淨趣庵) 문 두드려 
정취(正趣)를 일깨우며
묵묵히

보살(菩薩)의 길로

나아가는 중생이여!
 

청정(淸淨)한 비로(毘盧)의 빛
법계(法界)에 원융(圓融)하사

보리(菩提)로 트인 싹을
바라밀(波羅蜜)로 꽃피우며
정취암
정취(情趣) 속으로  
나투시는 보살이여!
            (201811)
 
 
 

 구례 오산(鼇山) 사성암(四聖庵)에서

 
막힘이 통함이라 절벽을 택했던가
도선굴 서린 기운
두류(頭流) 연봉(連峰) 넘나들고
() 성인(聖人)
수도 도량에
마애불이 영험하다.
 
맨발로 자라처럼 둥주리봉 넘는 길에
훌훌 턴 참나무는
지장(地藏)처럼 거룩한데
낙엽은
그 어디에서
새 생명을 얻을 건가.
 
암벽도 절경이면 암자라도 들어서듯
마음의 짐 하나가
궁극엔 꽃을 피워
유리광
환한 빛으로
헛된 경계 허무누나.

            (1812)

 
 
 

 지리산 둘레길에서

 -송정마을~가탄마을 구간-

 
복사꽃의 화사함이 산길을 밝히는 날
섬진강 물결 적신 
진달래꽃 짙은 정의 
연두빛 
몽실몽실한 
봄 편지를 읽는다.
 
둘레길 길고 긴 길 오르고 내리는 길
유년 시절 동화 속의 
꿈들이 살아나는
낯선 듯 
이미 익숙한 
길을 따라 거닌다.
 
산기슭 차밭 지나 십리벚꽃 길을 만나
눈 같은 꽃잎 밟고 
화개장터 들어서니
왁자한 
사람들 소리 
머물고픈 찻집들.
                (20194)
 
 
 
 

관룡사 용선대에서


구름 타고 솟는 용을 관한 자는 누구던가
화왕 불꽃 능선길에 정 소리로 빚은 여래
나는야
무엇을 보려
이 용선에 올랐는가.

용을 본 자 절을 지어 관룡이라 이름 짓고
불을 본 자 불상 빚어 반야선도 띄웠으리
때맞춰
벙근 상사화
시절 연을 일깨운다.
                  (20227)
 
 
  
 

영축산에서


신령한 독수리가 허공으로 나는 형국
백팔에 진일보한 일공팔일 덕을 쌓은
영축산
산정에 올라
적멸 속에 안긴다.

법계에 밝은 빛과 통하고 살고 싶어
머리론 천기 받고 맨발론 지기 받고
오가는
반가운 사람
인사 먼저 건넨다.
             (202211)
 
 
 

천룡사 탑에서

 
신라의 옛 숨결로
하루라도 살고 싶어
 
맨발로 찾아 나선
갈잎 속의 천룡사 탑

하늘 품
넉넉한 섶에
세한 사랑 새긴다.
     (202211)
 
 
 
 

 블루로드 산행길에


푸른 바다 보고파서 찾아나선 해파랑길
목은(牧隱) 선생 은둔하던
괴시마을 둘러보니
잔설에
반가운 매화
또 한 봄을 기약한다.
 
축산항을 품고 있는 영덕구간 블루로드
관어대 전망 따라
대소산을 넘어서며
눈 가득
바다를 담아
남은 생을 기약한다.
                (20232)
 
 
  
 

 통영 용호도에서


용머리와 범머리 닮아 용호도라 불리는 섬

나무보다 풀 많다고 용초마을 이름 되고 황금바위 몽돌들이 해변을 지켜내고 
호두마을 너른 바위 편히 누워 쉬고픈 곳 하지만 곳곳에선 포로수용 유적들이
산행하는 우리들께 좌우이념 일깨운다

용호(龍虎)
상박(相搏) 아니라
하나 지킬 신이라고.
          (20234)
 
 
  
 

 함양 대봉산에서


또끼걸음 대신한
모노레일 거북걸음
뙤약볕에 눈 시원히
산과 골을 조망하며
올랐네
소원바위에,
대봉산 산마루에.

어머님이 그리울 땐
누님을 찾아뵙듯
대봉 천왕 올라서서
두 팔 한번 펼쳐보니
지리산
정겨운 봉들
구름처럼 아늑하다.
        (20237)
 
 
 
 

남원 교룡산에서


청룡의 해 시산제길
남원 땅의 교룡산행
백제 때 쌓은 산성
임란 때도 방패 되고
호롱불
어두운 시절
동학혼이 빛이 됐네.

옛사람 성을 쌓아
그 무엇을 지켜냈나
전등불 환한 세상
사람이 곧 하늘 되니
우리는
천지 광명에
소요유를 즐긴다.
        (20241)
 
 
 
 
 

청풍호 자드락 산행길에

 
오늘 말복 산행길엔 어떤 그림 새길 건가
길라잡이 청풍호에 자드락 6길 코스
땀 솟는
비탈진 기슭
그 풍경은 동동주다.
 
많은 일행 배를 타고 옥순봉을 담고 있고
여남은은 산을 타고 산수화를 새기는데
돌부처
눈 감은 숲길
사과 빛이 안주로다.
                 (20248)
 
 
 

대둔산 산행길에


산은 길로 통하기에 이번에는 수락길로
저쪽은 케이블카에 구름다리 수려하고
이쪽도
폭포 잔도에
구름다리 좋아라.

한 계단 두 계단에 바위처럼 착해지며
용담꽃 들국화와 나무의 덕 배우면서
마침내
마천대 올라
하늘빛에 물든다.  
              (202410)
 
 
  
 

청송 신성계곡 녹색길에서

 
주왕산은 저쪽 두고 신성계곡 찾아간다
징검다리 정겨워서 물수제비 날려보며
 깊은
가을 속으로
소년처럼 걸어간다.
 
연초록 앳된 꿈이 어쩜 이리 장관일까
노랗고 붉은 것이 황혼녁의 선물인 듯
뙤약볕
애쓴 견딤에
단애조차 자색(紫色)이다.
 
산과 물 좋은 곳에 방호정(方壺亭) 제격인데
새옷 갈이 한창이라 그 자태 가리었네
아쉬움
산수로 덜고
단풍잎에 취해본다.
 
청송 팔경 중에 제1경 된 백석탄(白石灘)
여울 속에 이곳 바위 둥근 파임 흰색이라
남은 생
둥글게 닳고
흰빛으로 살고 싶다.     
                 (202411)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바위인가 부처인가 그 아니면 우리인가
천 년을 뛰어넘어 근래 다시 나툰 불상
오늘 또
이리 만남은
그 무슨 연()이런가.

숙이고 견딘 덕에 처음발심 오롯하다
이제는 마주하여 마음 편히 보고픈데
아직도
때가 아닌가
이 무슨 업()이런가 
               (20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