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퇴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서예공부였다. 그래서 작년 4월부터 이곳 문화원에 1주일에 한 번씩(수요일) 나가서 한문서예 해서체(안근례비)를 묵전 선생님으로부터 사사하고 있다. 그러다가 올 3월부터는 <묵전서예학원>에 정식으로 등록하였다. 학원에서는 매주 월, 화, 목요일에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서예공부를 하고 있다. 월요일엔 구성궁예천명, 화요일엔 광개토대왕비, 목요일엔 서령인사기를 배우고 있다. 특히 월요일은 통도명가 휴업일이라 부담이 없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서예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특활(글씨본) 시간이었다. 5학년 때 군 학예대회에 나가 묵화부문에서 1등을 하여 그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었다. 중, 고교 시절에는 붓을 잡을 기회를 못 가지다가, 대학 1학년 때 서예 동아리(청묵반)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신입생 중에 첫 번째로 입회할 정도로 열의가 있는 편이었다. 그때 나는 전공이 국어교육인 측면도 있었겠지만 개인적 취향으로 한글 서예공부를 퍽이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한글 서예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다. 당시 학원에 다닐 형편도 아니고 해서 한글 서예공부는 독학으로 했다. 물론 동아리 선배님으로부터 배운 한자 해서체 기초 학습이 중봉 잡기 등에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서예에 대한 나의 이러한 인연으로 진해에서 처음 교편을 잡을 때부터 서예반 지도교사를 맡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모자람을 알기에 서예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편이었다. 홀로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 부산 대화상사(필방)와의 인연으로 1992년에 당시 서울서 출강을 나오신 농산 정충락 선생님께 서예학원 원장님들과 함께 서예 이론 공부를 한 학기 동안 연수하기도 했다. 그때 배운 공부를 바탕으로 한글 궁체인 <옥원듕회연> 을 국전지(2미터 길이)에 써서 제5회 경남도전(1993년)에 출품하여 입상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중, 고 교사 70여 명 중에 서예를 공부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많은 재능 봉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상장이나 졸업장 쓰기, 행사 식순 쓰기, 학교의 여러 가지 홍보나 광고, 서류철 제목 쓰기 등 다방면에 걸처서 붓글씨가 필요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컴퓨터가 상용화되고부터는 나의 붓글이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용적인 측면에서의 붓을 잡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그래도 서예공부는 몰입 등 정신적인 차원에서 그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서예가 서법이 되고 서도가 되는 것이 실감난다고 하겠다.
나는 여러 가지 취미 활동 중에 서예라는 것을 하나 더 가지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 두서 없이 이 글을 써보고 있다.
최근에는 제15회 한국추사서예대전 출품작을 4편이나 준비하느라 서예공부에 몰입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근 한 달이나 준비하여 오늘 4편(한글 2편, 한문 2편)을 검사 맡고, 출품 원서를 작성했다.
다음은 오늘 내 손을 떠난 4편의 작품이다. 한글은 오늘 아침에 쓴 것이 출품용으로 두 편 모두 뽑혔다. 아직 서툴지만 공부하는 과정이 좋아서 이 글과 함께 여기에 올려 본다. 더 많은 공부와 발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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