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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시학'과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마음산(심뫼) 2013. 6. 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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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감명 깊고 유익하게 보고 있는 책이 안대회 님이 지은 <궁극의 시학>이다. 여기엔 사공도(司空圖)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이 잘 설명되어 있다. 이를 직접 적어볼까 하였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여러 곳에 잘 소개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십사품을 여기에 옮겨 본다.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사공도(司空圖)

1. 雄渾(웅혼)

大用外腓(대용외비) : 위대한 활용은 밖에서 피하고
眞體內充(진체내충) : 진실한 본체는 안에서 충만하도다
返虛入渾(반허입혼) : 빈 곳으로 돌아와 혼연한 데로 들어
積健爲雄(적건위웅) : 강건함을 쌓아 비로소 웅자하게 된다
具備萬物(구비만물) : 만물의 이치를 구비하여
橫絶太空(횡절태공) : 큰 공중을 단숨에 끊어버린다
荒荒油雲(황황유운) : 뭉게구름처럼 마구 피어나고
寥寥長風(요요장풍) : 긴 바람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超以象外(초이상외) : 물상 밖에서 뛰어나고
得其寰中(득기환중) : 그 세계의 중심을 얻는다
持之匪强(지지비강) : 중심을 유지함에 억지가 없고
來之無窮(내지무궁) : 그것을 가져옴에 다함이 없다

2. 沖澹(충담)

素處以黙(소처이묵) : 말없이 소박하게 살아
妙機其微(묘기기미) : 오묘한 기틀은 더욱 기묘하도다
飮之太和(음지태화) : 조화로움을 마시고
獨鶴與飛(독학여비) : 외로운 학과 함께 날아다닌다
猶之惠風(유지혜풍) : 마치 남풍과 같아
苒苒在衣(염염재의) : 부드럽게 옷에 와 닿는다
閱音修篁(열음수황) : 긴 대숲의 소리 듣고
美曰載歸(미왈재귀) : 좋아서 싣고 돌아가리라 말한다
遇之匪深(우지비심) : 만나면 깊지 않으나
卽之愈稀(즉지유희) : 다가가면 더욱 희소해진다
脫有形似(탈유형사) : 형상이 비슷한 점이 있어
握手已違(악수이위) : 손으로 잡으면 이미 어긋난다

3. 纖穠(섬농)

采采流之(채채류지) : 이리저리 다니며 캐고캐어
蓬蓬遠春(봉봉원춘) : 저 멀리 떠다니는 아득한 봄날이여
窈窕深谷(요조심곡) : 그윽한 깊은 골짜기에서
時見美人(시견미인) : 때때로 미인을 바라본다
碧桃滿樹(벽도만수) : 푸른 복숭아 나무에 가득하고
風日水濱(풍일수빈) : 바람부는 날의 물가이로다
柳陰路曲(유음노곡) : 버드나무 그늘이는 길모퉁이
流鶯比隣(유앵비린) : 사방을 날아다니는 앵무새로다
乘之愈往(승지유왕) : 잡아 타면 더욱 멀리 가고
識之愈眞(식지유진) : 알게 되면 더욱 더 실감난다
如將不盡(여장부진) : 만약 다하지 않음 이용하면
與古爲新(여고위신) : 옛사람과 더불어 새로워진다

4. 沈着(침착)

綠杉野屋(녹삼야옥) : 초록 삼나무 늘어선 시골집
落日氣淸(낙일기청) : 지는 해에 공기는 맑기만 하다
脫巾獨步(탈건독보) : 두건을 벋고 혼자 걸으며
時聞鳥聲(시문조성) : 때때로 새소리 듣는다
鴻雁不來(홍안불래) : 기러기는 오지도 않고
之子遠行(지자원행) : 그대는 멀리 떠났도다
所思不遠(소사불원) : 그 사람 생각은 멀어지지 않아
若爲平生(약위평생) : 평생을 같이 하는 듯하여라
海風碧雲(해풍벽운) : 바닷바람과 푸른 구름
夜渚月明(야저월명) : 밤 물가에 밝은 달이어라
如有佳語(여유가어) : 이 기분 표현할 좋은 말 있다면
大河前橫(대하전횡) : 큰 강물 앞에 가로누운 듯하여라

