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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선생님의 <울지 않는 아이>-현직 교사의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마음산(심뫼) 2020. 4. 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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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동료 교사였고, 같은 산악회 회원이기도 한 김호준 선생님께서 <울지 않는 아이>라는 위의 책을 선물로 주고 갔다. 직접 받지 못해서 몇 시간이 지난 후에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 말씀을 전했다. 그런 중에 그는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는 나를 모델로 한 이야기라고 했다. 순서대로 읽어나가다 전화 후에 우선 그 대목을 들추어 보았다. 물론 여기 적는 것은 며칠이 더 지난 후의 일이지만.

  이 부분은 동과목 교사끼리 다음 학기에 맡을 과목 시간을 정하는 회의(會議)를 하다 회의()를 느끼면서 쓴 이야기이다. 여기에 나를 생각하면서 썼다는 부분을 인용해 본다. 정말 이 글처럼 '무심도인(無心道人)'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야인으로 돌아간 선배가 떠올랐다. 그는 양보에 익숙했다. 물론 그가 양보한다고 비굴해 보이거나 약한 성정을 지닌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숫자가 점령군처럼 날선 눈빛을 앞세우는 현실을 꿰뚫어 보았다. 숫자로 계량화되어 춤추는 현실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그랬으니 그것에 끄달릴 리 없었다. 양보하고도 연연해하지 않으니 손해 본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손해의 다정한 친구인  불평이 그의 입을 찾을 리 없었다. 무한대로 펼쳐지는 숫자의 본성을 끝없는 우리의 욕심처럼 하찮게 바라봤다. 

그는 느낌에 충실했다. 소년처럼 봄꽃을 보면 예쁘다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좋다고 표현했다.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욕심을 텅 비우고 느낌을 표현했기에 그의 그런 표현을 들은 사람들도 좋아라 했다.

지금 느낌을 돌아본다.

느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남의 느낌은 볼 수 없다. 비교하려 해도 비교할 수 없다. 느낌은 계량화할 수 없다. 한계를 짓고 도달했느니 못했느니 안달할 필요도 없다. 느낌은 텅 비었는데도 가득찰 수 있는 것이다. 

그 선배는 숫자를 훨훨 던져버리고 욕심은 텅 비우고 느낌으로 충만한 삶을 오롯이 즐겼던 무심도인(無心道人)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