5. 高古(고고)

畸人乘眞(기인승진) : 기인이 참된 기운 타고
手把芙蓉(수파부용) : 연꽃을 손에 잡고 있으면서
泛彼浩劫(범피호겁) : 저 무한한 영겁의 시간에 뛰운
窅然空蹤(요연공종) : 아련한 빈 발자취이어라
月出東斗(월출동두) : 달이 동쪽 두수의 자리에서 나오니
好風相從(호풍상종) : 좋은 바람이 뒤따르는구나
太華夜碧(태화야벽) : 화산의 밤은 푸르기만 한데
人聞淸鍾(인문청종) : 사람들은 그 맑은 종소리 듣는구나
虛佇神素(허저신소) : 우두커니 서서 신령한 본 바탕을 보니
脫然畦封(탈연휴봉) : 한계를 뛰어넘어 초탈해지는구나
黃唐在獨(황당재독) : 황제와 요임금의 경지를 홀로 지니니
落落玄宗(낙락현종) : 드물고 드문 현묘한 최고의 경지이로다

6. 典雅(전아)

玉壺買春(옥호매춘) : 옥으로 만든 병에 술을 사와
賞雨茅屋(상우모옥) : 초가집에서 내리는 비를 구경한다
座中佳士(좌중가사) : 자리엔 좋은 선비들
左右脩竹(좌우수죽) : 좌우엔 긴다란 대나무숲
白雲初晴(백운초청) : 갓 비개고 흰구름 두둥실
幽鳥相逐(유조상축) : 그윽히 지저귀는 산새들 날아다닌다
眠琴綠陰(면금녹음) : 숲 그늘 속에서 거문고 베고 자는데
上有飛瀑(상유비폭) : 위로는 나는 듯 떨어지는 폭포수로다
花落無言(화락무언) : 말없이 꽃잎은 떨어지고
人澹如菊(인담여국) : 사람의 마음 담담하기 국화꽃 같도다
書之歲華(서지세화) : 이것을 한 해의 풍광으로 지으면
其曰可讀(기왈가독) : 사람들은 읽을 만하다고 할 것이다

7. 세련(洗練)

如鑛出金(여광출금) : 광석에서 금이 나오는 듯
如鉛出銀(여연출은) : 납에서 은이 나오는 듯하여라
超心鍊冶(초심련야) : 담금질하는 곳에서 마음을 벗어나
切愛緇磷(절애치린) : 마음은 부처의 경지를 지극히 좋아한다
空潭瀉春(공담사춘) : 빈 못에 봄의 기운 쏟아내고
古鏡照神(고경조신) : 오래된 거울에 정신을 비춰본다
體素儲潔(체소저결) : 몸을 소박하게 하고 정결함을 쌓아
乘月返眞(승월반진) : 달빛 타고 진리의 본체로 돌아온다
載瞻星辰(재첨성진) : 별빛에 눈을 싣고
載歌幽人(재가유인) : 숨어사는 사람에 노래 싣는다
流水今日(유수금일) : 흐르는 물은 오늘의 모습이요
明月前身(명월전신) : 밝은 달은 전생의 내 모습이어라

8. 勁健(경건)

行神如空(행신여공) : 마음을 씀에는 공중을 지나듯
行氣如虹(행기여홍) : 기운을 씀에는 무지개 피우듯 한다
巫峽千尋(무협천심) : 무협 천길 낭떠러지에
走雲連風(주운연풍) : 달려가는 구름, 불어대는 바람이어라
飮眞茹强(음진여강) : 진리를 마시고, 강함을 먹이고
蓄素守中(축소수중) : 바탕을 쌓고 중심을 지킨다
喩彼行健(유피행건) : 저러한 운행을 건강함에 비유하니
是謂存雄(시위존웅) : 이것이 바로 웅자함을 지닌다고 한다
天地與立(천지여립) : 하늘과 땅과 함께 서고
神化攸同(신화유동) : 신령의 변화와 함께하는 바다
期之以實(기지이실) : 충실함을 지키고
銜之以終(함지이종) : 마지막까지 지켜나가야 한다

9. 綺麗(기려)

神存富貴(신존부귀) : 정신에 부귀함을 지녀야
始輕黃金(시경황금) : 비로소 황금을 가벼이 여길 수 있다
濃盡必枯(농진필고) : 짙은 것 다하면 반드시 메마르나
澹者屢深(담자루심) : 담담한 것은 자꾸 깊어진다
霧餘水畔(무여수반) : 안개 낀 물가에
紅杏在林(홍행재림) : 붉은 살구나무가 수풀 속에 있도다
月明華屋(월명화옥) : 화려한 저택에 달은 밝고
畵橋碧陰(화교벽음) : 그림 그려진 다리에 푸른 그늘이 진다
金樽酒滿(금준주만) : 아름 다운 술잔에 술이 가득한데
其客彈琴(기객탄금) : 객이 주인을 위해 거문고를 탄다
取之自足(취지자족) : 이를 듣고 만족하니
良嬋美襟(양선미금) : 진실로 마음 속이 아름다워진다

10. 自然(자연)

俯拾卽是(부습즉시) : 내려보고 주우면 곧 그 것이라도
不取諸隣(불취제린) : 이웃에서 그것을 취하지 않느니라
俱道適往(구도적왕) : 길을 갖추어 알맞게 가고
著手成春(저수성춘) : 손을 대면 곳 따뜻한 봄이 된다
如逢花開(여봉화개) : 만나보면 꽃이 피고
如瞻新歲(여첨신세) : 보라보면 해가 새로워진다
眞予不奪(진여불탈) : 진정으로 준 것은 뺏지 않고
强得易貧(강득이빈) : 억지로 얻은 것은 쉽게 가난해진다
幽人空山(유인공산) : 인적 없는 빈 산에 숨어사는 사람
過水菜蘋(과수채빈) : 물을 지나면 마름을 따노라
薄言情晤(박언정오) : 말은 적어도 마음은 밝아
悠悠天鈞(유유천균) : 자연의 법칙은 그윽하기만 하다

11. 豪放(호방)

觀花匪禁(관화비금) : 꽃구경 금하지 않으며
呑吐太虛(탄토태허) : 천지를 삼키고 토해낸다
由道返氣(유도반기) : 도리를 따르다가 기로 돌아가고
處得以狂(처득이광) : 광기로서 자리를 얻기도 하노라
天風浪浪(천풍낭랑) : 하늘에 바람은 낭랑하고
海山蒼蒼(해산창창) : 바다와 산은 푸르기만 하다
眞力彌滿(진력미만) : 참된 힘이 가득차고
前招三辰(전초삼진) : 앞으로는 달과 별과 해를 부르고
後引鳳凰(후인봉황) : 위에서는 봉황새를 데려온다
曉策六鼇(효책육오) : 해 뜰 무렵 여섯 큰거북을 채찍질하여
濯足扶桑(탁족부상) : 동해 바다 부상에서 발을 씻는다

12. 含蓄(함축)

不著一字(부저일자) : 한 글자 짓지 않아도
盡得風流(진득풍류) : 풍류를 다 터득하나니
語不涉己(어불섭기) : 말은 자기를 표현하지 않아도
若不堪憂(약불감우) : 우려하지 않는 듯이 한다
是有眞帝(시유진제) : 여기에는 진리가 들어있어
與之沈浮(여지침부) : 그것과 부침을 계속한다
如淥滿洒(여록만쇄) : 술을 가득히 걸러놓은 듯하여
花時返秋(화시반추) : 꽃 피는 때에도 가을로 돌아간다
悠悠空塵(유유공진) : 먼지 한 점이 아득한 하늘
忽忽海漚(홀홀해구) : 홀홀히 잠기는 바닷물결이어라
淺深聚散(천심취산) : 얕고 깊고, 모이고 흩어짐
萬取一收(만취일수) : 만에서 하나를 취해들이노라

13. 精神(정신)

欲返不盡(욕반부진) : 돌아가려다 가지 못해
相期與來(상기여래) : 서로 기다리다가 만나 함께 온다
明漪絶底(명의절저) : 맑은 물결 속까지 보이고
奇花初胎(기화초태) : 기히한 꽃이 갓 봉오리 맺는다
靑春鸚鵡(청춘앵무) : 싱그런 앵무새들
楊柳樓臺(양류누대) : 버들 사이 누대에 논다
碧山人來(벽산인래) : 푸른 산에 사람이 찾아와
淸酒滿杯(청주만배) : 맑은 술이 술잔에 가득하다
生氣遠出(생기원출) : 생기는 멀리 뻗어가고
浮蛆死灰(부저사회) : 식은 재는 붙어있지 않구나
妙造自然(묘조자연) : 교묘히 이루어졌으니
伊誰與哉(이수여재) : 그 누고와 함께 하리오

14. 縝密(진밀)

是有眞跡(시유진적) : 이곳에 참 자취 있으나
如不可知(여불가지) : 알 수는 없을 것 같도다
意象欲生(의상욕생) : 이미지가 살아나려하니
造化已奇(조화이기) : 조화가 이미 기이하도다
水流花開(수류화개) : 물 흐르고 꽃 피니
淸露未晞(청로미희) : 맑은 이슬이 마르지 않았다
要路悠遠(요로유원) : 중요한 길은 아득히 멀고
幽行爲遲(유행위지) : 그윽한 곳 가는 길도 더디지만 하다
語不欲犯(어불욕범) : 말로는 범하기를 바라지 않고
思不欲癡(사불욕치) : 생각은 어리석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猶春於綠(유춘어록) : 봄날에 초촉 풀빛에 있는 것같고
明月雪時(명월설시) : 흰 눈에 밝은 달빛 비치는 때 같도다

15. 疎野(소야)

惟性所宅(유성소택) : 성품에 따라 머무나니
眞取弗羈(진취불기) : 천진하게 취하고 얽매이기 않는다
拾物自富(습물자부) : 물건을 주워 사용해도 부자로 여기고
與率爲期(여솔위기) : 언제나 솔직하기를 바란다
築屋松下(축옥송하) : 소나무 아래에 집을 지어
脫帽看詩(탈모간시) : 모자를 벗고서 시를 살펴본다
但知旦暮(단지단모) : 다만 아침과 저녁만 알 뿐
不辨何時(불변하시) : 시간이 어느 때인지를 가리지 못한다
倘然適意(당연적의) : 어쩌다 기분에 맞겠지만
豈必有爲(기필유위) : 어찌 반드시 일부러 그렇게 했겠는가
若其天放(약기천방) : 만약 그것이 천성의 방림이라면
如是得之(여시득지) : 이렇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리라

16. 淸奇(청기)

娟娟群松(연연군송) : 아름다운 소나무 숲
下有漪流(하유의류) : 아래엔 맑은 물이 흘러간다
晴雪滿汀(청설만정) : 개인 날, 물가에 눈이 가득하고
隔溪漁舟(격계어주) : 개울 건너엔 고기잡이배가 떠있다
可人如玉(가인여옥) : 마음에 맞는 사람 옥 같고
步屐尋幽(보극심유) : 나막신 신고 깊숙한 곳을 찾는다
載行載止(재행재지) : 가다가 또 섰다가 하며 가니
空碧悠悠(공벽유유) : 푸른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노라
神出古異(신출고이) : 옛적의 기이함이 묘하게 나오니
澹不可收(담불가수) : 담담함을 담을 수가 없도다
如月之曙(여월지서) : 달이 밝아지는 듯하고
如氣之秋(여기지추) : 공기가 마치 가을이 된 것 같도다

17. 委曲(위곡)

登彼太行(등피태행) : 저 태행산에 오르노라니
翠遶羊腸(취요양장) : 푸르름이 구비진 산길을 에워싼다
杳靄流玉(묘애류옥) : 아득한 안개는 옥빛 흐르는 듯
悠悠花香(유유화향) : 꽃향기가 아득히 풍겨나오는구나
力之於時(역지어시) : 이때에 힘을 주어 불어대니
聲之於羌(성지어강) : 호돌기 피리소리가 일어나는구나
似往已回(사왕이회) : 가버린 것 같아도 이미 돌아오고
如幽匪藏(여유비장) : 그윽한 것 같아도 감춰지지 않았구나
水理璇洑(수리선보) : 물은 옥무늬 생긴 못처럼 흐르고
鵬風翶翔(붕풍고상) : 붕새는 바람처럼 날아오르는구나
道不自器(도부자기) : 도는 처음 모양 고집하지 않고
與之圓方(여지원방) : 정황에 따라 둥글게도 모나게도 된다

18. 實境(실경)

取語甚直(취어심직) : 말을 선택함이 심히 직접적이고
計思匪深(계사비심) : 생각함이 깊지 아니하다
忽逢幽人(홀봉유인) : 숨어 편히 사는 사람 갑자기 만나니
如見道心(여견도심) : 마치 도심을 보는 것 같도다
淸澗之曲(청간지곡) : 맑은 골짝물의 굽이
碧松之陰(벽송지음) : 푸른 소나무 그늘에서
一客荷樵(일객하초) : 한 나그네 나무를 지고
一客聽琴(일객청금) : 한 나그네늘 피리소리를 듣고있다
情性所至(정성소지) : 성정이 가는 곳에 있지
妙不自尋(묘불자심) : 묘하게 자의로 찾지는 않는다
遇之自天(우지자천) : 하늘로부터 우연히 얻었지만
冷然希音(냉연희음) : 맑게 울리는 드문 소리일 것이다

19. 悲慨(비개)

大風捲水(대풍권수) : 큰 바람이 물을 말아올리고
林木爲摧(임목위최) :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꺾인다
意苦若死(의고약사) : 마음이 괴로워 죽을 것 같아
招憩不來(초게불래) : 쉬어가게 불러도 오지 않는다
百歲如流(백세여류) : 인생 백년이 흐르는 물 같이 지나고
富貴冷灰(부귀냉회) : 부귀영화는 차가운 재가 되었다
大道日往(대도일왕) : 대도는 날마다 멀어지니
若爲雄才(약위웅재) : 웅대한 재주는 어떻게 되었는가
壯士拂劍(장사불검) : 장사는 검을 털어버리고
泫然彌哀(현연미애) : 확연히 슬픔이 가득하도다
蕭蕭落葉(소소낙엽) : 쓸쓸히 낙엽지고
漏雨蒼苔(누우창태) : 빗물은 푸른 이끼에 떨어진다

20. 形容(형용)

絶佇靈素(절저영소) : 잠념을 끊고 신령한 바탕을 기다리면
少回淸眞(소회청진) : 조금 후 대상의 맑고 참된 모습으로 돌아간다
如覓水影(여멱수영) : 물의 그림자를 찾는 듯 하고
如寫陽春(여사양춘) : 따뜻한 봄을 그려내는 듯하여라
風雲變態(풍운변태) : 바람과 구름의 변화하는 모양
花草精神(화초정신) : 꽃과 풀의 정채로움이라
海之波瀾(해지파란) : 바다의 찬란한 물결
山之嶙岣(산지린구) : 산의 험준하고도 높음이라
俱似大道(구사대도) : 모두가 대도와 유사하니
妙契同塵(묘계동진) : 묘하게 결합되어 속세와 같도다
離形得似(이형득사) : 형태를 떠나 유사함을 얻으면
庶幾斯人(서기사인) : 이 사람과 거의 가까워지느니라

21. 超詣(초예)

匪神之靈(비신지령) : 정신의 영묘함이 아니고
匪幾之微(비기지미) : 심기의 미묘함도 아니니라
如將白雲(여장백운) : 흰구름을 거느린다면
淸風與歸(청풍여귀) : 맑은 바람과 함께 돌아간다
遠引若至(원인약지) : 멀리 당겨 그곳에 이른 것 같으나
臨之己非(임지기비) : 가보면 이미 그것이 아니니라
少有道契(소유도계) : 어려서 도와 합치함이 있어
終與俗違(종여속위) : 끝내 세속과는 맞지 않는다
亂山喬木(난산교목) : 어지러이 많은 산에 높이 솟은 나무
碧苔芳暉(벽태방휘) : 푸른 이끼에 꽃다운 봄빛이로다
誦之思之(송지사지) : 그것을 외우고, 그것을 생각하니
其聲愈稀(기성유희) : 그 소리 더욱 희미해지는구나

22. 飄逸(표일)

落落欲往(낙락욕왕) : 처져서 가려고
矯矯不群(교교불군) : 교교히 무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緱山之鶴(구산지학) : 구산의 학이요
華頂之雲(화정지운) : 화산 봉우리의 구름이라
高人畵中(고인화중) : 유명한 화가의 그림 속에
令色絪縕(영색인온) : 아름다운 빛 온기에 싸여있다
鄕風蓬葉(향풍봉엽) : 바람을 향한 쑥잎
泛彼無垠(범피무은) : 저 먼 곳에 띄워 끝없이 흘러간다
如不可執(여불가집) : 만약 잡을 수 없을 것도 같고
如將有聞(여장유문) : 장차 소식이 있을 것도 같도다
識者已傾(식자이경) : 아는 자는 이미 그것에 기울어지고
期之愈分(기지유분) : 그것을 기대할수록 더욱 나누어지기만 한다

23. 曠達(광달)

生者百歲(생자백세) : 인생백년
相去幾何(상거기하) : 서로 떨어짐이 얼마인가
歡樂苦短(환락고단) : 환락과 고단함
憂愁實多(우수실다) : 우수가 실로 많도다
何如尊酒(하여존주) : 술 한 말 함이 어떤가
日往煙蘿(일왕연라) : 날마다 안개 낀 댕댕이 넌출 찾는다
花覆茆簷(화복묘첨) : 꽃은 초가집 처마를 덮고
疏雨相過(소우상과) : 성긴 비는 지나간다
倒酒旣盡(도주기진) : 술잔을 기울여 다 마시고
杖藜行歌(장려행가) : 지팡이 짚고 걸으며 노래를 부른다
孰不有古(숙불유고) : 누가 예스러움을 지니지 않으리
南山峨峨(남산아아) : 남산처럼 높고도 높도다

24. 流動(유동)

若納水輨(약납수관) : 물 모으는 바퀴채 같고
如轉丸珠(여전환주) : 구르는 궁근 구슬 같기도 하다
夫豈可道(부기가도) :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假體遺愚(가체유우) : 그래서 형체를 빌려 우매한 자에게 남긴다
荒荒坤軸(황황곤축) : 지축은 황막하고
悠悠天樞(유유천추) : 천축은 아득하기만 하구나
載要其端(재요기단) : 그 단서만 찾으면
載同其符(재동기부) : 그 작용은 같을 것이니라
超超神明(초초신명) : 신명은 초연하여
返返冥無(반반명무) : 어두운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구나
來往千載(내왕천재) : 천년을 왕래하나니
是之謂乎(호지위호) : 이를 두고 이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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